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섬진문화제, 섬진강 자전거길 수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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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섬진문화제, 섬진강 자전거길 수놓아
  • 이혜선 기자
  • 승인 2013.05.16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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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올라 섬진강을 태우고 내달렸죠, 느림의 미학

 

흘러라 섬진강 달려라 하이킹’ 드디어 찾아온 지난 11일 제7회 섬진문화제의 날. 싱그러운 봄 햇살이 군청 앞 잔디광장에 포근히 내려앉은 환상적인 토요일 아침이다. 일상 탈출, 기분 좋은 외도에 한껏 들뜬 마음은 어서어서 자꾸 앞서나가려 한다. 자, 드디어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환호성과 함께 서서히 자전거가 구르기 시작한다. 왼발 오른발 경쾌한 리듬이 반복되고 힘을 받은 바퀴가 힘차게 돌아간다. 상쾌한 봄바람이 얼굴을 매만진다. 휙휙 스쳐가는 느티나무 사이로 경천가에 줄지은 철쭉들이 반갑게 손을 흔든다. 빠르나 느리나 그저 각자 편안한대로다. 마침내 길게 늘어진 자전거들이 봄 풍경 속으로 유유자적 흘러만 간다. 써레질 끝난 들판 너머 연초록 산야에 눈을 호강시키다보니 어느덧 향가약수터. “캬아, 오늘따라 물맛 한 번 끝내주네!” 연신 터지는 감탄사와 함께 갈증을 씻어버리고 나니, 저 멀리 새로 닦인 섬진강자전거길이 어서 오라 유혹한다.    
확 트인 시야 사이 저 먼 곳에 굽이굽이 강줄기가 아지랑이 일 듯 눈앞에 아른거린다. 발아래 강물은 금

비늘 일렁이며 모래톱 사이 물새와 어우러져 한가롭기 그지없다. 쉬엄쉬엄 조금만 당겨보면 민들레, 금계국, 배롱나무꽃, 벌노랑이, 낭아초 그 외에도 이름 모를 수많은 들꽃들이 마치 식물도감을 펼쳐놓기라도 한 듯 길 곳곳에 빼꼼히 자리하고 있다.

 

모처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였으니 이들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가다 멈추어 강둑에 제멋대로 모여 앉은 사람들도, 또 뭐가 그리 바쁜지 잽싸게 저 멀리 앞서 가버린 사람들도, 자전거만 덩그러니 세워둔 채 아예 물가로 향해버린 사람들도, 가쁜 숨을 견디면서 가는 내내 쉴 새 없이 수다를 떠는 사람들도, 개성 따라 기분 따라 즐기는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모두의 공통점은 섬진강을 사랑하고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다는 것. 따지고 보면 누구인들 거칠고 고단한 삶이 아니랴. 심지어는 우리의 아이들도 마찬가지. 너도나도 이완이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사랑하는 이들에게 때로는 수고했노라, 노고에 대한 선물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옹이처럼 꽉 닫힌 몸과 마음을 열어 달래자. 부드러운 곡선으로 수없이 많은 생명을 품어주는 강이 지척이다. 뭉친 어깨만큼이나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쓰다듬고 어루만지는 궁극의 치유자가 바로 대자연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나를 포함해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적어도 행운아일 것이다. 기분 좋은 감상이 수첩 가득 빼곡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구수하고 정감이 넘치는 사투리에 마음이 풍요롭다. “아따, 성님도 인자 다 돼버렸나삔네. 자전거가 아주 기어가구마. 나는 젊응게… 이따 저녁때나 봅시다!” 슁 지나가며 익살스런 웃음보따리를 풀어헤치는 사람. “그려 알았응게 언능 달려봐라잉. 넌 잡히면 죽을텡게!” 성난 형님이 잰걸음으로 쭉쭉 나아간다. 그렇게 사람들의 폭소를 뒤로하고 그 두 사람은 저 멀리 잘도 사라진다. 소박한 낭만이 들꽃처럼 미소로 번진다.

