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난히 페이퍼 단어, 많이 등장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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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난히 페이퍼 단어, 많이 등장하는 시대다
  • 손남식 향우
  • 승인 2013.08.16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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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남식 전) 국민연금공단 남원지사장

종이 호랑이라는 격언이 있다. 겉보기에는 힘이 센 것 같으나 사실은 매우 약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조금 쉽게 기술하면 종이에는 그럴듯한 계획이 담겨져 있는 것 같지만 실체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경우를 빗대서 하는 말이다.
버진아일랜드, 쿡 아일랜드, 라부안, 케이만 등 해외 10여개 국가에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 일명 종이회사)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조세피난, 재산 도피, 비자금 은닉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고 있다. 1970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에서 해외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이 무려 830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다. 영업활동이나 생산 활동은 없이 사업자등록만 있는 기업을 말하기도 한다. 편법적이거나 불법적인 것이 대부분이며 세금을 절감ㆍ탈루하고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키거나 기업주의 비자금을 은닉하는 은밀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행태이다. 조세피난이 설립목적이기 때문에 고용인도 사업장도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뉴스타파에 의하면 국내 재벌그룹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업대표, 기업 간부 또는 친인척 명이로 이렇게 조세피난처인 Paper Company를 설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애국자라는 말을 한다.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은 그 만큼 소득이 많거나 재산이 많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기가 노력해서 기업을 확대하고 고용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애국자 중 애국자인 것이다.
그런데 기업매출이 늘고 수익이 증가해서 기업이 성장한 것은 그 뒤에 소비자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소비자가 기업성장의 일등공신이고 그 소비자가 바로 국민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소비자의 기여로 성장한 기업이 낸 세금은 바로 소비자이기도 한 국민을 위하여 쓰여 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과 소비자인 국민과는 공생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 성장한 이후에는 국민(소비자)에게 사용되어지는 세금을 탈루하기 위하여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기업주는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어떻게 내가 대한민국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주라고 해외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에 구속된 삼성 창업자(이병철)의 장손인 씨제이(CJ)그룹 이재현회장으로부터 국세청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하여 미화 30만달러(한화 3억 3000만원)를 수뢰한 혐의로 국세청 전 허병익차장이 구속되었다. 이어 당시 국세청 수장이었던 전 전군표청장도 CJ로부터 억대의 뇌물수뢰 혐의로 구속되면서 국세청 청ㆍ차장이 수감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 CJ그룹 국세청 세무조사 당시 담당 고위직이었던 현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도 검찰조사결과 CJ로부터 골프 등 향응 접대를 받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되어 해당기관에 비위사실을 통보해 사의를 표하고 현직에서 물러났다. 비단 이번에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CJ그룹만 국세청에 그런 로비를 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이 나라가 얼마나 부정부패가 만연되어 있는지 필자가 강조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세금회피를 위해 세무행정의 수장인 청ㆍ차장과 담당 고위공무원까지 금품으로 매수하는 볼썽사나운 행위를 하는 것도 모자라 CJ그룹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총 7개의 Paper Company를 설립하고 비자금 운용통로와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검찰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세금 215억원을 포탈하는 등 총 546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왜 기업들이 정당하게 세금 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세금회피를 위한 온갖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추태를 국민들은 더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내 전 재산은 29만원뿐이다”라는 말로 국민들의 실소를 자아낸 전두환씨가 법원으로부터 판결 받은 추징금 2205억원 중 1672억원을 내지 않고 버텨오다 올 10월로 추징금 법정시효가 만료된다. 이와 관련하여 2020년까지 추징할 수 있도록 일명 전두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두환씨와 그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는 그림 및 불상 등 500여점의 미술품을 검찰에서 압류하는 장면이 연일 보도,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주로 기업에서 조세포탈 등을 목적으로 설립해 온 Paper Company를 전두환씨의 장남 전재국씨도 버진아일랜드에 Paper Company를 설립하고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100만달러(한화 11억원)를 입금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전재국씨가 설립한 Paper Company는 조세포탈보다는 부정한 돈을 은닉하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가진 자의 도덕적해이가 도를 넘는 행태를 볼 때 정의사회 구현이 요원해지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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