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14)/ 살맛나는 시상 한번 만들어보겄다고 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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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14)/ 살맛나는 시상 한번 만들어보겄다고 왔지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3.04.11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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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⑭

다 당신입니다
                             -김용택

개나리꽃이 피면 개나리꽃이 피는 대로
살구꽃이 피면 살구꽃이 피는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그리워요.
보고 싶어요.
손잡고 싶어요.

당신입니다.

거짓뿌렁 한나도 안 보태고 지 옆에 있는 사람 하나하나가 모다 이뻐 갖고 요러코롬 고백하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워쪄신가요. 그립고 보고 잡고 손잡고 싶은 사람들이 옆에 많으면 잘살고 있는 거고 그렇지 않고 째려보고 싶고 때려 불고 싶고 얄미워 죽겠는 사람들이 많으믄 쬐까 껄쩍지근헌게 그냥 그체라 잉!

지가 한때는 문자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때가 있었제라. 끄떡허면 짧으면서도 닭살이 돋아나는 싯구를 써서 문자를 보내 쌌는디 쓰잘데기 없이 한 20명에게 한꺼번에 보내놓고 각각으로 반응허는 폼새들을 봄서 점치는 재미가 쏠쏠 했거들랑요. 그래선지 제가 총무로 몸담고 있다가 올해부터 그만 둔 3기 농업농촌 혁신대 동창들이나 구림면 주민자치위원들은 요새 문자 안 보낸다고 월매나 지를 미워하는지 몰라라! 쬐가 비싸졌다고, 서울떽이 예전 같지 않다고, 사투리로 보내는 문자 보면서 깔깔깔 웃어제끼는디 고걸 못 봉게 동백꽃 뚝뚝 떨어지듯이 서운하다고 허시등만요. 순창 문학회 총무 험시롱은 웬만치 보내서는 택도 없응게 할 말은 다 함시롱 시인들께 혼 안날 정도로 멋들어지게 써부릴려니께 두 배는 힘들구만요.

근데라. 연애 문자 이야그 허다봉께 지난주가 지가 순창에 눌러 앉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던 뜻 깊은 날이었네요. 때는 바야흐로 꽃 피려는 봄날, 농촌총각 오토바이 뒤에 타고 부안으로 놀러갔던 날이 3월 마지막 날이었는디, 하도 바빠농게 잊어버렸어라. 넘들네 각시는 기념일 안 챙겨준다고 토라진다는데 울 집은 바꿔져갖고….
아즉도 제가 농촌활동 왔다가 농촌 총각에게 반해서 시집 온 걸로 알고 계시는디요. 말 나온 김에 오늘 같은 지면을 빌어서 확실하게 밝히겠구만요. 참말로 그건 아니구만요. 꿈 많은 아가씨로 농촌에 와서 농민들과 함께 살맛나는 시상 맹글어 보겠다고 왔었는디 중간 중간은 하도 눈물 나는 일이 많응게 생략해 불고, 농민회 간사 하다가 머슴 살겠다고 오정자로 들어와서 반년 넘게 살다가 그 이듬해 정월 대보름날 혼자 독립혔당게요. 고참에 홀로 고추 농사짓겠다고 삵골에 두 마지기 밭을 빌렸는디요. 혼자 살겠다고 독립한 맞은편 집에 농촌총각이 있었는디 허필 농민회 사무국장을 맡았고 지가 또 선전부장이었걸랑요. 워쪄겄어요. 밤이면 밤마다 회의는 겁나게 잽혀 있는디 버스는 일찍 떨어져 불고 하나밖에 없는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쌩하고 달렸지라.
참 나 그 다음은 말 안혀도 고개 끄덕이다가 알듯 모를 듯 미소 지어가며 다들 소설들을 잘 써 내려가더라구요. 경험이 많으신개뵈요. 짧은 소설뿐만이 아니고 장편 대하소설도 써 내려 가던디. 고거야 내 알바 아니고, 어찌 어찌 하다가 함께 드넓은 바다를 쳐다봄시롱 정이 흠뻑 들었지요.
지금도 엄니들은 함께 일하다가도 “아! 긍께 뭣하러 요런 산중으로 시집을 와갖고 이 고생이여 잉. 높은 핵교꺼정 다녔담시롱 핀안히 앉어서 연필이나 굴릴것이지 말여”하시며 지청구 하십니다. 지는 단호하게 말하지요. “워낙에 멋있잖여요. 엄니들 호숙이 생긴걸로 봤을 때 태어날 새끼들이 걱정되는데 키도 크고 잘생겨서 애들이 이삐게 태어날 것 같더랑게요. 송아지 쌍커풀에다가 순박한 소의 눈망울 닮았잖여요. 거기다가 나훈아처럼 노래도 엄청 잘허는디, 노래도 못하는 내가 안 반하겄어요” 고로코롬 썰을 풀면 다들 암말도 못합니다. 20여년이 지난께 진흙탕 속의 진주를 알아 본 지 안목이 옳았다는 게 여지없이 확인이 되고 있거든요. 태어나는 딸 딸 딸 딸마다 쌍커풀이 이뻐서 수술비 필요 없죠. 자꾸 커지면서 제 몸매 닮아가서 두렵지만 그려도 미모 하나는 끝내주죠. 노래들도 잘하죠. 다아 아빠 덕이라고 목소리 높여 칭찬해줬더니요. 울딸들은 지네 엄마는 맨 아래층이고 지네 아빠는 63층 빌딩 보다 높다고 생각허드랑게요.
오죽하면 울 딸들이 어렸을 땐 한결같이 지엄마에게 한마디씩 했어라. “엄마는 저렇게 멋진 아빠랑 결혼해서 참말로 좋겠어.” 고등학교 2학년 쯤 되면서야 울 엄마도 꽤나 괜찮은 여자구나 하고 뒤돌아 보는 것 있죠. 지가 아무리 ‘느그 엄마도 밖에 나가면 꽤 인기 있어야’하고 말해도 호랭이가 물어갈 가시내들이 콧방귀도 안뀐당께요.
누가 우리 딸들 만나면 서울떽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고 니네 엄마도 찬찬히 뜯어보면 귀여운 구석도 많다고 이야그 좀 해주실라요.

지난 일요일 날 시제를 지내는데 8봉상을 준비했거든요. 생선과 야채 등을 다듬고 챙기는 준비 과정이 힘들지 음식하는 것은 뚝딱 뚝딱 되거든요. 양이 좀 많을 뿐 힘들이지 않고 나름 척척 해냈더니 도와주시러 온 마을 언니 말쌈 “인자 호숙이가 못하는게 없구만, 워쩜”하고 감탄하시더랑게요. 서울떽 쬐까 으쓱대도 괜찮겠지요. 워째 또 삼천포로 와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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