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록 꾸역꾸역 새어나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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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꾸역꾸역 새어나올 거예요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3.05.1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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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끝없는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2013년 5월 17ㆍ18ㆍ19일. 석가탄신일과 토ㆍ일요일이 나란히 붙은 황금연휴의 중심에 잊어서는 안 될 그 날이 속했다. 최소한의 자유를 향한 외침이 있었고 그마저 무자비하게 짓밟혔던 5월의 광주. 오는 18일, 올해로 33주년을 맞는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서 또 한 번 그들을 무시하려는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없애기에 어처구니가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의 그날 함께 하지 못하고, 시민군을 대변하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윤상원과 5월 항쟁의 한복판에서 활활 타올랐던 들불야학을 펼쳤던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황석영, 김종률, 전용호가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노래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이들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왔다. 주먹을 불끈 쥔 풀뿌리들은 “사~랑도 명예도~”라는 작은 소리에도 눈물을 흘렸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해마다 5ㆍ18민주화 운동 기념식장에 모인 이들도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끼는’ 그 곳에 서서 ‘자유’를 외치던 그들을 추모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숨어서 만든 작은 노래 테이프 하나가 5ㆍ18을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누구의 강요도 가르침도 의도도 없었다.
왜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려고 하는가. 국가보훈처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들의 노래를 무시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신할 5ㆍ18 공식 기념곡을 새로 만들겠단다. 어째서일까. 지난 2010년 5ㆍ18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식에서는 어깨춤 절로 나는 방아타령을 연주하려하더니 도대체 누가 듣기 거북하기에 노래를 없애지 못해 안달인가.
누구나가 “낳으실 제 괴로움 다잊으시고~”소리에 눈물이 나고 ‘교가’한 소절에 가슴이 뭉클한 것처럼 노래라는 것이 그렇다. 마음을 움직이는 엄청난 힘이 있다.
5월의 그날을 물들여놓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또다시 불리는 5월이다. 광주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이 노래가 꾸역꾸역 새어 나왔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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