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걱정 잊어뿔고 오늘은 그냥 흔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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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걱정 잊어뿔고 오늘은 그냥 흔드세요!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3.08.0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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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매주 월요일, 풍산면주민자치센터 ‘찾아가는 노래교실 모정노래방’ 인기

▲풍산면주민자치센터 찾아가는 노래교실 모정노래방이 지난 5일 소촌마을 어르신들을 찾았다. 노래를 따라부르고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 마을 주민들.

풍산면주민자치센터 찾아가는 모정노래방 ‘소촌마을’편

“초가삼간 집을 지은 내 고향 정든 땅~ 아기염소 벗을 삼아~ 논밭 길을 가노라면~ 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 것을~ 왜 남들은 고향을 버릴까 고향을 버릴까~ 나는야 ‘소촌’ 살리라~ 부모님 모시고 효도 하면서 ‘소촌’에 살리라~!”
공옥자 강사의 마이크를 건네받은 김사진 소촌마을 이장이 “18번 내 노래가 나왔다”면서 ‘흙에 살리라’를 열창했다. 마을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회관 가득 퍼진다.
풍산면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이훈도)가 순창군ㆍ풍산면과 함께 주최하는 ‘찾아가는 노래교실 모정노래방’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여름철 농한기를 맞아 지난달 15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모정노래방’은 면소재지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는 고령의 어르신들을 위해 기획됐다.
이훈도 위원장은 “면소재지에 위치한 주민자치센터에서 매주 화ㆍ수요일 공옥자 강사의 진행으로 열렸던 ‘노래교실’이 주민들의 많은 호응을 얻으며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많으신 어른들은 자가용도 없고 버스도 다니지 않아 센터까지 오시지 못했다. 그래서 여름 농한기에 모정에 모여계시는 어른들을 직접 찾아가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래는 더위를 싣고
지난 5일, ‘찾아가는 모정노래방’이 소촌 마을을 찾았다. 모정에서 쉬고 있던 어르신들과 이장의 안내방송을 듣고 나온 주민들까지 약 20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원래는 모정에서 진행해야 했으나 이 날은 무더위가 더욱 심해 마을회관으로 장소를 옮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동안 에어컨 틀어진 작은 방을 노랫소리가 가득 메웠다.
격려를 위해 방문한 설제훈 면장은 “날씨는 덥지만 이렇게 모이신 만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황숙주 군수의 부인 권필남 여사도 이날 소촌마을을 방문해 “어르신들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갑다. 유난히 더운 여름, 건강하시길 바라며 흥겨운 시간으로 채우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 많이 치시는 분들은 3대가 건강하고 부자 되고 잘 사실 것이고 박수 안치시는 분들은 그냥 저냥 사실 것”이라며 재미난 4개국 인사말로 마이크를 잡은 공옥자 강사는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 지면 못노나니~”라며 첫 곡을 시작했다. 이어 번지 없는 주막, 여자의 일생, 정말 좋았네 등의 노래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아이마냥 좋아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강사도 덩달아 신이 났다.

궁짜라작작 띠리디리
신나게 강사의 노래를 따라 부르다 ‘흙에 살리라’라는 노래가 나오자 김사진 이장이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이어 주민들의 무반주 노래자랑이 시작되고 재미난 반주가 뒤따랐다. 성능 좋은 반주기도 소촌 어르신들의 ‘입 반주’를 따라가지 못했다. 박수 장단에 맞춰 “저 푸른 초원 위에”하면 “궁짜라작작 띠리디리”하고 “구름 같은 집을 짓고”하면 “따라디리 따리다단”이라는 휘황찬란한 입 반주가 뒤따랐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하면 또 다시 “으쌰으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소촌’만의 합창을 뽐냈다. 노래가 시작되면 서둘러 반주를 준비하던 강사도 이내 반주 찾기를 멈추고 목소리로 장단을 맞췄다.
깜짝 방문한 이미정(51ㆍ풍산 하죽) 주민자치위원은 “계속 앉아 계시면 다리 아프니 일어서서 흔드세요”라며 모두를 일으켜 세웠다. 빙 둘러 앉은 어르신들이 하나 둘 일어섰다.
마비로 인해 몸을 움직이기 불편한 김문기(73)씨도 “옛날만큼 흔들진 못해도 아직 실력이 죽지 않았다. 이렇게 흥겹고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어깨를 흔들었다.
“노래도 잘 허고 춤도 잘 추고 맨날 와서 놀아주믄 쓰겄네”라는 어르신의 한 마디에 “어머니가 부르시면 또 와야지요”라는 재치 있는 답이 돌아왔다. 세 차례 대가, 상촌, 우곡 마을에서 찾아가는 모정노래방을 펼쳤던 강사는 “소촌 어머니들이 호응은 최고”라고 말했다.

재미난 손가락 운동은 ‘덤’
한 더위에 쉬는 시간 없이 노래교실은 절정을 이뤘다. 한바탕 흔들어대며 흘린 땀을 식게 하는 치매예방 손가락 운동이 시작됐다. 강사는 오른손은 손가락을 접으면서 숫자를 세고 왼손을 손가락을 펴면서 숫자를 세는 치매예방법을 소개했다.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졌다.
“아이고, 못살겄네. 못 허겄어!”, “왜, 왜, 맞어~ 요, 요, 아니여?” 등 강사의 손과 자신의 손 모양이 같은지 이쪽저쪽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박수 놀이와 스트레칭으로 잠시 몸을 풀고 숨을 고른 뒤 다시 또 ‘한바탕 흔들기’가 이어졌다.
끊임없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던 이용길(77) 씨는 “농사일에 바빠서 문화생활을 즐길 시간이 없었는데 마을을 직접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주니 고맙다”면서 즐거워했다. 김삼순(67)씨도 “시골 사람들 맨 일만 하고 사는데 잠깐이라도 이렇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니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고 말했다.

올 겨울 또 올게요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훈도 풍산면주민자치위원장과 김동기 소촌새마을지도자 등이 미리 모정에 준비한 다과에 어르신들이 둘러앉았다. 시원한 수박 한 조각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 또 저렇게 환히 웃는 어르신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찾아가는 노래교실 모정노래방’은 오는 12일 하죽마을, 19일 도치마을, 26일 대가마을을 찾아갈 예정이다. 26일을 끝으로 이번 모정노래방은 막을 내리지만 오는 11월, 가을철 농번기가 끝날 무렵에 다시 또 풍산면 주민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훈도 주민자치위원장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는데 호응이 너무 좋아 올 겨울 농한기에도 모정노래방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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