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웰빙은 짧고 웰다잉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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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웰빙은 짧고 웰다잉은 길다?
  • 고윤석 향우기자
  • 승인 2013.05.30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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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노래나 시(詩)에 수없이 등장하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글귀는 희랍의 의성 히포크라테스의 말로써 그의 잠언집 첫머리에 나온다. 흔히 ‘예술가의 인생은 짧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오랜 생명을 지닌다’는 뜻으로 사용되나 히포크라테스의 경우 기술, 특히 의술을 가리키는 것으로 “사람의 일생은 극히 짧은데 의술을 닦기란 어려운 것이 아니니 이에 종사하려는 자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의 가르침이었다고 고서(古書)에 기록한다.
요즘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우리사회에 웰빙(Well Being)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웰빙이란 요즘 쓰임이 확대되면서 몸과 마음의 안녕과 행복, 잘 먹고 잘살기, 멋있고 행복한 삶, 건강하고 여유 있는 삶의 문화 등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웰빙족, 웰빙식품, 웰빙상품과 같은 파생어가 생기는가 싶더니, 심지어는 웰이팅(Well eating), 웰변(Well 便), 웰미(Well 米;과자이름) 따위의 황당한 말까지 만들어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요즘 웰다잉(Weel dying)이란 말이 유행이다. 인생의 마무리를 잘 하자는 뜻으로 웰엔딩(Well ending)이라고도 하는데 잘 죽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잘 죽는다는 말은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품위 있게 죽는다’는 뜻이다.
죽음이라는 삶의 끝자락에서 아등바등 매달리지 않고 마치 즐거운 나들이를 왔다가 돌아가듯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면 이것이 인생의 마지막 행복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두려워하는 것 같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특히 우리나라는 내세를 믿는 종교가 크게 번성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편이라고 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웰다잉 운동이 호응을 얻어 임종을 맞는 환자에 대해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까지 제정해 놓기도 하였다. 프랑스에서는 환자가 존엄사(尊嚴死)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고 임종 때까지 간호와 호스피스(Hospice)의료봉사가 제공되는 ‘인생의 마지막에 대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미국과 대만,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이미 호스피스 시설에 임종실을 마련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았다고 한다.
여기서 호스피스란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잠시나마 생명을 연장시키는 의술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최대한 베푸는 봉사활동을 가리킨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5년 1월 국립암센터가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면서 이제 웰다잉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이를 위한 준비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불교계에서 웰다잉 체험 교실을 운영하는가 하면 대학에서는 자살 예방 교육과 생사학 연구소를 열고 죽음 준비 교육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강의하는 교수도 있다. 영국의 노인 심리학자 브롬리는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하면서 보내고, 나머지 4분의 3은 늙어가면서 보낸다”라고 일찍이 말했듯이 지금의 고령화 사회에서는 더욱 늙어가는 시간은 길고 그 과정 또한 매우 중요하다. “사람이 아름답게 죽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름답게 늙어가는 일이다”고 앙드레지드가 말했듯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늙어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듯이 웰에이징(Well aging, 아름답게 늙는 것)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과의 관계가 중요한 것 같다.
라이프싸이클 모 연구소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열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나이가 들면서 4대 고통이 나타난다고 한다. 첫째는 질병이고, 둘째는 고독감, 셋째는 경제적 빈곤, 넷째는 역할상실이란다. 누가 노년을 초라하지 않고 우아하게 보낼 줄 몰라서 그러겠는가? 알고 있지만 점점 의욕과 열정을 잃어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속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평균수명이 79.1세로 노인천국사회에서는 안 늙기를 바라기보다 늙되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아름답고 멋지게 늙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9988234’라는 숫자조합의 의미가 우리나라 노인사회에서는 주문(呪文)처럼 회자된 지 오래다.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은 후 죽는다는 그 숫자조합은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삶의 마감 이상론에 동감하고 통감할 것이다. 다만,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건강까지 건강해야할 이유가 절체절명의 순간까지 나를 옥죄고 있을 터이니 하루라도 빨리 웰다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선인들이 노래한 “노세노세~ 젊어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의 노랫말의 깊은 뜻을 오늘에 다시 되새겨 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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