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설신어/ 재능이 출중하고 훌륭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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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신어/ 재능이 출중하고 훌륭한 사람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09.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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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說新語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42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얘기이다.

삼국(三國, 220-280)시대 조식(曹植)은 조조(曹操)의 셋째 아들이었다. 조조의 뒤를 이은 장남 조비(曹丕)와 조식 세 사람은 모두 당대의 문장가로서 동한(東漢)말기 ‘건안문학(建安文學)’의 주요 인물들이다. 그 중에 조식의 문재(文才)가 좀 더 특출했다. 조식은 부(賦)ㆍ송(頌)ㆍ시(詩)ㆍ명(銘)ㆍ논문(論文)을 모두 잘 썼는데 작품을 많이 만들지는 않았지만 남아 있는 작품에 대한 후세사람들의 평가는 남달랐다.

조조가 병사하자 조비는 평소 조조의 총애를 받던 조식이 자신의 권좌를 넘보지 않을까 늘 염두에 두고 경계하였다. 그리하여 괜한 트집을 잡아 조식을 죽이려고 하였다. 조비의 모후가 이에 놀라 눈물을 흘리며 애걸하였다. “너의 동생 식이 학문은 높으나 권좌에 뜻이 없다는 것을 너 역시 알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여하한 잘못이 있더라도 목숨만은 살려 다오!”

모친의 간곡한 청을 물리치지 못하고 조비는 승낙했다. 이때 조식이 편전에 들었다는 말을 듣고 상국 허흠이 찾아와 말했다. “어쨌거나 조식의 재주는 기이하게 사람을 따르게 합니다. 서둘러 그를 제거하지 않으면 장차 대왕께선 큰 화를 입으실 것입니다.”

조비가 모친과의 약속을 생각하고 고개를 저으니 분위기를 읽은 상국이 한 방책을 내놓았다.

“사람들이 그를 따르는 것은 재학(才學)입니다. 그가 뛰어난 문재인 것이 분명합니다. 전하께서 그의 재지(才智)를 시험하는 시답(詩答)을 내시어 제대로 해 내지 못하게 하여 멀리 귀양을 보내시면 다시는 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조식은 형이 준 즉, ‘형제간의 우의를 제목으로 일곱 발짝을 걸을 동안 시구에 형제라는 말을 쓰지 않는’ 요구에 맞춰 즉흥적으로 감동적인 아래의《칠보시(七步詩)》를 지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자두연두기(煮豆燃豆萁)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두재부중읍(豆在釜中泣)
가마솥 속에 있는 콩이 우는 구나.
본시동근생(本是同根生)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상전하태급(相煎何太急)
어찌하여 이다지도 급히 삶아대는가.

훗날 남북조(南北朝, 420-581)시대의 송(宋)나라 사람으로서 유명한 시인이며 문학가로서 자부심이 대단하였던 사령운(謝靈雲)이 조식에 대하여는 늘 존경의 태도를 갖고 있었다.

어느 날 사람들이 그에게 당대를 전후한 문재로서 제일가는 사람이라고 칭찬하여 말하자 손사래를 치며 조식에 비하면 자기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천하의 글재주를 모두 한 섬이라 한다면, 조식 혼자서 여덟 말을 차지하고, 내가 한 말을 차지하며, 예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문재들이 남은 한 말을 나눠가진 것이라네.”

훗날 이 성어는 ‘재능이 비범하다. 출중하고 훌륭하다’ 는 뜻으로, 또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였다.

건안문학(建安文學): 건안은 동한(東漢)말 헌제(獻帝)의 연호로서 196년부터 219년까지로 그 시기의 문학을 말한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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