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 여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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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 여름 단상
  • 김귀영 독자
  • 승인 2013.08.1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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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귀영(순창읍 민속) 전) 초등학교 교사

지나친 폭염이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간다는 지구 온난화의 재앙으로 유난히 길었던 장마 끝에 찾아온 무더위는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 지상의 모든 것들을 태워버릴 것 같은 무서운 기세이다. ‘살인의 추억’이 아니라 ‘살인적 무더위’는 도로위의 계란프라이나 새우튀김은 즉석이요, 삼겹살도 두 세번 뒤집으면 익어버린다니 더 말 할 나위가 있으랴!
체감하는 모든 불경기는 고통으로 다가와 육중한 삶의 무게로 서민 대중을 짓누르고, 참으로 한심한 정국의 형태는 뉴스를 보느니 차라리 마누라와 함께 드라마나 홈쇼핑 채널을 보는 것이 나을 일이니 무엇이 진실인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현실에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러므로 진실한 나의 벗들과 어울려 이슬 중에서도 신선들만 마신다는 참이슬을 마시며 한시름 덜어내고 사는 일상이 참으로 기쁠 뿐이다. 암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는 췌장암보다도 더 무서운 병이 스트레스라는 것이니 일배일소(一杯一笑)하며 이 혼돈의 시기를 이겨내며 더위를 날리리라! 영원한 것은 없으니 큰 슬픔과 고난도, 황홀한 기쁨과 희열의 순간도 잠깐이요 교차하는 자연의 순리이니 이 모든 것 또한 다 지나가리라!
힐링의 시대!
몸을 살찌우고 육신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음식이지만 참다운 영혼의 안식이란 결국 힐링, 마음의 치유가 아닌가 싶다. 나 역시 일상의 일들에서 늘 번민하고 갈구하는 가난한 소시민이기에 책상위에 작은 글들을 늘 붙였다 떼었다 하며 나를 다독인다. 요즈음 붙인 글 중 하나!

깊은 밤 고요히 흐르는
강물 같아라
밤의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아
하늘의 모든 별을 제 물결에 담고
구름이 하늘을 가리면
구름 또한 물 같고 강 같아
흔쾌히 그들을 비추리
깊고 깊은 침묵 속에서
                         -미누엘 반다일라

그러므로 결국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좀 더 잠잠히 내 안의 나를 뒤돌아보며, 옛 어른의 말씀대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마음으로 평정을 잃지 않고 사는 것!
장마는 끝나고 태양은 뜨겁다. 한낮의 더위 속에 후두둑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수박을 베어 물던 외갓집 원두막! 귀여운 손자들 땀에 젖을세라 수건으로 연신 땀을 훔치시며 부채질해주시던 그리운 외할머니! 저~멀리 뭉게구름 피어오르고 파아란 하늘아래 고추잠자리 날던 그 곳 옛동산의 동무들! 아스라한 유년의 추억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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