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해도 감사 없이는 만족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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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해도 감사 없이는 만족할 수 없다
  • 손남식 향우
  • 승인 2013.01.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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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남식 전) 국민연금공단 남원지사장

우리의 삶에서 감사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상당수 사람들은 “내가 감사할 일이 있어야 감사를 하지!”라는 주장을 많이 하지만 주변에 감사할 일은 널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두발로 걸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감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제대로 걷지 못해서 병원과 요양원에서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 뿐인가. 거동이 불편해서 요양보호사가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재가 케어(care)를 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얼마 전에 걷지 못하는 환자 한분이 “마음껏 걸으면서 하루만 살아도 좋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TV에서 본 기억이 난다. 내가 두발로 자유롭게 걸어 다닐 때는 그렇게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인 삶의 모습이다. 또 두 눈으로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는 것,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우리 주위에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보지 못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그런 시각장애인을 볼 때는 얼마나 불편할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내가 아름다운 세상을 보는 감사를 누리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삶의 현실이다.
시각장애인은 태어날 때부터 보지 못하는 선천적 장애와 정상적인 시력을 가지고 태어나 생활하다가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하여 시력을 잃은 후천적 장애가 있다. 이 두 경우 세상을 보지 못하는 것은 동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선천적인 경우는 처음부터 세상을 보지 못했고 후천적인 경우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보다가 보지 못하게 된 엄청난 차이가 있다. 만약 내가 지금 세상을 볼 수 있었는데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시력을 잃어 세상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통계에 의하면 선천적 장애보다 후천적으로 인하여 장애를 입은 경우가 몇 배나 많다는 것이다. 이런 통계결과를 통해서 나도 예비 장애인이라는 지혜를 얻게 된다. 그래서 현재는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시각장애인의 삶의 고통이 얼마나 클까 한번쯤은 깊게 그 분들의 처지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자녀가 공부를 좀 못해도 건강하다면 그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언젠가 어느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가 ‘이 애가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할 텐데 만약 내가 먼저 죽으면 어떻게 하나!’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TV에서 보았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금 더 그 어머니의 말을 들어보면서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 장애가 있는 자녀를 세상에 두고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우리 애를 누가 돌봐 주겠느냐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마음이 찡한 장면이었다.
우리공단(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인등급심사 업무를 2011년부터 시작하게 되면서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자주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2011년 영등포지사장 재직 시 만난 영등포의 어느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시각장애인은 장애인도 아니다” 라는 가히 충격적인 말이었다. 평소 나는 이 세상에서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아마 독자 분들도 내 생각과 공감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 말을 한 장애인 어머니는 시각장애인은 보지 못해서 가만히 있기 때문에 보조만 해주면 되지만 자폐나 정신장애를 가진 자녀는 그 애의 시선으로부터 단 몇 초도 다른 곳에 둘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잠깐 동안에 돌이킬 수 없는 아주 엄청난 일을 저지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 장애인 어머니는 결혼한 지 19년이 되었는데 단 한 번도 가족하고 외식을 못했다면서 정신지체 장애아와 같이는 공공장소는 아무 곳도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장애인 어머니의 말을 듣는 순간 우리 가족이 장애가 없는 나는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더 나아가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장애인 가족을 둔 가정의 삶의 실상을 들으면서 또 하나 소중한 감사를 얻은 것이다. 그 이후에는 내 자녀가 공부를 조금 못해도 좋은 직장이 아니어도 건강하다면 최고의 감사임을 제삼 깨닫게 된 것이다. 자녀에게 어릴 때부터 이런 생활 속의 소중한 감사를 깨달을 수 있는 교육정책이 절실한 시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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