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으로 얼룩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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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으로 얼룩진 세상
  • 윤효상 기자
  • 승인 2013.10.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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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나가는 할머니 한분이 차비가 없으니 빌려주면 연락해서 꼭 갚겠다고 부탁해 돈을 준 적이 있다. 하지만 연락한다는 할머니는 한 달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난 그저 마냥 기다린다. 만원을 꼭 받아야 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그런 속임을 당한 것이 이번만은 아니다. 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한 내 탓도 있겠지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다음부터는 도와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비슷한 경험을 한 많은 사람들이 ‘양치기 소년’같은 이들로 인해 불신에 사로잡혀 진실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났을 때도 그냥 지나치게 될까봐 겁이 난다.
요즘에는 사람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신종 사건 사고가 예전보다 더 잦은 편이다.
예를 들어 벽돌가루를 넣은 고춧가루, 중량을 속여서 파는 고기 음식점, 재활용 자재를 사용한 소파나 침대, 보험금이나 재산을 노린 가족 간의 범죄, 요즘 군내 핫이슈가 된 현직군수의 억대의 불법정치자금 혐의, 심신박약에 상태에 있던 남편이 부인을 살해한 사건 등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또한 특정 종교에 대한 강박감 때문인지 길을 물어보기 위해 말을 걸면 소스라치게 놀라서 도망가는 사람들처럼 모르는 사람을 경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천륜이라는 부모자식 간에도 믿지 말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을 약속한 부부 사이도 돌아서면 남이라며 불신이 넘쳐나고 있다.
신뢰냐 불신이냐 그것이 문제다. 이솝우화에는 사자와 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잠을 자고 있는 사자의 머리 위에 올라가 장난을 치던 쥐가 그만 사자의 코를 건드려 잠을 깨우고 말았다. 사자는 쥐를 크게 야단쳤고, 쥐는 이번 한번만 용서해주면 은혜를 꼭 갚겠다고 했다. 사자는 쥐를 풀어주면서도 “저 조그마한 쥐가 어떻게 나를 구해준단 말인가?”하며 비웃었다. 얼마 뒤 쥐는 길을 가다가 사자의 울음소리를 듣게 됐다. 사자가 사냥꾼이 설치해놓은 덫에 걸려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쥐는 자신의 이빨을 이용해 덫을 잘랐고, 마침내 사자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만약 사자가 저 조그마한 쥐가 어떻게 나를 구해줄 수 있을까라는 불신에 사로잡혀 용서하지 않고 잡아먹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리사회는 개인과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기업 종사자, 기업과 기업 간, 더 나아가 국민과 위정자간에도 신뢰와 불신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좋은 관계는 당연히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돼야 하지만 여기저기 크고 작은 불신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화 속 사자가 목숨을 건졌듯이 누군가를 신뢰할 것인지 아니면 불신할 것인지는 순전히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내가 선택한 신뢰 또는 불신이 나중에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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