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사신을 뫼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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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사신을 뫼셔야 한다
  • 주건국 독자
  • 승인 2013.08.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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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건국 (금과 매우)

금과면에는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농신제를 모시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현재까지 남아있는 노동요에서도 가장 원초적 협동성과 공동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역사적 발달 과정을 놓고 여러 모습을 추정해보면 대략 고려시대 후기 정도에서 처음 시작됐을 것 보입니다.
농신제는 농경문화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백성들 사이에 자연 발생적으로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최소한 600년 세월을 이곳 순창의 작은 산촌 고을 농민들 가슴속에서 고스란히 살아 생동감을 더해주는 농신제는 우리시대의 농업 부문에서 현존하는 가장 값진 민족 문화라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금과에서는 순창농요 금과들소리로 농신제를 시작합니다. 금과들소리는 농사의 시작부터 수확 후 나눔의 미덕은 물론 사이사이 저자(시장)에서 장을 보고 지경을 닫고 방아를 찧고 나래를 엮어 씌우는 등 농경문화 사회의 전 과정을 상세하게, 그리고 사실적 표현으로 전개합니다. 김매기의 마지막, 하늘에 좋은 날씨로 곡식들이 부디 잘 여물어 풍년 수확을 비는 농신제가 엄숙히 거행됩니다. 이때 제주는 고을의 주인마님이 맡고 집사는 풍수지리와 예방 규칙을 잘 아는 선비가 맡아 농사신께 간절히 축을 드립니다. 고천하는 동안 고을의 향리는 물론 지나는 행인들 모두가 엄숙히 머리 숙여 풍년 농사를 기원하게 됩니다.
또한 농사의 신에게 본제를 다 드리고 나서는 고을에서 가장 노동력이 뛰어난 상머슴이 앞에 나와 농신 제단에 술을 괴고 절한 후 넓은 들녘을 보면서 꼬시레(고스레)를 하는데 “금년에도 풍년, 내년에도 풍년, 연년히 풍년 들게 하소서, 꼬시레”라는 참으로 가슴 뭉클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합니다.
요즘 텔레비전 공익 광고에 조선시대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사직단의 중요한 의미를 매일 계속 방송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식량의 소중함을 알고 생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민본 중심의 정치 방향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뒤돌아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이기는 하지만 모름지기 국력이란 국가 사회의 큰 틀에서 민본과 기본권이 고루 보장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초기 순창 출신이던 무학 대사는 동내 건너편 회문산 만일사 자리에서 만일을 기도한 끝에 염력이 도통한 선사가 되어 조선의 도읍을 한양으로 정하고 궁궐을 세우게 하니 오직 국태민안을 중심 사상에 두고 하늘에 기운을 받아 풍수지리로 대궐 각 자리를 정할 때 지금의 경복궁 뒤 청와대 반송공원 동쪽에 농신이 강림하고 백성이 안민할 자리를 택하여 임금이 직접 근농을 실천함으로써 만백성의 뜻을 헤아리고 식량을 소중히 해 백성을 섬기는 민본 사상을 키울 수 있도록 아홉개의 논배미를 설치하여 경작했었다고 합니다. 이후에 하륜대감(지금의 국무총리)도 경작지의 선택을 높게 평가하고 하늘의 기운이 무궁한 택지로 나라의 직분자들과 만백성이 함께 모셔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니다. 조선이 500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은 이같이 신성한 가슴으로 선조들의 지혜가 서로 잘 맞아 유구한 역사를 꽃피워 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최근에 청와대 논배미를 매립하고 그 자리에 콘크리트 건물을 세워 외국 사절단 숙소로 활용한 뒤부터 우리나라 농업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소비 시장에는 외국 농산물이 노도처럼 밀려와 국민의 식량을 대용하고 조국 농업이 파탄 지경에 빠지고 있으면서도 전반적으로는 우리 농업을 비롯해 전체적 산업이 도미노처럼 공동화 취락을 당하는 형국입니다. 농경문화 국가인 우리나라는 건국 이후 오늘날까지 차별적인 민족성으로 이어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합니다. 글로벌 세계라 할지라도 독특한 우리 민족의 올바른 역사 인식과 자주적 경제 방식이 다소 외국인이 보기에 이상하다 할지라도 하늘과 민족의 혼이 담긴 소중한 생명이고 민본적 사회 국가임을 바르게 이해시켜 가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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