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궁(四窮)과 네명의 아이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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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궁(四窮)과 네명의 아이를 생각하며
  • 유영선 동문회장
  • 승인 2013.10.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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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선 복흥중학교 동문회장

요즘 복지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는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일찍이 목민심서 중 예민육조(愛民六條)를 통해 오늘날로 말하자면 노인복지, 아동복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후생복지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그 지침을 주었다.
그는 백성을 사랑하는 여섯가지 조항(애민육조)을 제시했는데 현 시대에 비춰볼 때 양로(養老)는 곧 노인복지요, 자유(慈幼, 유아사랑)는 아동복지이고 진궁(振窮, 궁인구제)이란 기초생활보장 제도와 유사하며 애상(哀喪)은 장례뿐 아니라 상조회사에 대한 지도, 감독 업무까지 해당되며 관질(寬疾, 병자우대)은 의료시혜와 장애인복지 등 포괄적 개념이다. 마지막 구재(救災, 재난구제)는 대한적십자사 설립취지, 전염병 예방, 안전행정부(재난방재청) 설치 근거와 연관성이 많다.
특히 다산은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사회적 약자와 서민층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농업에 의존하던 조선 후기 사회에서 부양자도 없고 노동력까지 떨어진 홀아비, 과부, 고아, 늙어 자식 없는 사람을 사궁(四窮)이라 칭하고 일선 기관에서 이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나이가 지나도록 혼인을 못하는 자는 기관에서 마땅히 성혼시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각자 보는 시각과 해석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판 사궁’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즉 가진 것도 없는데다 몸도 쇠약하고 노동력도 없는데 일자리마저 얻지 못하면 어떻게 살아 가겠는가. 이런 경우 국가와 지자체에서 떠안고 보호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혼기를 놓친 농촌 총각들을 대상으로 국제결혼을 알선하고 결혼비용을 약간 지원해 주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 생각한다. 지자체에서 특히 사회적 약자와 서민층의 복지후생문제에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물론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겠지만 사회적 약자를 감싼다는 취지로 복지부문의 투자는 최대한 확대되어야 한다. 

유태인의 영혼이라고 불리는 ‘탈무드’에도 사궁(四窮)과 유사한 대목이 나온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길 네게 4명의 아이가 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4명의 아이가 있다. 바로 4명 의 아이는 과부ㆍ고아ㆍ이방인ㆍ선지자이다. 이들을 보살펴 줘야한다”고 명시했다.
다산이 그토록 가엽게 여긴 사궁(四窮)이나 탈무드의 4명의아이는 결코 다르지 않다. 본질적으로 따져보면 오히려 일맥상통한다. 나이가 많거나 어려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 외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회적 약자이며 의지할 곳도 없고 지탱해 줄 여건도 되지 못해 정부와 지자체의 각별한 배려 없이 정상적으로 대우받기 어렵다.
우리사회는 그간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 물질 만능주의, 출세 지향주의로 인해 심하게 망가졌다. 이웃과 어려운 사람들을 전혀 챙기지 않는 이기주의로 전락했다. 이런 사회적 풍토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그릇된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고 오로지 내 것만을 챙기는 못된 버릇만 고착 되었다. 인정도 아예 말라버렸다.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들은 영원히 가난과 병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가난의 대물림만 반복되는 붙박이 사궁(四窮)’으로 전락할 것이다.
어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사궁으로 분류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병들고 나약하고 부양자도 없다면, 그리고 사회단체의 손길도 뻗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와 지자체에서 앞장서서 지원해야한다. 그건 힘없는 약자와 서민을 보호하는 당연한 임무다.
박근혜 정부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2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그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엄청난 자료와 논의가 따라야 하기에 여기서 언급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다만 대선과정을 거치면서 표를 얻기 위해 ‘원칙과 약속을 지키겠다’고 강조 하더니 왜 뒤집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목민심서 애민육조에서 언급한 사궁(四窮), 탈무드의 네 명의 아이에 대해 생각해 봤는지, 경험했는지 따지고 싶다. 그들은 한마디로 불쌍한 사람들이다. 필자는 “노동으로 먹고사는 농촌사람들은 불쌍하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깊이 되새기며 절대 그 마음 변치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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