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4)/ 거짓뿌렁 한나도 안보태고, 참말로 예뻤드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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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4)/ 거짓뿌렁 한나도 안보태고, 참말로 예뻤드랬지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2.11.08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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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④

 

늦가을 하늘이 축하한다고 한 턱 쏘니께 홍어 속 맹키로 화~아허니 화창한 들판과 하늘이었죠. 눈 부시게 푸르른 하늘아래 맨도롬허니 윤기가 돌았던 마당가 시제 감나무도 빨그스름한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허허 웃어주었지요. 외양간에서 볼일 보던 송아지 눈은 밀려드는 사람들 땜시 그 큰 눈이 더 똥그래지고 사방 팔방 담벼락에는 왼 동네 아이들이 마당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담벼락 너머 귀경거리 구경하며 엄마 찾아 먹을 것 먹느라 바빴지요. 불 때서 밥 해대느라 매운 연기가 자욱헌디 고소롬허게 부쳐지는 지짐냄시가 진동허고 마을 아줌마들의 왁자지껄 웃음소리까지도 허천나게 맛있는 반찬이 되었던 풍경이었지요.

 

바로 1990년 11월 4일 마을 한가운데 시골집 마당에서 초례청 차리고 백년가약을 맺었던 날, 서울떽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웁게 화장 했던 력사적인 날이기도 합니다. 거짓뿌렁 한나도 안보태고 그이후로도 한손으로 손꼽을 정도로 화장을 했지만 그날은 참말로 예뻤드랬습니다. 시조카들이 나중에 하는 이야기가 즈그들 외삼촌은 무지 멋있을꺼고 새 숭모감은 안 이뼈서 미모의 층하가 디지게 날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안방에서 사뿐사뿐 걸어 나오는 저를 보고 깜짝 놀랬다고 하데요. 아! 고로코롬 새색시가 이쁠 줄 몰랐다고요. 후후 (나중에 울 딸들이 울 엄마도 결혼식 때는 이뻤네잉. 워쪄! 호랭이가 물어갈 것들)

연지 찍고 곤지 찍고 하는 구식 혼례는 그 시절에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진풍경이었어요. 오죽하면 신문사에서 취재 온다고 했는데 딱 거절했어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도 전국적으로 벌어질 만큼 서울 샥시가 농촌 총각과 혼례를 올리는 것은 겁나게 재미진 경사이자 귀경거리였거든요. 내로라하는 농민회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몰려들기 시작했고 마을 아줌마들은 새벽안개 헤치고 준비허느라 월매나 정신없이 바빴던지 지금도 언니들께 지천 듣습니다. 공 갚으라고. 신랑 친구들은 함 팔아야 된다고 함진애비 만들어서 쳐들어오는데 그 때 사진 보면 웃음이 납니다.

끝까지 반대하시다 어쩔 수 없이 내려오신 친정 부모님은 문간방 뒤안에서 훌쩍이며 우시는데 새 신부는 그저 좋아서 웃고 떠들다 이모님들께 혼났죠. 그래서 아마 딸만 내리 넷을 낳았나 봅니다. 그날 축가는 마당에 있던 모든 사람이 함께 불러줬어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중략)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 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 주자.”

김남주님의 시에 곡을 붙인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며 혼례가 끝나고 눈물 자욱 그득한 친정식구들 보내고 마무리가 되자 시외갓쪽 친척들과 시댁식구들 모두 모여 밤새 노래와 춤을 추었네요. 카세트테이프에서 나오는 뽕짝에 신이 나서 시이모님들과 팔장끼고 빙글 빙글 새벽까지 놀다가 어르신들 발뒤꿈치 밑에서 쪼그리고 잤어요. 나중에 큰 시누이께서 신랑과 신부 껴안고 자라고 새 이불 덮어주셔서 사랑잠을 잤거든요. 20분 만에 끝나는 결혼식장에서 그때 추억을 가진 분들 만나면 언제 한 번 더 그렇게 놀아보자고 하냥 그리워하십니다. 20년 지나 아버님 구순잔치 때도 걸판지게 놀았지만 그때 그 맛은 아니셨나봐요. 요즈음은 장류축제 땜시 결혼기념일도 못 챙기고 꽃다발 대신 축제장 막걸리로 만족합니다. 어제 못 주었다고 들국화 몇송이 꺾어서 딸내미 시켜 주는데 시들긴 했어도 주는게 어딥니까? 기냥 이렇게 늙어갈랍니다.

워메 요것도 오지게 사는 이야그가 될려나요. 자꼬 글쓰기가 에로워집니다. 서울떽네 글이 못생겨져도 이삐게 봐주세요.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줬던 여러분들이 불러서 제 가슴에 항상 강물처럼 흐르는 노래 가사로 마무리 할랍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비가 새는 판잣집에 새우잠을 잔데도 /고운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내일은 해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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