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64) 이 세상에 한 번 왔는데 잘 살다가 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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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64) 이 세상에 한 번 왔는데 잘 살다가 가야 하지 않겠는가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3.02.01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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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이가 든다고 그냥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하는 저자의 특별한 삶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는 15년째 사형집행이 정지되어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그녀는 서울 구치소 종교위원으로 30년 동안 사형수를 상담해온 73세의 할머니이다. 사형수들은 언제 사형이 집행될지 모르기 때문에 매일 매일 ‘오늘이 마지막 날은 아닐까?’라며 마음을 졸이고 산다고 한다. 저자가 그들과 함께 지내는 특별한 삶에서 절절하게 얻은 깨달음은 “내 사전에 내일은 없다. 바로 지금이 전부다”라는 것이라고 한다.
감옥 밖에서 사는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나는 것이 그들과의 차이점 이라고 말한다. ‘내 사전에 내일은 없다’는 저자의 말에는 고개가 얼른 끄덕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의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면 내일의 희망은 갖지 말고 오늘만 바라보며 살자는 우울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책 속에 들어 갈수록 “하루하루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여기며 목숨 걸고 살아가보자”라는 가슴 뜨거운 열정의 할머니를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어른이 되어 가면서 “마음의 눈을 뜨고, 향기롭게, 경험과 지식을 잘 버무려서 소화하며 그렇게 나이 들어가자”고 말한다.
‘사형수 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불행을 깔고 나온 인생’이라는 말로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들추어낸다. 성숙하지 못한 부모, 책임감 없는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의 성장 뒤에는 그런 토양을 제공한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부모를 보면 그 아이의 앞날이 보인다”는 말로 각성의 회초리를, “장미꽃만 꽃이 아니다. 들꽃은 세상과 다투지 않고도 넉넉하고 예쁘게 피고 진다”는 말로 걱정하거나 욕심내지 말고 따뜻한 가슴으로 아이를 키우라며 어깨를 다독이듯 격려한다.
심리 상담소장이기도 한 그녀는 “인생을 지나다보면 누구나 만나게 되는 터널이 있는데 어둡다고 멈춰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조금만 지나면 터널의 끝이 나온다”라며 삶의 고비에 좀 더 용기를 내라고 말한다. 절망하지 말되 그렇다고 너무 뽐내지는 말라고 한다. 고통과 아픔은 영원하지 않고, 행복과 즐거움도 결코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죽을 때는 절대로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며 “좋은 일을, 선업을 많이 쌓아라”고 한다. 종교인으로서 지닌 경건함이 묻어나는 어른 공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번의 대장암 수술을 후에 그녀는 “운명의 그날이 오면 암을 안고 함께 가리라”며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그러고 나니 한없이 마음이 평안하고 한가로워졌음을 고백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떠나겠다” 는 말은 진정한 삶의 고수들에게서나 가능한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생의 이별을 피할 수 없는 유한의 존재이지만 ‘죽음’이라는 단어조차 가까이 두기를 꺼려한다. 두렵기 때문이다. 두 번째 대장암의 수술대위에서 마취되기 직전 마지막 기도에서 “깨어나면 의미 있는 일을 하게 해달라고. 내가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게 힘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그래서 그녀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책을 읽고 나서 제법 용감하게 치과를 다녀왔다. 치료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랫동안 아프면서도 나서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녀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한번 살아봐라. 그러면 매일 매일이 고마운 날이다. 이 세상에 한 번 왔는데 잘 살다가 가야 하지 않겠는 가라며 사소한 두려움 따위는 건너 뛰어가며 죽비를 내려치고 있었다.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면 무얼 못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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