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은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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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은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다
  • 황의관 정주기자
  • 승인 2013.01.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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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참는 게 약이요, 병원 가는 길이 황천길보다 멀고 험하다” 의료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는 우리 농촌지역의 실상을 가장 뼈아프게 대변하고 있는 말이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병원은 고사하고라도 면소재지에 그나마 남아있던 약국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게 되면서 농촌의료공동화는 현실이 돼버린 지 이미 오래다.
급격한 노령화로 60대 이상의 노인들이 대부분인 농촌은 한마디로 종합병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 흙과 함께 씨름하면서 얻은 훈장(?)이라곤 병들고 지친 몸일진대 진통제나 파스 한 장을 사려해도 근처에 약국 하나 없으니 힘들고 서럽기만 하다.
설상가상 최근 폭설로 빙판이 돼버린 마을길을 힘겹게 내려와 냉동고나 다름없는 버스정류장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목이 빠져라 기다린 끝에 버스에 올라타는 것만 해도 진이 다 빠질 지경. 그렇게 버스에 몸을 맡겨 돌고 돌아 마침내 읍내에서 병원진료를 받고 약을 타 다시 집에 돌아오기까지 적게는 두 시간 많게는 반나절은 각오해야만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그야말로 약 사러 갔다가 병 얻어오는 격이다.
노인들은 젊은 사람에 비해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농기계에 의한 사고를 더 자주 겪는 편이다. 일손이 딸리는 상황에 울며 겨자 먹기로 경상이려니 위안하고 민간요법에 의지하거나 일반붕대로 감고서 일하다가 오히려 병을 키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병원이나 약국이 근처에 없다보니 농기구 내던지고 먼 길 돌아 치료받을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각 면마다 보건소가 있고 마을단위로 보건진료소가 있다지만 어두워지면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밤이 되면 농촌마을은 완벽한 의료사각지대로 전락, 철저하게 고립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의 시책에 따라 24시간 편의점에서도 소화제, 진통제 등 13가지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면과 마찬가지로 동계면의 경우도 이에 전혀 해당사항이 없어,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정작 24시간 편의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단 한군데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촌을 살리기 위한 공공의료정책이 제 역할을 해오지 못했다는 뒤늦은 반성의 목소리가 간혹 들려오기도 한다. 농촌의료부문을 총괄하는 부서신설에 대한 주장이 그것이다. 현재 보건서비스·기술 지원은 보건복지부, 농어촌특별세 지원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소 인력관리는 행정안전부가 담당한다. 총괄하는 부서가 없으니 제각각 중구난방이고 제대로 운영될 리가 없다. 또 농촌지역 대부분의 시·군에는 대형병원이 없고 응급의사가 부족해 응급의료체계의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처해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론화된 숙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농촌지역의 의료공동화를 매우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촌지역에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제시간 안에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 제대로 된 처치를 받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기적에 가깝다는 볼멘 목소리 또한 들려온다. “조금만 빨리 도착했다면” 우리주변에서 이런 탄식은 이미 일상이 돼버렸다. 
병마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게 마련이다. 특별한 대책도 없이 여전히 방치되고만 있는 의료공백에 농촌마을 사람들의 공포와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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