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8)/ 2013년, 비암의 해인 건 다~아 아시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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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8)/ 2013년, 비암의 해인 건 다~아 아시제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3.01.11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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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⑧

솔연(率然)
                -김남주

대가리를 치면 꼬리로 일어서고
꼬리를 치면 대가리로 일어서고
가운데를 한 가운데를 치면
대가리와 꼬리가 한꺼번에 일어서고

뭐 이 따위 것이 있어
그래 나는 이 따위 것이다
만만해야 죽는 시늉하고 살아야
밥술이라도 뜨고 사는 세상에서

나는 그래 이 따위 것이다
 

2013년은 지혜와 부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비암의 해인 건 다~아 아시제라. 고것도 흑뱀이라고 허등만 12지의 여섯 번째 동물이라네요.
땅과 몸을 대고 살기에 땅의 섭리를 가장 잘 아는 동물이 뱀이지요. 주변의 온도가 높아지면 체온이 올라가고 온도가 낮아지면 체온 또한 내려가기에 지혜로운 반면 영악하고 교활한 심성을 가졌다고 지탄도 받지요. 허지만도 뱀은 성장할 때 허물을 벗기 땜시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상징이자, 재생의 동물로 자리매김해 온 것이지라잉.
허지만도 기냥 뱀이라고 부르던 비암이라고 전라도말로 기일게 부르던 징그런 것은 워쩔수 없당게요.
“뱀에게 한 번 물린 사람은 10년 동안 드레박 줄만 보아도 놀란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뱀을 보고나면 경기를 일으키는 건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똑같다는 게 문제지라. 
근디요, 그보다 더 중요한건 요로코롬 비암을 징그러워하는 지가 비암띠인거라예. 워치코롬 제 눈에는 독사들도 더 잘 보이는지 한해에도 몇 마리씩 살생을 하구만요.
알밤 줏을 때, 장마 끝나고 난 소막 주위에, 집 토방에까정 드나드는데 꼭 제 눈에만 그렇게 잘띄니 죽을 맛인 거지요. 첫째와 둘째가 어렸을 땐  깊은 산 중 안골밭을 매년 개간해야 쓴디, 애기들을 봐줄 사람이 없는 거예요, 원래 자갈밭이 오줌 누니께 곡식이 걸다고 허지만서도 큰 돌만 주워낸다고 해도 끝이 없거든요. 쬐깐한 다도해 섬들처럼 올망졸망 바위가 섞여 있는 밭들을 굴삭기 불러서 큰 돌만 빼내면 아주 큰 고무 통에다가 한 살, 네 살짜리 아이들을 앉혀놓고 일을 허지요. 산중이라 왼갓 뱀들이 득실거렸는디, 하이고메 감나무 옆 바위위에 머리 세모난 놈이 두 마리가 똬리 틀고 있더랑께요. 지가 그때까정은 순진했는데 애덜을 생각한 게 아무것도 눈에 안보이고 무조건 굵은 나뭇가지를 쥐어들고 무조건 대가리만 팼어요. 아조 흔적도 없이 패놓고 아이들 보고는 폴싹 주저앉아 버렸지요. 독사 한 놈 쥑이면 사람 하나 살린다고 생각하고 그 때부터 죽이긴 하는데 그런 날 밤엔 잠도 잘 못자요. 칭칭칭 감아 도는 징허게 싫어하는 동물 중에 하나거든요.

 근데 친구들도 끼리끼리라고 점사, 칠점사, 능구렁이, 꽃뱀, 그리고 저의 별명 방울비암까지 각양각색이지요. 울덜 모임 이름도 ‘독사회’입니다.
딱 십년 전 가을일 끝내고 서울 농민대회 갔다 오는 버스 안에서 우연찮게 동년배들을 만나서 즉석 계를 만들었죠. “야! 우리 모두 뱀띠니까 한번 독하게 농사도 짓고 인생도 살면서 보란 듯이 잘살아보자. 뱀이라고 다 뱀은 아니잖여. 독을 품어야 사람들도 쬐까 거시기허게 봐준당게.” “울덜도 첫 눈 올 때 남원 가서 기차타고 여수 바닷가도 가는겨! 알았제?”
그때는 다들 시부모님 모시고 살고 기반은 안 잡혀 있어서 물거품처럼 손에 잡히는 것 없이 힘들고 아이들은 콩나물 자라듯 쑥쑥 커 가는데 돈은 항상 딸리는 상황이었제라. 너나없이 월매나 힘들고 고달프고 애달픈지 척척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요.
한 번도 약속을 못 지켜서 냄편들한테 무신 독사냐 물뱀해라, 7~8년 못가니까 무신 물뱀이냐 지렁이지 허는 통에 작년에사 부부동반 여행도 갔었지요. ‘발 없는 뱀이 발이 많은 지네 보다도 더 빨리 움직인다’고 친구들마다 부지런 합니다.
경상남도에서 시집온 친구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블루베리, 딸기 상추 등 농사일에 매달리느라 갈퀴손이 되어 바쁘지만 이제 번듯하게 자란 세 아이의 엄마구요, 시집이든 손님이든 모두에게 후하게 베풀려고 하는 넉넉함이 있지요. 한번 물리면 걸음 옮기는 동안 죽는다는 점사인디 무섭지라.
완도 바닷가에서 시집 온 친구는 맨날 친정집 마당에서 해 뜨고 지는 걸 볼 수 있다며 자랑하지만 이젠 순창에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만능 농사꾼에 재주꾼에 큰일들 척척척 해내는 큰손이 되었고요. 시어머님과 9형제를 추스를 정도로 마음도 큽니다. 춤 출 때 꽃뱀이 되어 별명이 꽃뱀이랑게요.
또 한 친구는 시할머니, 시부모님 모시고 살면서도 어렵다는 티 한번 안내고 웃음시롱 알콩달콩 남편과 집안일, 마을일 묵묵히 해내는데요. 엄청난 농사일도 척척 하우스일도 거침없이 해내며 긍정적으로 살아갑니다. 칠보사로 불리죠.
한 친구는 울덜이 능구렁이라고 별명을 지어줬는데 성격 때문이 아니라 모든 뱀들을 한꺼번에 넣어 놓으면 나중에 남는 것 능구렁이라면서요. 독사들까지 다 잡아먹는 답니다. 지도력도 단연코 있고요. 그리고 집을 지키는 ‘업’으로도 표현하구요. 이 친구는 사석에선 이름을 부르지만 공식석상에선 의원님이라고 부릅니다.
하하하! 그래서 2013년에는 뱀이 지닌 풍요와 지혜의 장점을 볼 줄 알았던 우리 조상들을 본받아 집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재생, 허물을 벗는 환생,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불사의 의미를 살리고파요.
솔연이라는 시에서처럼 당당하게  현재와 미래를 지켜내려는데 워쪄요, 도와주실꺼제라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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