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할아버지라니? 프리랜서요!
상태바
[기고] 할아버지라니? 프리랜서요!
  • 김귀영 독자
  • 승인 2013.10.04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김귀영(순창읍 민속) 전) 초등학교 교사

가을이 깊어간다.
추석이 지나고 오동잎 한 잎 두 닢 떨어지는 가을밤은 심란하고 쌀쌀하다. 아스팔트위에 삼겹살을 구워먹었다는 전설 같은 금년의 폭염을 돌아보자면, 계절의 변화란 조물주의 놀랍고 오묘한 솜씨이니 자연의 조화에 그저 순응하고 감사하며 살아야하리!
여름 내내 무더위와 게으름에 굳어져버린 몸을 슬슬 풀어볼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대모암 앞냇가를 걸어가는 길은 언제나 평화롭고 마음이 차분해져 늘 이 길로 걷는다. 성천가를 따라 귀신바위를 지나 진기포까지 어린 시절 동무들과 멱 감고 물장구치던 아련한 추억에 늘 새롭고 감회가 깊다. 군청 앞 한타리에 이르면 모두가 낯익은 얼굴이다.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고 어쩔 때면 미주알고주알 한참을 안거나 선채로 시간가는 줄 모르니 몸도 풀고 마음도 풀고 재미가 이만 저만이 아니어서 늘 기분이 좋다.
백합사진관 앞 다리를 지나면 제일 큰 동네인 경천주공아파트라 떠들썩하고 낯모르는 이들이 많다. 젊은 새댁인 듯, 귀여운 애기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너무 정겨워 아가야하고 불렀더니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란다. 할아버지라니? 아직은 쓸 만한데 할아버지라니 당혹스럽다.
이순(耳順)을 지나고 튼실한 손자가 있는 마당에 할아버지소리가 서럽지 않을 일이건만 모르는 이들이 어르신이며, 할아버지라고 할 때엔 오히려 서글퍼진다. 장수고을 백세인의 고장 순창에선 육십 갓 넘은 이들은 노인은커녕 유치원생이다. 요새 이슈가 되고 있는 기초연금도 65세가 넘어야 되고, 정부에서도 사회적 노인의 처우도 장차 70세로 올린다니 내가 할아버지라니 가당치 않을 일 아닌가?
좌우튼 퇴직 후 1년여가 되어간다. 하루 놀고 하루 쉬는 화려한 삼식(三食)이 생활이지만,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가 많은 무보수 프리랜서 생활이 매우 바쁘다.
새벽이면 밤새 철야 경비한 우리 집 내외를 사장님 오시기전 다시 한 번 순찰하여 정리한 후, 수많은 분재에 물 주기부터 시작하여, 명색이 관리부장으로 곳곳에 산재한 쓰레기를 화물차에 실어 매립장에 버리는 궂은일은 물론이요, 틈틈이 필요한 먹거리며 장비들을 사오고 조달하며, 몇 대의 차량관리에다, 잠깐씩이지만 베이비시터며, 요양병원에 계신 숙부님 내외의 요양보호자(?)며, 최근 심장 박동기를 달아 연명하고 계신 외숙부님의 수발이며, 밤에는 1주일에 몇 차례씩 만나는 이틀계 총무 업무며, 하여튼 몇 평 안 되는 작은 울타리를 벗어나 퇴직 후 새로 부딪치는 일상 속에서 바쁘기만 하다. 사람이란 동일한 세상 속에서 사는 듯해도 제각기 다른 삶을 사는 것!
끝으로 깊은 성찰과 사유와 고민이 없는 잡다한 글들을 읽어주신 독자여러분께 죄송하기만 하다. 나이 들어가니(?) 주량은 늘고 독서량은 줄어가니 더욱 송구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