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사람이 경험과 지혜를 모아서 준비를 했고 제법 홍보에도 신경을 썼으나 축제나 공연에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았다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시작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판 되돌리듯 해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누군가의 한 말씀이 길고 지루하고 원고를 보고 읽거나 전혀 분위기와 맞지 않는 농담과 이야기, 예정에도 없던 다른 사람을 소개하는 등 스스로 사회자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치밀한 연습과 준비가 부족해서 진행자가 말을 더듬고 실수하는 등 딱딱하고 매끄럽지 못한다면 공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리 주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며 약간씩 아쉬움이 들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지난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이 책은 저자가 트위터 상에서 했던 짧은 말(맨션)들에 살을 붙이고 특정한 공간들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담은 수필, 그리고 공연 연출가로서 자신이 인터뷰한 내용을 합친 것인데 나는 공연 연출가로서의 그의 생각과 이야기에만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는 최고의 공연을 위해서라면 고집이 대단한 사람으로 평이 나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공연 연출 이후 압력이 작용하여 대부분의 공연이 안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대학에서 공연예술 기획론, 제작론, 문화 컨텐츠 제작론, 20세기 대중문화사 등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나꼼수 공연, 4대강 반대공연 등 시대적 소명이 담긴 기획을 맡아서 ‘생각과 과장, 상징과 비유’로 관객을 설득해온 공연 연출의 유쾌한 젊은 오빠였다.
좋은 공연을 위해서는 “관객이 상상한 것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관객은 찾아온다. 무대 위에 ‘누가 나오느냐’는 그래서 기대감을 높이는 관건이 되기도 한다. 구성은 완벽하게 짜여진 각본까진 아니지만 세밀하고 탄탄해야하고 관객과 무대가 흐름을 탈 수 있도록 맥락과 감정선을 고려해야 하며, 감동이 터지는 대목을 적절하게 배치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사람이 모였다면 관객의 마음을 여는 것이 우선이다. 음악공연에서 앞의 한 두곡 정도를 가볍게 버리기도 하고, 사전 진행자가 나와서 가벼운 진행으로 분위기를 일구는 작업은 그래서 필요하다. 관객들은 마음이 완전히 열리고 나서야 비로소 웃고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무대와 객석의 높이에 대해서 소통이 이뤄지고 감동이 만들어지는 ‘심리적 높이’가 같도록 조정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무대가 관객을 압도해버리면 관객은 그 무대를 경외하게는 되지만 쉽게 마음을 열기가 어렵고, 반대로 객석이 무대를 압도해버리면 무대가 너무 초라해져 버린다는 설명이다. 공연무대의 외적 기본 구도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공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대를 만드는 연출자의 몫이 크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참여하는 관객들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들에게 하는 말이다. ‘어디 어떻게 하나보자’, ‘그래 어디 한 번 해봐라’는 심정으로 표정 없이 무대를 향하고 있다면 관객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공연의 조건으로 관객 역시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것은 결국 우리가 마음을 열고 함께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연에서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 하는 것이다. 감동은 가슴이 뜨거워져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그들을 감성적으로 만들어라!”는 것이 그가 말하는 공연 성패의 열쇠 말이다.

이완준 문지기쇠 wjun777@daum.net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