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네비게이션과 네이버
상태바
[기고] 네비게이션과 네이버
  • 김귀영 독자
  • 승인 2013.08.30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김귀영(순창읍 민속) 전) 초등학교 교사

얼마전 노환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의 한 유명하다는 병원에 다녀왔다. 요즘 나이드신 어른들이 대다수 그러하듯 어머니께서도 걷기가 힘들어하시어 바퀴달린 이동용 손수레에 몸을 의지하여 병원에도 가시고 동네 마실도 가시는데, 점점 발을 딛는데 통증이 심하셔서 광주로 전주로 다니시다가 결국은 서울 큰 병원에 가기로 하고 미리 예약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고속버스로 모시고 가면 동생이 나오기로 했는데 그 날 아침 갑자기 복통과 잦은 대변으로 버스로 가기가 힘들게 되어버렸다. 내가 직접 운전을 하고 가야하는데 장시간 운전도 힘들지만 그 복잡한 서울 시내를 갈 일이 영 자신이 없는 것이다.
수십년전 현대차 포니(pony)로부터 시작한 운전 경력이 있고, 퇴직을 대비하여 담양 우양학원에서 거금을(?)들여 대형버스면허까지 땄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결국 내비게이션을 최신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서울을 가게 된 것이다.
세상에! 무지랭이 시골 촌놈이 서울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가다니 꿈인가 생시인가? 서툰 나의 운전 솜씨를 남들이야 비웃겠지만 비싼 돈을 주고 산 문명의 이기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박노해님의 시가 떠오른다.


잃어버린 것들 

                              -박노해

노래방이 생기고 나서
사람들은 노래방 문을 벗어나면
노래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내비게이션이 생기고 나서
택시기사들 마저 모니터를 벗어나면
길눈이 어두워져 버렸다

컴퓨터가 나오고 나서
아이들은 귀 기울여 듣고 기억하고
가만히 얼굴을 마주하는 법을 잃어버렸다

자동차 바퀴에 내 두발로 걷는 능력을 내어주고
대학 자격증에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내어주고
의료시스템에 내 몸 안의 치유 능력을 내어주고
국가 권력에 내 삶의 자율 권력을 내어 주고
하나뿐인 삶으로 내몰리면서 나는 내 삶을 잃어 버렸다


결국 MRI를 찍고도 큰 이상은 없는 듯 관절염약만 처방 받아 왔지만 요즘 약으로 사신다. 위장약, 관절약, 심장약, 혈압약 등등을 식전 식후로 한 움큼씩 드시면서 이제 죽어야지 하는 전통 3대 거짓말을 늘 하신다.
장사가 밑지고 판다는 둥, 처녀가 죽어도 시집 안 갈래요 하는 말, 노인이 이제는 죽어야지 한다는 것인가?
각설하고, 한 사람의 노인이 죽으면 작은 도서관 하나가 없어진다는 말이 있다.
‘네이버(naver)에 물어봐’의 시대! 그러나 수많은 세월에 깎이고 닳아져 부드러운 조약돌 같은 어른들의 지혜를 네이버의 지식이 감당할 수 있으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