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이영애 저. 「아이의 사회성」
나이 들어가며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서로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과 꾸준히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한번 관계가 틀어지면 먼 이웃처럼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마음의 벽을 높이 두르고 남이 되어 살아가버린다. “인간관계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노력뿐만 아니라,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즐겁고 행복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성을 들이고 가꿔야 하는 것”이라는 말은 그래서 어른들이 마음에 새겨두고 사용해야하는 경구인지 모른다.
오월처럼 푸르게 자라나야 할 아이들의 모습이 싱그럽지만은 않다. 아이들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실수하고 경험하며 성장하는 것이지만 휴식이나 놀이 속에서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기죽어있는 아이,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 정신없이 산만한 아이, 거짓말을 쉽게 하는 아이, 자기주장을 잘 못하거나 반대로 너무 독단적이어서 주장을 굽히지 않는 아이, 또래의 모임에 적응이 어렵고 의존적이며 상황파악 능력이 부족한 아이 등 ‘날아라 새들아 푸른 벌판을’의 밝고 자유로운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모습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것인데, 아동 상담 전문가인 저자는 이것을 아이들의 사회성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말한다.
집단 따돌림으로 악몽을 꾸고 자살하는 아이가 속출하면서 더욱 관심을 받게 된 ‘아이의 사회성’은 얼마나 사교적이고 친절하고 관용적인지, 태도는 긍정적이고 협상하는 기술이 있는지, 규칙을 잘 지키고 따뜻하고 유머가 있는지를 보면 대충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중 다행인 것은 타고난 기질의 차이는 있지만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문제는 부모와 주변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여하에 따라 크게 개선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과 잘 어울리고 어디서나 환영받는’ 아이로 키우는데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육방송(EBS)에서 진행된 ‘아이의 사생활’, ‘생방송 부모’에도 출연한 저자는 그러면서 ‘아이의 사회성 발달의 출발점은 부모’라고 말한다. 엄마는 정서적인 친밀감을 갖게 하고 아빠는 외부교류를 담당해주는 존재인데 부모가 아이와의 상호작용 즉 공감해주고 자주 대화하고 문제가 생기면 함께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소중한 경험을 쌓기 시작한다고 한다. 3단계 접근법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경험시키고 가르치는 것인데 무엇보다도 엄마 아빠가 모범적인 사회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아이의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아이의 기질을 알아야 한다. 부모와의 건강하고 좋은 관계 속에서 애착이 형성되어야 한다. 부모가 모델이 되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공감하는 능력이 싹트게 해야 한다. 세상일이 원하는 데로 다 되는 것이 아니므로 안 되는 일을 구분하게 하는 등 제지를 통해 자기를 조절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존감, 함께 어울려 살아가도록 책임감을 갖고 규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도덕성을 갖게 하는 것 등이 아이의 사회성을 키우는 핵심 열쇠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부모는 아이의 요구를 모두 들어줘서도 안 되고, 너무 엄격하게 통제만 해서도 안 된다. 큰 울타리를 쳐주고 좌절도 포기도 스스로 경험하면서 자라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의 행동하나 하나에 개입하고 원칙을 따지며 시시비비를 가리다보면, 스스로 규범을 내면화 시키지 못하고 위기만 모면하는 수준으로 아이가 정체하여 자란다. 부모가 아이에게 수용적이고 애정적이고 민주적이어야지만 과잉보호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