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시골/ 죽은 말도 그 많은 돈을 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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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시골/ 죽은 말도 그 많은 돈을 주니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10.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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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金市骨[천금시골]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43

“사장님! 직원들 월급을 깎으려고만 하시니 직원들이 사기가 다 죽어 있습니다. 천금시골(千金市骨)의 정신으로 사장님 사재라도 내 놓으셔야 합니다.”

한국인 P씨가 투자한 중국 회사의 한 간부급 직원의 하소연에 P씨는 전 직원 앞에서 “앞으로 직원들의 월급이 배로 늘어 날 때까지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소. 여러분이 더 벌고 제가 덜 쓰면 그리될 것”이라 선언했다. 그렇게 3년 반이 지나고 850위엔에 불과했던 직원들의 월급이 1850위엔 이상으로 올랐다. 점차 능력있는 직원의 수가 늘고 P씨의 건강도 좋아졌다. 그의 부인이 필자만 보면 대접이 융숭하다. 그 아이디어를 필자가 내었기 때문이다.

유향(劉向)이 편《戰國策ㆍ燕策(전국책ㆍ연책》에 나오는 얘기이다.

涓人對曰, 死馬且買之五百金, 況生馬乎? 天下必以王爲能市馬, 馬今至矣(연인대왈, 사마차매지오백금, 황생마호? 천하필이왕위능시마, 마금지의) : 어떤 착한 사람이 왕에게 말했다. “죽은 말이 오백냥인데 하물며 살아 있는 말은 어떻겠소? 천하의 왕이 시장에서 명마를 구한다면 바로 도착될 것입니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에 제(齊)나라가 인접한 연(燕)나라가 쇠약한 틈을 타 욕심을 내어 치고 들어가 많은 땅을 차지했다. 2년이 지난 후 왕위를 물려받은 연나라 소왕(昭王)이 제나라에게 패배한 치욕을 잊지 않고 복수할 것을 결심하고 나섰다. 소왕은 복수를 하려면 현재(賢才)와 명사를 모아 등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이에 당시 유명한 명사이며 참모인 곽외를 불러 그 방법을 물었다. 곽외는 다음과 같은 우화를 소개하였다.

옛날에 한 왕이 천리마 한 필을 구하려고 천금을 걸었으나 3년 동안 아무 소식이 없어 노심초사하였다. 이때 한 하급관리가 자신 있게 나섰고 왕은 그에게 오백냥을 주었다. 3개월이 지난 후 그는 죽은 말의 머리를 들고 왔다. 이에 왕은 화를 냈으나 그는 “만약 왕께서 오백 냥으로 죽은 천리마를 샀다는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모두 ‘죽은 말 머리 하나에 오백 냥이라면 살아 있는 천리마는 말할 것도 없이 많은 값을 받겠구나!’하고 앞 다퉈 천리마를 팔려고 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리가 있다고 여긴 왕은 그 관리를 용서했고 이후 관리의 말대로 왕은 매우 값진 천리마를 세 필이나 구했다. 관리가 중용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곽외는 다시 부연해 건의하였다. “이 이야기처럼 왕께서 저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을 중용하신다면 누구를 받아들여야 좋을지 고민하게 될 정도로 현재가 모일 것입니다.”

소왕은 그 말을 듣고 별궁을 짓고 그를 청하여 사부로 삼았다. 얼마 되지 않아 악의(樂毅)ㆍ극신(劇辛)ㆍ추연(鄒衍) 등 장군과 현재들이 스스로 소왕 앞에 와 충성을 맹세하였다. 이로써 우선 군대와 제도들을 정비하여 강국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으며, 이어 군신과 백성들이 20여 년 간 혼연일체로 동고동락하여 힘을 길러 제나라를 쳤다. 마침내 제나라의 작은 성 두개만 남겨놓고 모두 차지하는 큰 전과를 올려 패배의 치욕을 씻게 되었다.

여기서 쓰인 시(市)는 동사로 ‘사다, 거래하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알기 쉽게 천금매골(千金買骨)이라고도 말한다. ‘큰돈을 들여 죽은 말을 사니 사람들이 좋은 말을 팔려고 내놓다. 천금의 거액을 주고 죽은 말의 뼈를 사다’ 는 뜻으로 인재를 구하려는 간절한 심경을 표현한 것이다. 훗날 사람들이 ‘비용을 아끼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구하는 데 힘을 쏟다’라는 의미를 주어 사용하였다.

이와 유사한 성어로 ‘매우 간절히 인재를 구한다.’ 는 의미를 가진 구현약갈(求賢若渴)이 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던가? 최근 높으신 분이 구현약갈하는 심정으로 장관감을 널리 구하고 있지만, 여기가 좋으면 저기가 걸리고 저기가 좋으면 여기가 걸려 인선에 어려움이 매우 크다는 말이 들린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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