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62) 소수에겐 탄식보다 의지가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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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62) 소수에겐 탄식보다 의지가 더 어울린다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3.01.11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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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생각의 좌표」-홍세화 저.

하늘님이 유난히 하얀색 물감을 많이 쓰는 계절이다. 수줍음에 자신을 녹이고 얼른 달아나 버린다는 첫눈이 쌓여서 예년 같지 않더니, 새해 첫날에도 눈이 펄펄 내린다.
18대 대선 결과와 하얀 눈이 결부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환호하는 승자의 기쁨 뒤에서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가는 절반에 가까운 패자들의 모습이었다. 절망하던 호흡이 가라앉을 즈음 대지를 뒤 덮는 눈을 보면서는 ‘그래 지나간 일이니 모두 덮고 살아야지 않느냐’라고 누군가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오늘 새해 첫날에 내리는 서설은 ‘자! 하얀 도화지 한 장 줄 테니 맘껏 꿈을 그려봐’라며 희망으로 일어서라고 말하고 있었다.
정서적으로는 보수적인 태를 벗어나지 못하며 나는 늘 살고 있다. 대선을 지나고 나서 궁금했다.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까? 그래서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이 ‘파리의 택시운전사’로 알려진 전 언론인이자 진보신당 대표인 홍세화 씨의 이 책‘생각의 좌표’이다.
내 생각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저자는 “세계관에는 가치관이 녹아있고, 사회화 과정에서 형성되는데 내가 뭘 보고 뭘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달렸다”고 한다. 자신을 성찰하는 출발점이기도 한 생각은 “음식물은 입안에 내가 넣지만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내 부모, 교사, 이웃, 사회이기도 하다”며 그것이 옳은지 맞는 것인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부를 하면서도 인간과 사회에 대해서는 자기 생각과 논리가 없어 우리교육은 ‘인간과 사회, 사물과 현상’에 대해서는 거의 무뇌아 수준”이라고 상기시켜준다. 끊임없는 경쟁을 강요하고,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며 ‘왜?’라는 의문대신 객관적 사실만 암기하고, 문제풀이만 잘하면 학벌경쟁에서 승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풍조는 성공하면 특권의식을 갖게 되며 당연한 보상으로 여긴다. 지식기반 사회라는 말이 부끄럽게 창조성도 상상력도 빈곤하게 만드는 우리의 교육에 대한 지적이 날카롭다.
부자들에게 더 세금을 내게 하고 국민 부담률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구성한 유럽의 나라들은 국민소득 6000~7000달러 수준일 때 이미 대학교육을 무상 또는 준 무상으로 실시하였다고 소개한다.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 한국에서는 공교육비 뿐 만 아니라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였기 때문에 나의 교육 자본은 철저하게 내 것으로 인식한다. 경쟁에서 이긴 것은 나 때문에 이긴 것이 되는 것이다. 결과도 나만을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무상교육을 통해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고 성장한 유럽의 학생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 연대감은 물론 결과적으로 올바른 시민의식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부끄럽게도 개인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서만 노력하고, 그러다보니 자기생각과 논리 없이 권력에게는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사회구성원이 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이 사회를 지배하는 물신들에 저항 할 수 있는 인간성의 항체를 기르라”고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독서와 토론, 직접적인 견문과 자아성찰을 비결로 내 놓는다.
선거에서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절망했다. 희생을 무릅쓰면서 어렵게 싸우고 노력했는데 여기까지 밖에 오지 못했나? 라고 말하기 보다는 덕분에 이나마 올 수 있었다며 희망을 말하자. 역사는 아주 더디고 지루하게 조금씩 바뀐다고 한다. 그것도 우리가 깨어있을 때 그렇다. 진심으로 바라는 소망이다. 꼭 성공한 박근혜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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