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배우는 ‘한국어’ 부담 제로 효과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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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배우는 ‘한국어’ 부담 제로 효과 만점
  • 이혜선 기자
  • 승인 2013.05.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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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육도 맞춤시대 다문화마을학당 ‘인기’

내리쬐는 봄 햇살에 온몸이 나른해져가는 지난 3일 금요일 오후, 다문화여성들의 한국어공부를 돕기 위해 마련된 아주 특별한 교실 ‘한국어마을학당’이 개설된 읍내에 위치한 자활센터를 찾았다.
행여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문 앞에 머뭇거리기를 잠시, 때마침 밖으로 새어나오는 책 읽는 소리가 주춤해진 순간을 틈타 조심스레 들어서 교실 뒷자리 앉았다. 수업은 ‘~(이)가 아니다’의 부정표현법을 놓고 마을학당 교사 박재순(44)씨와 5명의 학생들이 한데 모여 한참을 씨름 중이었다.
‘책상이 아닙니다. 침대가 아닙니다’처럼 받침이 있고 없음에 따라 ‘이’와 ‘가’를 구별해가면서 표현하는 우리에겐 어쩌면 단순하고 지극히 당연한 용법인데, 이주여성들은 헷갈리는지 좀처럼 자연스럽게 구사하지 못한다. 많은 예를 들어 반복 또 반복, 슬슬 감이 오는지 “나비가 벌이 꿀이…” 척척 알아맞히고 또 서로가 함께 예를 들어가는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이날 만난 이주여성들은 한국에 온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학습단계로 보면 아직은 기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그동안 육아와 직장 등 바쁜 생활 탓에 체계적인 한국어공부는 언제나 뒷전에 미뤄둬야만 했다고 한다. 때문에 불이익과 불편은 늘 함께 해왔다. 어눌한 한국어 구사능력에 자신감은 떨어지고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해 시쳇말로 벙어리 냉가슴 앓듯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도 한다.
비록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일터를 직접 찾아주는 맞춤형 ‘마을학당’은 이들에게 가뭄 속 단비랄 수밖에. 때문이었을까? 춘곤증은 언감생심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또박또박 느릿느릿 따라 읽는 모습에 진지함이 가득 묻어나왔다.
사실 자활센터는 다문화여성들이 몸담고 꿈을 키우는 소중한 일터이다. 이날 만난 5명은 모두 베트남 출신으로 이들 중 3명은 행복도시락팀에서, 2명은 하우스농장팀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행복도시락팀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자신들이 직접 요리한 음식이 무의탁독거노인의 밥상에 오른다는 생각에 더욱 정성을 다한다고.
레티축안(25)씨는 “오늘은 쑥된장국, 오리고기볶음, 삼치구이, 콩나물무침 등의 반찬을 만들었다. 우리가 만든 도시락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배달되는데 많은 보람을 느낀다”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한국어공부에 소홀했는데, 앞으로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10개월 전에 국적을 취득한 배주희(32)씨는 “잘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안 돼 힘들었는데 한국요리를 배우면서 돈도 벌고 봉사도 하고 한국어 공부까지 할 수 있어 너무너무 행복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다문화마을학당이란?

순창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고재영)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입체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다문화마을학당’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학당은 센터 집합 한국어 교육에 참여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여성들에게 직접 찾아가 개별 또는 그룹으로 한국어 교육과 사례 관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찾아가는 한국어교육’은 복흥(석보리쉼터), 쌍치(금성마을), 동계(엿치는마을 사랑방), 자활센터교육장 등 8개소에 개설됐다. 이곳에서 센터소속 8명의 마을학당 교사가 현재 20여명의 이주여성들에게 매주 2회 2시간씩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박은주 코디네이터는 “센터가 읍내에 위치하고 있어 이용이 불편한 이주여성들을 위해 마을학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개인별 사례관리를 통한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이주여성들의 배움 욕구를 충족시키고 안정적인 정착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을학당은 연중 운영되고 있으며, 마을학당 교사에 관심있는 분은 순창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652-3844)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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