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16)/ 기쁨 그득한 나날들만 이어지면 참 좋겠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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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16)/ 기쁨 그득한 나날들만 이어지면 참 좋겠어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3.05.09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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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16

꽃자리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 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강천산에 노란 피나물, 하늘빛 괴불주머니와 현호색, 애기똥풀꽃이 꽃자리를 맹글고 있고 옥호봉 능선마다 철쭉꽃들이 오지게도 몸살나게 이뻐분디 한번쯤 다녀가셨능게라. 초등학교 2학년 60명과 흔들다리까정 해설함서 물놀이도 허고 김밥 소풍도 혀봤고 남원의 한 중핵교 선생님들과 구장군 폭포까정 감시롱 쬐까 야하게 어미바위, 아비바위 이야그 썰도 풀어보고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관계자들과 갈대랑 달뿌리랑 억새 이야그 전설 하다봉게 2주가 후딱 가버렸네요. 
지난 토요일에는 우리집 9남매계가 있어농게 아주버님들, 행님들 도착하신대로 섬진강 꽃 귀경 가시고 지는 잡채 솥단지 가득 볶음시롱 삘건 단풍나무 옆에다가 큰 솥단지 걸어놓고  옻 국물 가득 펄펄 끓여서 찐하게 우려놓지라. 토종닭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옻닭하고 한 마리는 압력솥에다 끓여 뜯어 먹고 무시 넣고 시원하게 술국으로 내놓을꺼구만요. 울긋불긋  쌈채소랑 산에서 뜯은 취나물과 두릅 끊어놓고 산더덕 실한 놈으로 캐 놓응게 왼갖 향기가 진동해부는 사태가 났었지요. 표고버섯과 곰취도 준비하고 오리고기, 삼겹살 간조롱히 챙겨놓고 불판에다가 쐬주 부어 닦아놓으면 준비는 끝! 아, 묵은지와 잘 익은 파지도 꺼내 놓아야 허벌나게 맛있제라. 근처에 사는 두 조카네 식구들까정 모여 놓으면 웃음꽃과 이야그 꽃이 솔솔 피어나는디 산더덕 향기만큼이나 행복한 식사시간이 됩니다. 요번 여름엔 단비아빠 조카들이 대충 잡아도 20명인디 한 집 당 3명의 자식들이 함께 옹게 워메 겁도 안나분디 몽땅 텐트 갖고 쳐들어 온다고 헝게 기냥 웃어뿐당게요. 조카사우들 모의중이란게 기냥 기둘려야지요.
생각해 봉게 <열린순창>과는 인연이 쇠심줄 같당게요. 처음엔 기냥 독자로서 귀농하신 분 인터뷰 기사 글 올렸다가 편집위원으로 들어오라는 꾀임에 홀딱 넘어가설라므네 어영구영 발 디밀었지라. 시장 할머니 인터뷰 기사도 쓰고 서평도 올리다가 갑작스레 팔자에 없는 황기자 소리를 듣게 되었구만요. 실은 제가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에 시민기자로는 활동했었지요. ‘구림중학교 아이들의 섬진강 자전거 여행’이란 글은 아주 많은 조회를 기록하기도 하고 ‘안 퍼주면 똥 싸고 밑 안 닦응것 같이 껄쩍지근혀’라는 지리산 둘레길 막걸리에 취한 기사를 쓰기도 했지요.

 

그려도 내 사전에 지역신문 기자라는 명함은 없었는디 통제가 안 되는 농사꾼 아지메의 수습기자 생활이 시작됐응게 월매나 어설펐겠어라. 카메라 메고 면민의 날 취재하러 다니는디 찍어 온 사진마당 흔들려서 쓸 만한 게 하나도 없기 일쑤고 기사를 작성해야 허는디 장황허니 수필로 써 놓응게 퇴짜 맞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제요. 땀순이인 서울떽이 하도 돌아댕김서 땀 흠뻑 젖어서 취재를 헝게 잘난 기잔줄 아는디, 그때는 정말 모자라고 쑥맥인 기자였거든요. 성격상 취재를 가면 설렁설렁 취재는 못허는디 취재 거부라도 허면 속만 태우다 돌아와서 또 가고 또 가고 했던 적도 겁나게 많았지요. 맨날 마감 날만 있는 것 같은디 10편의 기사를 작성할라다 보면 온 몸에 쥐가 나서 밤중에 자주 깨어나 가위도 눌렸어라. 시방인게 허는 얘긴디 쐬주 먹고 펑펑 울고 주정도 한 적이 있다봉게 농삿일과 독서논술 선생님과 기자라는 직업을 동시에 못하겠더라구요. 석달 수습기자 생활 끝내고 관뒀을 땐 지는 꼭 패배자 같단 생각이 들어서 한 일 년은 글을 안썼더랬습니다.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시방 생각하니 <열린순창>에서 제가 기자생활 했던 때가 고로코롬 꽃자리였고 배울게 많았던 시절이었단 생각이 팍팍 든당게요. 생고집만으로 버텼던 초짜 <열린순창> 기자시절이 꽃피는 봄이었다면 제대로 기자 생활 못한 게 미안허고 죄송시러바서 쓰기 시작한 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를 연재하는 지금은 한 여름 산 속에 핀 ‘나리꽃’ 같은 열정이랄까?
고군분투하는 <열린순창> 가족들이 있는 한 순창의 미래는 열려있다고 봉게 힘내시고 기쁨만 그득한 나날들이 이어지면 참 좋겠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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