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관 어르신 악기교실] 연주하는 ‘제2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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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 어르신 악기교실] 연주하는 ‘제2의 인생’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3.01.17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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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ㆍ기타ㆍ오카리나ㆍ색소폰 연주하는 그들을 만나다

▲왼쪽부터 기타를 잡은 송 할아버지와 열창중인 막내 김남중씨,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최태호, 임래열, 이춘택씨의 모습이다. 군 노인복지관 어르신 배움교실-악기교실 회원으로
 활동중인 이들은 방학 중인데도 매주 목요일 2시, 자유롭게 모여 악기 연습을 하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젊은 시절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제서야 이뤄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막내가 ‘육십 하나’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아코디언과 기타의 어우러짐 속에 두 손을 배에 얹고 희대의 명곡 ‘불효자는 웁니다’를 온 정성을 다 해 부르는 김남중씨. 올해로 예순 하나인 그는 어디 나가면 할아버지 소리를 듣고 대접받는 나이지만 매주 목요일 2시에는 막둥이가 된다. 바로 군노인복지관 악기교실 에서다. 회원 가운데 이제 갓 예순을 넘긴 그는 스무 살 터울이 넘는 형님들 사이에서는 아직 창창한 젊은이다. 
만 60세 이상 순창군민이라면 누구나 무료 수강이 가능한 어르신 배움교실은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한 여가활용과 배움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군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악기, 노래, 장수춤, 댄스스포츠, 탁구, 요가 등 9개 분야에 약 270명의 회원이 참여했으며 현재는 방학기간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탁구교실과 함께 악기교실 어르신들은 잠깐의 방학 없이 자발적으로 모여 연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젊은 시절 아련히 꿈 꿔왔던 악사의 길을 이제야 걷고 있는 악기교실 어르신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10일 군노인복지관을 찾았다. 연습실이 어딘지 묻기도 전에 벌써 아코디언 소리가 길을 안내했다.

그 시절 노래 연주하며…
지난해 3월 첫 발을 내디딘 악기교실은 약 10여명의 어르신들이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기타, 아코디언, 오카리나, 색소폰으로 구성되어 처음 6개월 동안은 강사를 통해 음악이론을 배우고 실기는 온전히 독학으로 익히는 중이다.
조금 더 잘 알고 있는 회원이 서툰 회원들을 이끌어주고 가르쳐주며 1년이라는 시간을 이어왔다. 지금은 황성옛터, 고향초, 봉선화, 칠갑산, 타향살이, 목포의 눈물, 아리랑, 갈대의 순정 등의 노래를 연주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으며 지난달에는 노인전문요양원과 은빛노인복지센터에 초청공연도 다녀왔다.
이들의 연주곡은 주로 그때 그 시절 노래들이 많다. “듣기 좋으면 뭐해. 따라 부를 수도 없는 노래는 연주하나마나야. 우리 같은 노인들이 들으면서 흥얼흥얼 따라 부르기 좋으라고 옛날 노래 위주로 연습하지”라며 ‘황성옛터’라는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눈빛이 달라진다. 악기를 손에 잡은 그 순간만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몸으로 보여주는 그들이다.

젊은 시절 접었던 ‘음악인생’
극구 이름을 밝히지 말라 하시던 송 할아버지는 올해로 여든 일곱, 악기교실의 왕고참이다. “늙은이가 추접스럽지”라는 송 할아버지의 한마디에 “무슨 말씀이시냐. 악기교실의 정신적 지주다”, “우리의 트레이드마크”라며 모두가 손사래 친다.
잠시 악기를 내려놓고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갖는 휴식시간. 세월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저마다 쏟아낸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기타에 꽂혀서 학교 밴드도 하고 그랬지. 6ㆍ25사변 때는 빨갱이로 몰리기도 하고 그랬는데 내가 또 이 기타로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고. 내가 팔십 일곱이니깐 거의 60년 만에 잡은 기타라. 서투르기는 해도 밤에 자전거 타듯이 몸이 기타를 기억하는 것 같기는 하더라고”라는 송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이춘택씨는 “아코디언 배워보겠다고 학원도 등록해서 광주까지 왔다 갔다 하기도 했어요. 학원비만 한 달에 15만원인데 별로 가르쳐주는 건 없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아코디언 동호회를 검색해서 동영상 보고 연습하고 책 보고 연습하고 그랬지요”라고 말한다.
매주 거르지 않고 구림에서 직접 운전을 해 연습을 나오는 임래열씨는 “아, 내가 좋아서 시작한 거라 할 말은 없는데 이 아코디언이 9.8킬로그램(kg)이나 나가. 한두 시간 연습하고 나면 목도 아프고 허벅다리도 아프고 노동인데 목요일만 되면 이러고 들쳐 메고 나와 있다니깐”하며 웃어 보인다.
기타와 아코디언을 둘 다 다루는 최태호씨는 “젊었을 때는 일하느라 접어뒀던 꿈이지. 가만 생각해보니까 나를 위한 시간이 하나도 없었더라고. 나이가 들면서 나를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 그래서 지금 하고 싶었던 것들 하나씩 하고 있는 거야”라며 젊을 때부터 한 가지 취미와 특기를 기르라고 당부한다.
가만히 듣고 있던 막내 김남중씨가 “구십 잡순 한 어르신이 ‘내 나이 구십이 되어 생각해보니 팔십 먹었을 때 곧 죽을 텐데 뭐하러?’ 하고서는 포기했던 일이 후회가 된다면서 백 살 먹어 후회하기 싫어 지금이라도 해보련다는 말씀을 했다지 않습니까”하는 이야기에 모두가 “그럼, 그럼. 하하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실버음악동호회라 불러줘
이날 찾은 연습실에서는 기타와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회원들만 만날 수 있었지만 색소폰을 연주하는 서준표씨와 또 한 사람 홍일점도 있다면서 참석하지 못한 회원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끈끈한 정으로 이어진 악기교실 회원들은 벌써 두 번의 초청공연을 펼쳤지만 아직 특별하게 불리는 이름이 없이 그저 ‘어르신 배움교실-악기교실’팀으로 불리고 있다. 조만간 회의를 통해 팀명을 만들 계획이라고 하는데 그때까지는 ‘실버음악동호회’라 불러달라고.
앞으로도 열정만큼은 ‘골드’인 실버음악동호회의 연주소리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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