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11)/ 뻥뻥! 대나무 터지는 소리에 서울떽 왼갖 걱정 날려버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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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11)/ 뻥뻥! 대나무 터지는 소리에 서울떽 왼갖 걱정 날려버렸지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3.02.28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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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⑪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중략)

지난 이틀동안은 구림면 달집태우기 행사에 뽀짝거림서 뛰어 다녔고(주민자치위원이라) 그 다음날은 순창문화원에서 허는 대보름맞이 달집태우기 행사에도 회원이라 뒷바라지 허러 일찍부터 진을 치고 준비했거든요. 되야지 괴기 삶음시롱 설거지 내기 윷놀이도 허는디 모도 몇 번 나옹게 재미지게 놀아불고 오는 사람들 막걸리 대접한다면서 홀짝 홀짝 얼굴 뽈개지게 먹었는디 솔찬히 마셔버렸구만요. 문화원장님이 직접 써주신 ‘서울떽 호숙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소원문도 중앙에 떠억허니 붙여놓고요. 제 이름보단 서울떽이라고 부름시롱 “워쪄 고렇게 징허게 사투리를 잘 쓴다요” 허는 통에 안그랴도 달덩이 같은 얼굴에 부끄러봐 갖고 후후, 그 통에 하늘같은 상쇠님 요구에 풍물패 안에 들어가서 지지리도 못 추는 춤도 춰 불고 했지라 잉! 아이고 지금도 통개통개 해불구만이라. 지도 알고 보면 꽤 수줍은 샥시여유.

워쨌든 옛날부터 싸움 귀경허고 불 귀경은 밥 싸들고 보러 간다는디 요렇게 산데미만헌 불뎅이를 가차이서 쳐다보는 일이 이 날 아니면 언제 볼껴? 하고 옹굴지게 불귀경 했구만요.
속이 씨원해지게 세워놓은 대나무들이 하늘이라도 태울거 맹키로 타오르는 모습에 묵은 체증들허고 쬐끔이라도 미워했던 사람들에 대한 맴 보따리도 훌러덩 꼬실라 버렸구만요. 서울떽의 오그라든 마음 터트리듯 뻥! 뻥! 대나무 터지는 소리에 농사걱정, 아이들 걱정, 건강에 대한 걱정, 쓰잘데기 없이 미리 허는 모든 걱정들꺼정 뻥! 뻥! 탁! 탁! 차버렸는디 여러분은 워쪄셨데요. 아마도 조상님들이 달집태우기를 허라고 헌 것은 오만가지 액운과 잡귀들 화악 싸질러 태워 뿔고 기냥 오지고 좋은 일들만 들어오라고 헌 것 같애요. 그러제라. 

설장은 떡국장, 보름은 너물장이라고도 허고 설은 집에서 쇠고 보름은 놈의 집에서 쇠라고 허든디 명절들은 잘 쇠셧는감요. 옛날에는 집집마다 메굿을 치고 댕긴게 곤란하더라도 겁나게들 장만허면서 나눠 먹었는디 워치케 무장무장 게을러지는건지 자꼬 줄어드네요.
명절도 내가 챙겨야 명절이제라 잉. 울 딸들이 보름 음식을 먹어봤다고 인이 백혔나 찾아 쌌는디 하도 바빠서 열사흗날부터 미리 했거든요. 토란잎싹, 취너물, 꼬사리, 토란대 너물, 콩 너물, 무시 너물, 고구마 순, 아주까리 잎, 말린가지너물, 시래기 너물까정을 다 했는디 이번엔 대여섯까지 밖에 못했거든요. 묵나물들은 잘못 삶으믄 까슬기가 있어 목 넘어 갈 때 까슬까슬해서 된장기를 쬐까해서 삶아야 목이 안간지럽다는건 다 알제라 잉! 너물도 아무나 삶는 게 아녀여서라 잘못하면 능그라져갖고 죽 되야부러서 토란대 나물이랑 토란잎싹 아주까리 잎 등은 초보자들은 망치기 따악 이제라. 지도 맨날 실패해갖고 눈총 꽤나 받았어라. 요렇게 삶아 놓은 것에다가 집간장과 들기름 널고 오물락 조물락 무쳐갖고 살짝 볶다가 들깨를 갈아 체에 받쳐서 고웁게 내린 후 한소끔 끓여 내면 찰밥과 아홉 번 먹어도 질리지 않제라. 묵나물들은 목도 안간지럽고 보드랍고 좋아라.

세가지 이상 성이 다른 사람들껏 음식을 먹어야 된다고 마을 굿 치기 전에 형님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항꾼에 모태노믄 징허니 오지고도 개미있고 재미져서 사람 입보다 겁난거시 없단 말을 실감 했었는디요.
겨우내 못 챙기묵은거 오곡 찰밥과 아홉가지 너물이랑 묵음시롱 모지란 영양보충 해갖고 심내라는 뜻이 있을거구만요. 또 한나는 묵혀놓은것 애끼놔봤자 새것 나오면 배리게 됭께  다 맹글어서 요리죠리 갈라 묵음서 정을 나누라는 뜻도 있다고 허드라구요.
옹색시런 살림에 시집살이 헌다고 맺힌거시 많은 엄니들 달집 지어 갖고 꼬시름서 속도 갈앉히고 보름 음식 나눠 먹음서 복을 쌓으라던 정월 대보름의 의미와 전통놀이들이 안 잊혀지면 쓰겠단 생각이 들더만요. 참말로 조은거는 어떡허든 챙기서라도 챙기묵고 살아야 쓸텐디요. 심들고 어려울때 옹개옹개 모아 앉아서오지게 재미난 이야그 허면서 항꾸네 일하고 항꾸네 놀고 항꾸네 아파하는 울덜네 사회가 되었으면 워쩔까? 하고 대보름달에 빌어 봤네요.

순창에 내려와서 25번째 쳐다보는 보름달 보다가 글 씀시롱 퍼뜩 떠오른 생각. ‘앗따! 보름달집 태웠다고 신문에 연재 글 쓰는 것 봉께 서울촌닭, 용 되어부렀네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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