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논ㆍ밭에 일하러 갈 땐 버스타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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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논ㆍ밭에 일하러 갈 땐 버스타고 다닙니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2.11.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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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지자체 모범사례

 

▲ 지도터미널 대합실에는 항상 30여명의 주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장날이 아닌 날에도 봉리 방면 버스에는 20명 정도의 승객이 오르내린다. 무료승객이 많고 기사들이 노선을 외우고 있어 버스에는 수금함이나 내비게이션이 없다.


우리나라 섬 가운데 3분의 1이 분포하는 전남 신안군은 섬이 많은 만큼 대표적인 교통 불편지역으로 꼽힌다. 신안군민들은 배가 끊기면 움직이지 못하는 생활을 수십 년 동안 계속해왔고 아프거나 급한 일이 있어도 참아야 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뭍으로 나간 학생들 가운데 돌아와 정착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신안군 역시 군과 비슷하게 노인이 많은 자치단체 중의 하나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생긴 문제는 버스업체의 경영악화를 야기했다. 그리고 민간업체는 승객의 편익보다 수익성을 우선한 나머지 결행과 운행중단을 반복하면서도 비싼 요금을 받아 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박우량 신안군수가 버스공영제란 칼을 빼든 건 지난 2006년부터다.

신안군은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긴지 6개월 후 경영난으로 운행이 중지된 임자면에 공영버스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민간버스업체가 면허를 반납하면 늦어도 2달 안에 공영버스를 배치했다. 지역 유지인 민간사업자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모든 지역에 공영버스가 다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버스공영화에 든 예산은 약 20억이었다. 전 지역에 공영버스 배치를 마친 후 3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다니는 버스마다 노인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신안군은 35명의 기사를 두고 버스 30대를 운행하고 있다. 워낙 넓은 바다에 섬들이 흩어져있어 권역을 나눈 것이 신안군 행정의 특징이며 이는 버스운행 체계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신안군청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거리의 지도읍은 인구가 많고 연육교와 연도교가 있어 신안에서 버스 승객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황성주 지도읍 건설담당은 “이곳은 지도와 병풍도, 임자도, 증도를 잇는 북부 1권역으로 묶어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버스공영제는 예전부터 버스 개인사업자에게 보조했던 것에 돈을 보태 해보자고 하여 추진했다”며 “노선은 기존노선에 준해서 짜고 기사도 승계를 전제조건으로 했다. 시골은 정류장이 없어도 주민이 세우면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신안 공영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복지개념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65세 이상 주민을 비롯해 장애인 등 국가로부터 생활비 보조를 받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료로 타도록 했고 거리에 상관없이 일반인 1000원, 학생 500원이란 상징적인 요금을 받는다.

운행시간은 배편과 연관이 크다. 배편 도착 시간에 맞춰 버스를 배치해 기다리는 시간을 줄였고 아침에는 학생 통학에 맞춰 운행하고 있다. 당연히 수익성은 떨어진다. 올해 신안군의 공영버스 예산지원액은 21억원에 달하지만 수익성은 10%에 불과했다. 이곳에서는 논밭에 일하러 가는 노인이 쟁기 들고 버스를 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버스가 닿지 못하는 지역도 있다. 신안군은 택시쿠폰제를 시행해 문제를 해결했다. 택시쿠폰제는 택시회사가 승객에게 받은 이용권과 영수증을 읍사무소에 제출하고 행정으로부터 미리 정해진 요금을 받는 방식이다. 버스가 다니지 않는 마을 주민들은 매달 8장씩 택시 무료이용권을 지급받아 사용하고 있으며 지도읍에서만 4개 마을 27세대가 혜택을 받고 있다. 황 담당은 “승객이 많아졌지만 버스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집에 머물러 있던 노인들이 물리치료 받으러 나오니 병ㆍ의원만 바쁘다. 예산 적은 도서지역 지자체에서 공영버스를 운영하기도 부담 되지만 우리는 주민편익을 높이는 보편적 복지개념으로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 만족도도 높아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영버스를 직접 타보니 노인에게는 사실상 택시나 다름없었다. 노인들은 경로우대증을 패용해 무임승차권으로 활용했다. 평일 낮 시간 지도터미널에서 각 지역으로 가는 버스에는 평균 20명의 승객이 앉았다. 신안군은 승객이 많은 구간에 대형버스를 배치하고 적은 노선에는 소형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며 장날에는 예비차량을 돌려 수요를 해소하고 있다.

승객 대부분은 집과 멀지 않은 곳에서 하차했다. 300미터(m)가 안 될 정도로 내리는 간격이 짧은 곳이 있고 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돌아 나오는 차량도 부지기수다. 기사는 승객이 벨을 누르면 대개 100미터 이내에서 정차한다. 김진수(72ㆍ신안 지도)씨는 “체계가 바뀌기 전에는 버스가 마을에 하루 4번밖에 안 들어왔지만 지금은 수도 없이 다닌다. 공짜라서 더 타게 되고 읍으로 나오는 시간도 줄어 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타고내리는 곳이 곧 정류장이고 집 앞이니 기사들은 난감하다. 지정된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승하차를 하다 사고라도 나면 과실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하기 때문이다. 한 기사는 몸이 불편한 노인의 사정을 고려해 문을 열어주긴 하지만 걱정될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용률이 낮았지만 공짜 소식이 퍼지면서 활성화가 됐다. 단돈 2000원이면 읍에 나와서 물리치료 받으며 놀고 갈 수 있다. 이따금 술 마시고 목소리 높이는 사람도 있다”며 “다시 민간운영으로 바뀌면 거실에서 못나오니 답답할 것이다. 기사 입장에서도 같은 길을 다니니 근무환경은 비슷하지만 처우가 전보다 나아졌다”고 말했다.

버스기사들의 근무환경은 비교적 열악하다. 섬 지역이어서 한 평이라도 농지를 더 확보해야 하는 신안군은 마을이 대개 산 어귀에 있고 버스가 다니는 길 역시 마을과 맞닿아있다. 굽은 길이 많고 일부 노선은 농로가 절반일 정도이며 염전 옆길을 달리는 일이 흔하다. 염전 주변의 논을 보니 11월임에도 아직 베지 않은 나락이 있었고 염분 때문인지 키가 한 뼘 가량 작았다.

신안군의 공영버스제는 시행 3년 만에 자리 잡았지만 개선할 점도 있다. 버스는 완전공영제인 반면 기사의 신분은 비정규직이어서 처우 개선 문제가 남아있다. 신안군은 임금피크제와 예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돼 기사를 준공무원,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기사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으며 계약 만료시 퇴직금을 지급하고 같은 사람과 새로 계약하고 있다. 동일노동이 2년 이상이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규 적용을 피하기 위한 편법인 셈이다. 또 기사들이 하루 12시간씩 한 달 평균 25일을 일하는 반면 임금은 200만원 정도에 머물러 있어 예비기사를 더 채용해야 한다.

도서 지역의 교통 불편을 완전공영제로 해결한 신안군의 사례는 전국에서 모범으로 꼽힌다. 순창지역과 이곳의 결정적 차이는 버스의 수익성을 포기하는 대신 보편적 복지를 택한 것에 있었다.

 

 

 

▲ 신안군은 승객이 많은 노선과 적은 노선에 크기가 다른 차량을 배치한다. 갯벌과 염전이 많은 지역답게 버스정류장은 게를 형상화했고 노선도와 지도가 있어 관광객이 이용하기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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