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가족 간의 정치적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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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가족 간의 정치적 대화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3.09.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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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밝다. 3개면에서 펼쳐진 한마당잔치의 노래 소리도 밝았다고 한다. 예년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더 즐겁고 유쾌한 잔치를 벌였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참 좋다. 지역이, 주민이 행복하고 만족하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오랜만에 모여 앉은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편안하고 화목하니 걱정거리가 없는 듯 느껴진다. 예전에는 자신의 문제 아니어도 명절날 만난 가족끼리 목청을 높이며 얼굴을 붉힌 적이 종종 있었다.

1970년대 폭정과 1980년대의 억압과 1990년대의 가짜를 지나 2000년대에는 진짜를 맞이하나 했더니 선전과 선동이 난무했다. 호남을 인정하지 않고 영남을 그리워하며 다시 세우려했다. 자신을 동의하지 않는 ‘친지’가 사방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참 많이 싸웠다. 다툼과 갈등을 당연한 일로 여겼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사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래서 민심이 모이는 명절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많아졌다.

그때가 그립다. 역동성을 느낄 수 있던 그 때가 그립다. ‘지역감정’이라 쉽게 말하는 현상이 바닥에 있었지만 개인의 정체성과 맞닿은 실체라 생각하며 지지했던 정당이 있었다. 정당을 대표하는 인물도 존재했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차이가 존재했다. ‘반 대중’ ‘반 무현’ ‘반 회창’ 등 서로 다른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있었지만 지지하는 정당과 열광하는 지지자가 있었다. 그것은 실질적 의미를 갖는 행동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교조는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고, 대기업 노동자들을 귀족노조라고 야유하지만 비정규직을 줄이려는 근본적 대책은 누구도 제시하지 않는다. 국정원은 정치에 개입하고 불리하면 ‘국기문란’도 감행한다. 검찰총장은 몰아내도 국정원 개혁은 셀프(?)란다. 이 많은 정치적 의제가 야권 때문에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해 추석 명절 가족 간의 정치적 대화가 시들해졌다면 정치는 없다. 위도 아래도 인물이 없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국정도 군정도 모두 정치다. 제대로 된 정치는 시끄럽다. 정치는 사회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공동의 목표를 합의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 정치 지난 10여년의 총선과 대선 과정과 그 결과가 그렇듯이 지방선거도 다르지 않았다. 기득세력은 주민의 뜻은 묻지도 않고 범법자의 추천을 받아드렸고, 그에 도전한 장수는 그 보다 못한 자였다. 그래서 ‘한가위 노래자랑’만도 못하다.

이번 명절에 모인 가족과 친지들은 무슨 얘기로 웃거나 다퉜을까. 예전처럼 치열하지는 않았지만 지역사정을 묻고 답하고 예단하며 속내를 드러냈다. 결론은 사람이 없다는 실망과 자조 섞인 냉소로 마무리했다. 지역에 여건상 정당적 차별성은 아예 없으니 사람에 대한 차이라도 선명하면 좋으련만 간극이 없어 보인다고 이구동성 동의했다. 그러다보니 그들의 주변에는 ‘직업 정치꾼’들만 모여 있어 더 구분할 수 없다는 푸념도 있었다.

“정치는 선택이며 갈등이고 그 끝에 얻어지는 화해와 평화다”라는 명제에 동의한다면 우리 지역에는 그 요소가 애매하다. 철 지난 선택은 계속되고 새로운 선택의 조짐은 없다. 정책에 대한 갈등은 없으나 사감에 의한 타산은 빈번하게 표출된다. 근본적 화해는 자신의 신념을 밝히고 협의하며 해결하는 것인데 미봉적 술수는 있되 진정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지금의 평화는 언제든지 갈등과 모략으로 변해 이전투구가 될 수 있다.

지난 여론조사에 대한 착시 현상이 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지역 정치계에 강력한 도전자가 부족해 지지도가 높게 나오자 자신의 판단이 옳고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더구나 주변의 참모들이 쓴 소리보다는 적당히 눈치만 살피거나 정치나 행정 경험이 부족한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결국 이런 군정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주민이 “살 판 난 것은 공무원들이다”며 “전 군수는 너무 달달 볶더니 이 군수는 아직도 지역 실정을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해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어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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