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지글~ 보글보글” 요리의 세상에 푹 빠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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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 보글보글” 요리의 세상에 푹 빠진 아이들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3.07.19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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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고ㆍ제일고 특수학급 친구들의 직업체험교육 현장…아이쿡 최은경 대표와 ‘음식 만들기’

▲①엄마와 딸 같은 그들이다. 조순자(왼쪽 세번째) 교사가 은지, 설, 민경이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그릇을 씻고 있다. ②동글동글 초코크랙쿠키의 모양을 잡는데 열중인 희곤이. ③계란 거품을 내고 있는 병일이, 카메라를 가까이 대자 쑥스러운듯 웃는다. ④쿠키를 부풀어오르게 하는 베이킹파우더의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 물에 타서 직접 보여주는 최은경 대표. ⑤돼지갈비찜에 들어갈 감자와 당근의 모서리를 다듬고 있는 섬세한 손길의 주인공 인호.
“여러분이 만들고 있는 건 초코크랙쿠키라는 거예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들은 이 쿠키를 보고 ‘공룡알’같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쿠키 표면이 갈라진 모습이 꼭 알을 깨고나오려는 공룡 같다고. 이따가 오븐에서 구워진 쿠키를 보면 정말 그렇게 보일거예요.”
순창읍 중앙로에 위치한 아이쿡 아카데미 전북지사(대표 최은경) 실습장. 전자저울 위에 초콜릿과 버터를 넣으며 무게를 맞추는 동계고등학교(교장 이황근)ㆍ제일고등학교(교장 박일범) 특수학급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가스 불을 다루는 손길, 돼지갈비찜에 들어갈 감자와 당근을 다듬는 칼질 솜씨도 다부지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절대 해 낼 수 없을 것 같았던 12주 전과는 차원이 달라진 아이들의 요리솜씨에 지도교사는 물론 최은경(37ㆍ순창읍 순화) 대표도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12주 동안의 놀라운 변화
교육지원청(교육장 유현상)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군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실시했던 상반기 직업체험교육-요리교실이 지난 15일 마지막 시간을 맞았다. 첫 시간, ‘요리를 배우러 온 게 아니라 먹으러’ 아이쿡 아카데미를 찾았었던 아이들이 3개월 동안 보여준 변화는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마지막 시간이었기에 더욱 집중력이 높아진 건지 아이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이 났다. 특히 장애를 갖고 있지만 ‘한식조리사’라는 꿈을 갖고 열심히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은지(동계고 2년)학생은 “재미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려웠지만 요즘은 학교에서도 틈 날 때 마다 연습하면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아이들이 만든 요리는 ‘초코크랙쿠키’와 ‘돼지갈비찜’이었다. 먼저 시작한 요리는 초코크랙쿠키. 재료 준비와 계량 후 초콜릿과 버터를 중탕으로 녹였다가 다시 꺼내 식혔다 다시 중탕하기를 반복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불을 가까이 하는 작업이었기에 아이들이 어려워할 법도 하고 선생님의 도움을 바랄법도 했지만 그저 도움은 ‘말’뿐이었다. ‘이렇게 하세요, 이걸 주의하세요’라는 설명에 따라 아이들은 직접 스스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칼 다루는 솜씨도 제법
이날, 교복은 다르지만 똑같은 앞치마를 두른 8명의 아이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카메라에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괜히 신경 안 쓰는 척 하기도 하고 렌즈를 뚫듯 바라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혼합한 초콜릿과 버터가 잘 어우러지자 최은경 대표는 중탕으로 녹인 초콜릿에 넣을 ‘베이킹파우더’에 대해 설명했다. 컵 속에 든 물에 베이킹파우더가 들어가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습에 아이들은 집중했다. 쿠키가 부풀어 오르는 역할을 하는 베이킹파우더에 대해 눈으로 보고 배우는 아이들은 질문도, 대답도 끊임없이 던졌다.
박력분으로 쿠키 반죽을 마친 후 냉동실에 넣어 놓고 두 번째 요리, 돼지갈비찜 준비가 시작됐다. 도마를 준비하라는 말에 가지런히 놓인 도마를 척척 앞에 놓고 칼을 나누라는 이야기에 조심스레 도마 위에 칼을 얹고 재료를 기다리는 아이들. 
앞에 선 최은경 대표는 직접 갈비뼈가 붙은 고기를 손질하는 법을 보여줬다. 스윽 눈으로 본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칼을 들고 고기 손질에 들어갔다. 옆에서 칼을 잡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대신 해주지도 않았다. 아이들 스스로 고기에 칼집을 내고 지방을 떼어냈다. 갈비찜에 들어갈 감자와 당근의 껍질을 깎고 모서리를 다듬는 일도 아이들이 직접 했다.

요리를 가르치고 정을 배우고
아이들은 누가 시키기도 전에 먼저 나서는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이렇게요? 이게 맞아요?”라며 강사와 지도교사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서로서로 모르는 것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렇게 변화하기까지는 아이들과 친해지고 요리에 좀 더 재미를 느끼게 하고자 고민한 최은경 대표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는 “처음 아이들을 만났을 때는 요리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요리를 배우기보다 먹으러 오는 아이들이었는데 한 달이 지나고 10주를 넘기니 아이들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직접 칼을 들고 요리를 하게 된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조순자 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는 “아이들 호응이 좋다. 스스로 요리를 해내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2학기에도 요리교실을 이어갈 계획 중에 있다. 요리가 아이들 힐링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2시간 30분 동안의 요리를 마치고 초코크랙쿠키가 오븐에서 나왔다. 아이들은 돼지갈비찜이 익어가는 냄새를 맡으며 쿠키를 예쁘게 포장했다. 곧바로 돼지갈비찜이 완성, 그러나 만들어진 요리를 먹어보기도 전에 최은경 대표는 동계고 아이들을 챙기기 바빴다. 군내버스를 타고 순창읍까지 나오는 아이들이 버스 시간에 늦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김상현 동계고 특수교육 담당교사는 5명의 학생들을 인솔하여 동계로 향하는 군내버스에 올랐다. 아이들은 최은경 강사와의 시간이 못내 아쉬운 듯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하고 “문자를 남기겠다”고 말했다.

아이쿡 아카데미에서는
다섯 아이들을 보내고 세 명의 아이들과 김명숙 제일고 특수교육 담당교사가 남았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돼지갈비찜을 맛보며 웃음을 지었다. 예쁘게 포장한 쿠키는 누구를 줄 요량인지 더 이상 맛보지 않고 고이 모셔 놨다. 아이들도 최은경 대표도 아쉬움을 감춘 채 작별인사를 나눴다.  
사단법인 한국식문화교육협회 부설 아이쿡 아카데미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이자 학습인 요리를 통해 정서적이고 이성적인 두뇌의 조화로운 발달을 돕고 사회성을 길러주는 아동요리전문교육기관이다.
최은경 대표가 이끌어가는 전북지사는 우리 군을 비롯해 임실, 익산 등 이웃 지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장애아동 직업체험교육-요리교실 외에도 군내 어린이집 및 학교 등에서 아동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순창군청소년센터에서 실시한 놀라운 토요일 체험교실에서 ‘요리교실’을 운영, 호응을 얻었으며 군내 여성들에게 맞춤형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군에서 운영한 아동요리지도사 양성과정을 담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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