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67) 잊지 못할 스승 산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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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67) 잊지 못할 스승 산토끼
  • 박재근 고문
  • 승인 2013.04.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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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48년 전 아마 이맘 때 쯤으로 기억한다.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는데 산토끼가 황급히 내 앞으로 오더니 지게 밑으로 들어온다. 눈을 들어보니 담비란 놈이 바짝 뒤 쫓아와 있다. 산토끼가 보호를 받으러 나에게 온 것이다. 순간 나는 엄청난 감동으로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잠시 후 담비는 물러가고 좀 더 기다렸다가 토끼는 유유히 사라져 갔으나 나는 상념 속에 빠져들어 인생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토끼의 마음에 있는 인간은 무엇이며 참으로 사람답게 사는 것은 어떤 걸 의미할까? 분명한 것은 사람이 위급에 빠진 자기를 해치지는 않으리라는 신뢰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폭설이 내려 먹을 것이 없어 생사의 기로에 서면 짐승들은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에게 구조를 요청하고 사람들은 잡아먹는다. 신뢰를 저버리는 것을 배신이라 하며 배신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산토끼가 나에게 준 교훈은 인간은 만물을 사랑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다. 어디 산토끼뿐이랴. 아마도 천하 만물은 다 그렇게 알고 믿고 기대하고 있는데 정작 인간은 만물의 기대를 배신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인간은 산토끼나 만물의 기대와는 달리 매우 사악한 존재다. 대부분의 육식 동물은 먹고 살기 위해 다른 존재를 해치지만 인간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죽이는 취미로 동물을 사냥한다. 나는 고통을 싫어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다른 생명의 고통과 죽음에 냉담하다. 인과응보는 자연의 법칙이다. 

선이 가면 선이 오며 악이 가면 악이 온다. 무왕불복(无往不復), 가기만 하며 돌아오지 않는 경우는 없으며 복기견천지지심호(復其見天地之心乎), 되돌아옴에서 하늘과 땅의 마음을 볼 수 있다.[역경] 

갖고 싶다는 소유욕은 스스로를 가두는 울타리를 만든다. 소유의식은 내 것과 남의 것, 우리 것과 너희들 것의 경계인 울타리를 만들며 울타리 밖의 불행과 고통에 대해 무감각해진다. 우리라는 말은 곧 울타리를 의미하며 울타리라는 말은 틀에 갇힘을 의미하고 인간은 틀에 갇히면 악해진다. 자기라는 틀에 갇히면 남의 아픔에 무관심해지며 우리라는 틀에 갇히면 저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우리국민이라는 틀에 갇히면 다른 국민의 아픔에 냉담하고, 우리민족의 틀에 갇히면 다른 민족의 아픔을 바꾸어 생각할 줄 모른다. 국경, 민족, 지역, 계급 등 우리라는 울타리는 인간의 생각을 가두어 배타적으로 만든다. 사악한 권력은 사악한 목적을 위해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대결의식과 증오심을 부추겨 다툼을 조장하고 다툼이 확대되면 전쟁을 만드니 소유욕이 전쟁을 만든다. 하여 소유의지는 악의 씨앗이다.

낮이 밝음은 가림이 없기 때문이며 밤의 어둠은 가림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이 맑음은 구름이라는 울타리가 없어 비움의 소통이 있기 때문이며 날이 어둠은 구름의 울타리가 가리기 때문이다. 소유는 가림이며 가림은 불통을 만들고 불통은 죽임을 만든다. 인체의 신경과 혈액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몸은 병들며 막히면 죽음이 오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만물이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악이 발생하고 막히면 재앙이 온다. 소유욕은 산야에 핀 꽃을 두고 보지 못한다. 두고 봄은 공존이요, 꺾는 것은 살해하여 소유함이다. 

무릇 모든 생명은 먹이에 의해 생명이 유지되므로 먹이는 곧 생명이다. 초목은 벌레와 초식동물의 먹이이며 벌레는 새들의 먹이이고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의 먹이이며 새와 육식동물의 분변과 시체는 식물의 먹이이다. 동물의 분변과 시체를 먹는 식물의 몸에는 동물이 있고 벌레와 새, 초식동물의 몸에는 식물이 있으며 육식동물의 몸에는 초식 동물이 있고 초식 동물의 몸에 식물이 있으니 육식동물의 몸에는 식물이 있는 것이다. 죽음이란 다른 생명으로 몸을 바꿔 전이(轉移)하는 과정으로 생사는 윤회(輪廻)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모든 생명은 서로를 주고 나누며 공존 공생함으로서 모든 생명은 한 가족인 것이다.

지구라는 한 울타리에는 만물이 살며 저마다 사랑받고, 존중받고 싶어 한다. 즉 모든 생명은 한 가족님의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하여 만물은 한 울타리 안에 있는 한울님이며 인간은 만물의 영장(靈長)이라 한다. 영(靈)은 만유(萬有)의 정기(精氣)를 의미하며 장(長)이란 길고 오래감과 첫째와 대표를 의미한다. 하여 영장이라 함은 모든 생명의 마음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오래 살려 보존하는 영혼 정신의 대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신의 기록자이며 심부름꾼이고 손ㆍ발이며 신의 입이기도 하다. 신은 소유하지 않고 마음을 비워둔 사람을 선택하여 의지를 전한다.

글 : 박재근 전북흑염소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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