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화위지/ 자리를 바꾸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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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화위지/ 자리를 바꾸면 변한다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12.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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橘 귤 귤 化 화할 화 爲 될 위 枳 탱자 지
귤이 탱자가 됨을 이르는 말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47

중ㆍ고 동창들의 눈에 보여 진 나는? 모질지 못하고 마음이 여려 남을 때린다는 것은 아마도 상상하기가 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세월이 흘러 어찌하여 39명을 거느리는 소대장이 되었을 때, 우연히도 대대 내에 중ㆍ고시절 동창을 세 명이나 보게 되었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우리는 매월 한두 번 비오큐(BOQ, 장교 숙소)에서 삼겹살파티를 벌이곤 하였다.
임기를 마치고 고향에 휴가를 가니 자연스레 동창 몇몇이 모였다. 
“야! 너 무지하게 변했다고 하데. 너 애들 기합도 많이 주고 패기도 한다던데, 정말 옛날 너 맞아?”  
“허참, 그야 말 안 듣는 것들이 눈에 띠게 되고, 그래서 어쩌다 한 번 주먹과 발이 앞섰을 거야 아마. 어쩌겠어, 나중에 전쟁 나서 안 죽게 하려면 훈련 잘 시켜야 되잖아! 그리고 4년간 나랏돈을 써 어쨌거나 위치와 환경이 달라지게 했는데, 옛적 나약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그것도 안 되지. 좀 다르게 행동해야 하지 않겠어.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처럼….”
   
《사기ㆍ관영열전(史記ㆍ管嬰列傳)》에 나온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어느 날, 제(齊)나라의 상국인 안자(晏子)가 초(楚)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초왕이 이전에 키가 작은 안자를 골리려고 작은 문으로 들어오게 하였다가 안자가 ‘출중하지 못한 왕에게는 키기 작고 못 생긴 저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낸다’고 말하여 당한 수모가 생각났다. 
“안자는 제나라에서 가장 재능이 있고 가장 말재주가 좋은 자이다. 그가 또 온다는데 그를 모욕할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
마침내 한 신하의 계책을 듣고 좋은 방법이라고 여기고 안자를 연회에 초대하였다. 한창 술을 마시고 있는데, 군졸 둘이서 한 사람을 묶어 가지고 왕 앞에 나타났다. 왕이 군졸에게 물었다.
“너희들이 묶은 자가 누구냐?”
“제나라 사람입니다. 물건을 훔쳤기에 묶었습니다.”
왕이 안자를 보면서 조롱하는 투로 말했다.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 하오?”
안자가 좌석에서 일어나 정색하고 반박하였다.
“대왕, 이런 말을 들어 보셨나요? 귤나무를 회남에 심으면 귤이 달려 나오지만 그것을 회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어버린다고 합니다. 잎사귀만 서로 비슷할 뿐 그 열매의 맛은 같지 않다고 합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기후가 다르고 물과 흙도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나라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도둑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그가 이곳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한 것을 보면…, 역시 초나라의 풍토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왕이 탄식하여 말했다.
“내가 당신을 조롱하려다가 오히려 놀림을 당했구려. 우리 초나라에 당신 같은 인물이 없는 게 한이로다!”
회하(淮河)는 황하(黃河)와 장강(長江)사이에 있는 강으로 영상과 영하의 분기점이다. ‘회하이남, 즉 회남(淮南)의 귤을 회북(淮北)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이 성어를 훗날 사람들은 ‘환경의 영향에 따라 나쁘게 변하고, 사물이 상이한 위치에서는 다르게 될 수 있다’ 는 것으로 비유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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