협동조합(5) ‘협동’하지 않으면 아무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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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5) ‘협동’하지 않으면 아무 힘이 없다
  • 서성원 위원장
  • 승인 2012.09.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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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 전주사회경제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우리는 소망한다, 서로 협동하는 세상을

 

우리의 협동조합 토양은 척박하다. 싹도 충분히 자라지 못했다. 가장 화급하게 필요한 것은 협동조합 교육이다. 학교에서 협동조합을 가르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초중고교에서 협동조합 현장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근처 생협과 협력해 협동조합 운영을 경험하고, 구내매점을 학생들 스스로 협동조합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협동조합 교육은 실천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학부 과정에 협동조합 강좌를 개설한 곳은 건국대와 경북대, 단국대 등 대여섯 곳에 불과하다. 국가에서 설립한 국립농수산대학에서조차 협동조합을 가르치지 않는다. 영농 후계자들에게 농업은 협동조합이란 제1명제를 일러주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공회대의 협동조합 대학원 운영은 의미있는 도전이다.

새로 태어나는 협동조합들은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란 원칙을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한다. 협동조합은 ‘협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 힘이 없다. 더 많이 모일수록 힘이 불어난다. 이탈리아의 대형 소비자협동조합 매장에서는 다른 협동조합 기업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공산품을 가장 좋은 자리에 진열한다.

자본 조달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약점 또한 협동의 힘으로 극복해낸다. 이탈리아의 레가(LEGA)라는 협동조합연합회에서는 해마다 각 협동조합 잉여금의 3%를 갹출해 적립한다. 그렇게 모은 자금으로 협동조합의 신설 및 사업 확장을 거들고, 경영난에 빠진 협동조합 직원들의 재교육과 이직을 지원한다.

우리는 읍면의 농협들끼리 공동 사업을 벌이기도 쉽지 않다. 농협이 생협과 손잡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이래서는 대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

선택

바르게 살고 싶은 젊은이가 있다. 시민단체의 봉사활동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 평범한 기업체에서 일하면서 남들보다 너무 못하지 않은 급여를 받고 싶어한다. 정직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고, 고객들에게 정직한 기업이면 좋겠다. 보수를 더 많이 받기 위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한발 빠른 승진을 위해 동료의 사다리를 걷어차야 하는 회사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젊은이가 선택할 수 있는 한국의 기업이 얼마나 될까?

소박하고 정직한 사람이 보람차게 일할 수 있는 건강한 기업이 많은 세상을 소망한다. 승자독식을 신조로 삼는 천박한 자본주의 기업들만 있는 세상은 건강하지 않다. 협동조합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젊은이들에게 활짝 열어주어야 한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더 갈구하고 그런 문화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에게 몸에 맞는 기업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은 기성사회의 의무이다.

장애가 있거나 부모의 한쪽이 외국인이라고 손가락질당하고 동성애자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과거가 있었다. 이제 장애인 한 사람을 위해 열 사람이 양보하고, 혼혈을 다문화로 존중하고, 동성애자의 결혼을 인정하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자본주의 기업만을 강요하는 세상은 다양한 인간성을 끌어안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배타적인 경쟁을 추동하기보다는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기업이 더 경쟁력을 인정받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덴마크의 메르쿠르라는 협동조합 은행에서 만난 메테 튀센은 “우리 기업에서는 가치가 급여의 일부”라는 감동적인 말을 했다. 영리 은행보다 고위직의 급여는 낮지만 일에서 느끼는 보람이 크다는 뜻을 그렇게 표현했다. 이탈리아 최대의 우유생산 기업인 그라나놀로 협동조합의 클라우디아 실바니는 “그전 직장에서는 경쟁이 무척 심했는데, 여기에서는 열심히 일하면서도 서로 협력한다”고 협동조합의 기업문화를 자랑스러워했다. 클라우디아는 ‘야후 이탈리아’에서 7년가량 일하다가 옮겨왔다.

메테와 클라우디아처럼 협동조합 기업을 기꺼이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을 젊은 세대에게 남겨주고 싶다. “가치가 급여의 일부”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우리 청년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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