마나 달렸을까?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뒤로한 채 마침내 다다른 곳은 최종목적지 적성 도로관리사업소 잔디광장이다. 광장은 이미 도착한 사람들 또 자전거 없이 다른 길로 행사장을 찾은 주민들로 북적거린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를 합창으로 적성면 관평마을 이장인 최윤화씨의 사회와 함께 2부 행사가 시작됐다.
특색 있는 무대행사에 강변엔 멋과 흥이 절로 차올랐다.
7080의 향수를 자극하는 통기타 가수 이기영의 노래에 취해 박자에 맞춰 합창이 이어지고 팬소리나 팀의 팬플룻을 타고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이 은은하게 무대를 감싸 안았다.
이어 적성초 어린이들로 구성된 사물놀이의 기막히게 들어맞는 장단과 관현악반의 디즈니 영화음악 연주는 어른들의 호응과 갈채를 이끌어내며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우리문화연구회 소리노리의 김용철 대표의 설장구 공연은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못자리를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러 나온 주민들로부터 “노래 한 자리 더 혀”라는 앵콜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설장구를 친 김 대표는 “어머니들 덕분에 한 판 잘 놀고 간다”며 무대 인사를 마쳤다.
순창문학 회원들이 준비한 시화전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대 한 쪽에 마련된 4대강 사진전과 섬진강을 주제로 한 시들이 그림과 함께 전시돼 있어 자연 그대로의 강, 섬진강만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했다.

섬진문화제의 단골손님인 소래 박홍규 화백의 판화 체험은 줄을 서서 30분 넘게 기다려야만 비로소 체험이 가능할 정도로 또 다시 흥행을 이끌었다. 밀려드는 인파로 온몸을 땀으로 적시면서도 그저 행복할 따름이라는 박 화백은 “동양의 미학은 서화일체다”라며 연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날 행사는 자전거, 선풍기 등 푸짐한 경품 추첨으로 마무리됐다.

 

 섬진문화제전위원회가 주관하고 순창군·순창문학·순창자사모가 후원했으며 농협중앙회 순창군지부·삼성전자·정마트에서 협찬한 이번 제7회 섬진문화제는 ‘흘러라 섬진강 달려라 하이킹’이라는 주제로 예전에 비해 차별성과 참신함을 더했다는 평가다. 느림의 미학을 섬진강 자전거길에서 선보인 이번 섬진문화제는 섬진강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우리가 먼저 다가가 그 멋과 아름다움을 앞서 깨닫고 스스로 만끽할 때야 비로소 관광명소로 거듭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지는 계기가 됐다.          

<행사를 준비한 사람들>

 

● 김한섭 섬진문화제전위원회 위원장
“섬진강을 아끼고 사랑한 사람들만 모인 것 같다. 맑고 깨끗한 섬진강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이를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한다. 섬진강 주변을 바라보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개발만이 능사는 아니다. 자연 경관을 훼손하지 않도록 가꾸고 노력해야 하겠다.”

 

● 선재식 섬진문화제전위원회 총감독

“아름다운 섬진강을 지키는 일은 끝까지 하겠다. 4대강 공사로 다른 강은 몸살을 앓고 있는데 섬진강은 훼손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 협조해 준 자사모, 경찰 관계자에 감사드린다.”

 

● 조민영  공무원노조 순창군지부장
“섬진문화제전위원회와 연대해서 행사를 돕고 있다. 오늘은 경품으

로 운동기구세트를 내놓았다. 오늘 이 축제는 섬진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문화행사다. 여느 축제장처럼 시끌벅적하진 않지만 적은 인원이라도 충분히 자연을 느끼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만난 수상자들>

 

● 오래된 자전거상 황대성(51ㆍ순창읍)
“시각장애가 있어 앞이 잘 안 보이지만 자전거만 있으면 못 갈 데가 없다. 자전거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타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대의 자전거가 거쳐 갔다. 지금 타고 있는 자전거는 3년가량 소중한 나의 길벗이 돼주고 있다. 맑은 공기도 마시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모처럼 이웃들과 함께 해 기분 좋은 하루였다.”

 

● 가족행복상 김선미(34ㆍ순창읍 남계리)
-아들 종수(순중 1년), 훈(6)과 참석

“아들 둘과 함께 참석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여섯 살 배기 둘째를 자전거에 태워 오느라 조금은 힘들었지만 모처럼 아이들과 자연을 벗 삼아 자전거 길에 오르니 즐겁고 상쾌한 마음이었다. 섬진강변을 따라 오면서 평소에 지나치던 들꽃들도 많이 봤다.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 많이 쌓은 것 같다.”

 

● 붕어빵가족상 윤규송(54·순창읍 남계리)
-아들 영재(제일고 3년)와 참석

“아들이 고 3이라 입시 스트레스가 많은데 이렇게 맑은 공기도 마시면서 모처럼 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아들과 함께 공연도 보고 판화체험도 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을 쌓고 간다. 행복가족상에 자전거까지 경품으로 받게 돼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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