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7)/ 서울떽의 아픔까지 바랑에 짊어지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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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7)/ 서울떽의 아픔까지 바랑에 짊어지신 듯 ...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2.12.25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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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⑦

지난 일요일 오후 느즈막하게 강천산을 걸었 는디, 참말로 좋더랑께요. ‘드문드문 눈 쌓인 강천산을 흐르는 물줄기들은 월매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지라. 봄 되믄 봄이라고 노오 란 꽃, 보랏빛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날 땐 살 랑 살랑 발꼬락 간질여주면서 함께 꺄르르 웃 음시롱 작은 폭포가 되고 싶을 껏 같여요, 300 년 넘은 모과나무 가지마다 회춘하듯 피어나는 모과꽃잎이 하롱하롱 날리워서 물속으로 뛰어 들면 그 순간은 핫따! 어느 시인도 안 부러뵐 꺼구만요.

한여름 물고기 떼들이 한바탕 놀자고 달라 들면 소나기로 변해서 용처럼 튀어 오르게 헐 꺼구만요. 전설 속 청룡 황룡처럼 강천사 스님 독경소리에 성불하도록 한 판 멋지게 도와줘불 고 호탕하게 웃어불고 자파요. 가을엔 삼홍이 라고 했다지라잉. 아기단풍이 갓난아이 세수하 고 나온 볼맹키 황홀하게 볼고족족해지는 것이 첫 번째요. 두 번째는 붉으스레한 단풍잎 자태 가 물속까지 붉게 물드는 것이고 세 번째는 아 름다운 단풍을 보고 웃음 짓는 사람들의 볼이 발그레해지는 거래잖아요. 뜬금없이 지도 다음 생엔 강천산 물로 태어나등가 바람으로 태어나 등가 하고잡단 생각에 피시식 웃어버렸는디 혹 시 여러분들은 요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 안해 보셨능가요?

참 좋은 사람이랑 강천길을 뚤레뚤레 걸어가 면서 2012년 서울떽이 참말로 거시기허게 직업 을 잘 선택했구나 라는 감탄이 나오는 거예요. 관광 해설사를 하니까 바쁜 농사꾼이 일년에 서너본 오기도 힘든 강천산을 한 달에 10번 넘 게 오지요.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관광객 들과 매번 다른 모습과 다른 이야그로 만나서 입담 좋게 전설따라 삼천리 변사하듯 굽이굽 이 전설 이야그도 하고요, 워째서 본바탕은 순 창떽 같은디 목소리는 여영 서울사람 같어라. 라는 쪼메 칭찬 같은 합평도 받고 구장군 폭포 앞에서 사진 찍어주면 해설사님을 서울로 데꼬 가불고 잡다면서 “어떻게 요렇게 말씀을 잘한 다요”라는 칭찬에 홀라당 넘어가서 안해도 되 는 연애이야기부터 다 해주다가 천년 거북사랑 이야기 까먹기도 하고.

하하하, 한번은 내려오는 길에 구름다리 밑 에서 수다꽃을 피우고 있는데 자꾸 누군가를 내 옆으로 데려오시려 애쓰시는 거예요. 저와 성도 같고 얼굴도 비슷한데 혹여나 헤어진 오 빠 동상 아닌지 확인을 하시자는 거예요. 워 메! 얼굴 봉게 딱이드랑게요. 일단 성은 같구 요. 본을 맞춰보니 보기 힘든 본이라 한집안이 고 가운데 자가 호자 돌림인 것까지 같은 것 확인하고는 무슨 몇십년 만에 헤어진 이산가족 처럼 얼싸안고 악수하고 했응게 이 새로운 직 업이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월 매나 좋은건지 아시겄지라. 근데 의외로 순창 분들이 강천산의 숨은 이야기들을 모르시고 관 심 밖이신 것 같아 아쉬워요.

가는 세월처럼 흐르는 계곡을 따라가다 해가 지는 풍광 속에 빛나는 부처바위를 만났어요. 바랑을 짊어진 모습으로 중생들의 구원을 바라 듯 합장하는 부처바위를 보고 도선국사께서 이 곳이 바로 부처님 도량으로 적당하구나 하시고 창건하셨다는 전설이 있는데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당께요. 해가 지는 어스름 무렵, 경내 에서 울리는 독경소리가 모든 사람의 마음으로 스며들려는 찰나의 부처바위가 온전히 제 가슴 으로 들어와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하더라구 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더욱 절실했 나요. 빚더미 위,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농민 들의 아픔, 추운 겨울날 철탑위의 노동자들, 정 리 해고된 사람들과 가족들, 방황하는 청소년 들, 소외된 어르신들, 그리고 서울떽의 아픔까 지 모두 바랑에 짊어지신 것 같더라구요. 우러 러보기도 하고 존경도 해야지만 워쩐지 짠하면 서 울컥하고 뽀짝뽀작 다가가서 손잡고 서로 위안 삼고픈 강천산 부처바위를 보면서 현세에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수많은 부 처바위들이 빛을 발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 지네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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