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지위/ 쌓아 놓은 계란이 무너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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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란지위/ 쌓아 놓은 계란이 무너지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04.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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累 쌓을 누 卵 알 란 之 어조사 지 危 위급할 위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55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제후를 찾아가 세치 혀 하나로 유세하는 세객(說客)들은 거의 모두 각 나라의  책사나 모사가 되었는데 사람들은 이들을 종횡가(縱橫家)라고 일컬었다. 그 중에 범저(范雎)라는 모사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위(衛)나라 대부인 수가(須賈)의 휘하에 있었다.
어느 날 수가가 제나라에 사절로 가면서 범저를 수행원으로 삼아 데리고 갔다. 그런데 제나라에 가보니 사람들이 수가보다 범저를 더 높게 쳐 주는 것이었다. 기분이 상한 수가는 돌아오자마자 범저가 제나라와 내통하여 비밀을 누설했다는 누명을 씌어 왕에게 고발하였다. 왕이 수가의 말만 믿고 호되게 매질하게 하였다. 그가 죽은 듯이 누워 있자 옥졸들이 가마니에 감아 변소에 던져놓고 오줌을 뿌렸다. 나중에 옥졸을 구슬려 탈옥한 후 자기를 동정한 정안평(鄭安平)을 찾아가 몸을 의탁하였다. 그리고 이름을 장록(張祿)으로 바꾸고 위나라를 탈출할 기회를 노렸다.
때마침 위나라에 온 진(秦)나라 사신 왕계(王稽)가 인재를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안평이 은밀히 그의 숙소를 찾았다. “당신에게 추천할만한 훌륭한 인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낮에는 그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많아 한밤중에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진나라로 돌아온 왕계가 왕에게 보고했다. “위나라 장록선생은 천하에 뛰어난 변사(辯士)이며 외교가입니다. 그는 진나라의 정치를 이렇게 평하고 있었습니다. ‘진나라는 알을 포개 놓은 것처럼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나를 신하로 쓰면 안전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글로써 전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제 수레를 태워 데리고 왔습니다.”
소양왕(昭襄王)이 처음에는 장록이 불손한 사람이라며 미심쩍어 했다. 하지만 나중에 왕이 그의 ‘원교근공책(遠交近攻策, 먼 나라와는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하는 정책)’ 을 듣고 재능과 진가를 인정하였다. 훗날 이 정책은 통일을 지향하는 진나라의 국시(國是)가 되었고 범저, 즉 장록은 크게 중용되어 재상에 오르게 되었다.
이 성어는 ‘쌓아 올린 계란처럼 조금만 건드리거나 흔들려도 와르르 무너지고 깨지고 마는 몹시 아슬아슬한 위기’ 라는 뜻이다. 특히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처하거나 회사가 도산의 위기에 처했을 때 이 성어를 자주 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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