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 분명 사슴인 게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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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록위마/ 분명 사슴인 게 맞는데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07.1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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指 가리킬지, 鹿 사슴 록, 爲 할 위, 馬 말 마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60

사마천(司馬遷)의《史記ㆍ秦始皇本紀(사기ㆍ진시황본기)》에 나온다.
승상오야 위록위마(丞相誤耶 謂鹿爲馬) “승상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오? 사슴을 말이라고 하다니.”

진(秦, BC221-BC206)나라 시황제가 죽자 환관 조고(趙高)가 거짓 조서를 꾸며 현명한 태자 부소(扶蘇)를 죽게 하고, 나이 어린 용렬한 호해(胡亥)를 세워 2세 황제로 삼았다.
조고는 남을 잘 기만하는 탐욕스러운 야심가로서 황제를 안중에도 두지 않은 자였다. 우선 이전의 승상인 이사(李斯)를 비롯한 많은 옛 신하들을 죽이고 조정의 실권을 쥐어 승상이 되더니 황제 자리를 찬탈할 역심을 품고 있었다. 다만 일부 대신들이 불복할까 봐 걱정이 되어 우선 조정 내에서 자기의 영향력과 세력이 얼마나 되는지 한 번 시험해 보려고 황제에게 사슴 한 마리를 바치며 이렇게 말했다.
“폐하. 이것은 대완국(大宛國)이 진상한 천리마로서….”
조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호해가 말을 끊고 물었다.
“승상, 지금 무슨 우스갯소리를 하는 거요? 이게 사슴이지 어찌 말이라고 하오? 하하!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군요?”
조고가 얼굴을 내밀고 대신들을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분명히 말인데 폐하는 어찌 사슴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조고가 매우 강하게 말하므로 호해가 일시 당황하였다.
“좋소. 승상은 말이라고 하고 짐은 사슴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대신들은 과연 어떻게 말하는지 봅시다.”
신하들이 크게 놀라 걱정이 되었다. ‘이것 참 큰일이다. 분명히 사슴인데 만일 그대로 말하면 승상에게 죄를 짓는 것이고,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황제를 속이는 것이 되는데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모두들 어찌해야 좋을지 난감해 하고 있을 때 조고가 다시 험상궂은 얼굴을 보이고 대단한 기세로 다그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하들이 그만 벌벌 떨며 대답했다. “마, 말이 맞습니다….”
조고가 마침내 매우 만족하여 웃고, 호해는 정말 어이없어 하며 왜 신하들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대답했는지 알 수가 없어 갑갑하기만 하였다.
이처럼 방약무도(傍若無道)한 조고는 나중에 자기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은 일부 대신들을 누명을 씌워 귀양을 보내거나 참살하였다. 훗날 진나라 타도의 반란이 일어나고 유방의 군사가 도읍 함양(咸陽)을 향해 진격해 오자 조고는 호해에게 자결하게 하였다. 이어서 스스로 황제가 되고자 했으나 대신들의 호응이 없으므로 부득불 옛 태자 부소의 아들 자영을 세워 3세 황제로 삼았다.
그러나 자영이 선수를 쳐 조고를 주살한 후 이미 대세가 기울어진 것을 보고 함양에 먼저 들어온 유방에게 옥새를 바쳤다.
이처럼 조고가 행한 속임수는 훗날 하나의 성어가 되어 흑백이 전도되고 시비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를 비유하는데 사용하였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하고,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보이는 대로 말하지 못하고 시류에 따라 합류해버리는 나약한 모습을 볼 때마다 떠오르게 하는 성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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