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란(순창읍 순화 출신) 시인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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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란(순창읍 순화 출신) 시인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 이혜선 기자
  • 승인 2013.04.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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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읍 순화 출신 이금란(48ㆍ사진) 향우가 ‘2013 시(詩)로 여는 세상-봄호’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해 ‘순창 문학’의 저력을 널리 알렸다.
당선작 ‘새로 만들어진 낭만, 벽들, 분홍이 나를 분홍이라고 부를 때’는 중년의 삶에서 풍기는 사유의 무거움과 단단함을 그녀만의 풍부한 감성과 섬세한 감각으로 풀어내 읽는 이를 한순간에 매료시킨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그의 시는 투고작 전체를 관통하는 집요하고 낯선 감각의 흐름이 있었고, 새롭기보다는 새로우려고 자기를 밀고 가는 자존심이 눈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시가 넋두리가 아니라 위로가 되고 행복해야 된다고 일깨워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며 “시에 몰두할 수 있게 응원해주고 묵묵히 견뎌준 남편과 소중한 아들딸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당선작-새로 만들어진 낭만>    -이금란

죽은 새를 키우고 있다

새는 밤으로 된 거품 속 벌레만을 잘근잘근 씹었다
공중을 잃은 동공은 강물이 흐르지 않았고
부리 끝에 매달린 울음소리는 새장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절벽 끝에서
바람을 마셔버렸다

몸집을 부풀리며 먼 아침과 대서양을 향해
날개를 키우려 했던 시간은 꺾이고
갈 수 없는 계절의 꽃은 피었다 진다
어떤 날은 시간과 꽃이 피지 않고 시들었다

뒷걸음질 쳐도 떨어질 수 없는 낭떠러지
벽이 있고, 모든 벽은 시작되는 위치에 있다
부딪치는 세계는 항상 푸른색 화면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낭떠러지는 날아가서 도달하기에 가깝고 안전한 곳

드디어 아침이야
수북한 깃털을 쓸어모으고
상처뿐인 이마를 어루만져 주는 것은
오른 손 커피잔이 뜨거워 왼 손으로 옮겨가는
지극히 낭만적인 일

저녁이 오기 전
뒤를 돌아볼 수 없는 새는 목을 꺾었다
울지 않는 새가 우는 혀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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