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 ‘바퀴’ 따라 부딪는 ‘바람’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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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는 ‘바퀴’ 따라 부딪는 ‘바람’ 맞으며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3.10.0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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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까옷 입고 소풍? 우리는 체육복 입고 ‘여행’… 구림중, 자전거로 떠나는 ‘섬진강 기행’ 펼쳐

파란 하늘 아래 코스모스가 반기는 섬진강 자전거길에 ‘구림중’ 개구쟁이들이 떴다.
지난달 28일, 가을의 중턱에서 구림중학교(교장 양병호) 학생들이 자전거 기행에 나섰다. 아침부터 학교에 구비된 40대의 자전거가 운동장에 줄줄이 늘어서고 체육복과 장갑, 안전모를 갖춰 입은 학생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껏 들뜬 모습으로 옆 친구와 깔깔거리기도 하고 안전모를 고쳐 쓰며 긴장한 모습, 눌린 머리를 옆으로 쓸어 옮기며 눈을 치켜뜬 모습 등 자전거를 붙잡고 선 아이들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겠다”는 양태이(2년) 학생 옆에는 손가락에 깁스를 한 박건모(1년) 학생과 박제민(2년) 학생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서 있다. ‘깁스한 팔로 운전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네! 할 수 있어요!”하며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 돌아왔다.
웃음 가득한 아이들과 달리 인솔을 맡은 한재복 체육교사는 잔뜩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는 “3년 째 자전거 기행을 하고 있는데 오늘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다. 30킬로미터(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데 아이들의 인내심과 참을성이 길러지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다만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자전거 기행에는 지난달 부임한 양병호 교장이 함께했다. 양 교장은 “교육지원청에 있다가 학교로 오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 자전거 기행에도 함께 동행할 예정”이라며 모자와 선글라스를 챙겨 아이들 옆에 섰다.
언제나 그렇듯 교장선생님 훈화말씀과 체육선생님의 안전지도 후 드디어 출발. 구림파출소의 협조로 앞장선 순찰차를 따라 1학년부터 자전거 페달을 굴렸다. 알록달록 코스모스길에 구림중 개구쟁이들이 뜨자 자동차들이 비상등을 켜고 뒤따른다.
순탄치만은 않은 기행이었다. 자전거 타기에 익숙지 않은 한 여학생은 얼마 못 가 용달차에 자전거를 싣고 선생님 차에 오르기도 하고 연습을 거듭했지만 브레이크 사용에 익숙지 않아 넘어지기도 했다. 자전거 체인이 빠져 손에 기름때를 묻히기도 하고 오르막 오르기에 허벅지가 고생도 했다. 그러나 힘든 기행 속에 맛보는 기가 막힌 물맛을 느낄 수 있었고 공부와 시험에서 벗어나 길가에 핀 꽃과 고개를 숙여가는 벼들, 자유롭게 나는 잠자리를 볼 수 있었다.
찰칵. 아이들의 모습을 담는 백진승 교사의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에 새하얀 앞니가 드러나는 순간, 수신호와 자전거 경적이 어우러져 아이들을 한 줄로 정렬케 만들고 ‘구림중 자전거단’은 섬진강 마실길의 자연스런 풍경에 물들었다.

<자전거 기행을 다녀와서>

좋은 경험과 작은 깨달음   - 설해인(구림중 3년)
매년 현장체험학습으로 자전거를 타고 많은 거리를 달렸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버스타고 예쁜 옷 차려입고 현장체험학습을 나갈 때 우리는 ‘체육복’을 입고 ‘자전거’를 탔다.
드디어 9월 27일, 아침이 밝았다. 자전거타기 아주 좋은 화창한 날씨. 나는 최대한 편한 옷을 입고 선크림 두둑하게 바르고 집을 나섰다. 내 자전거 번호는 33번. 자전거를 찾아 운동장으로 끌고 나왔다.
나와 계신 선생님들께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셨다. 우리는 걱정 마시라며 교장선생님의 ‘조심히 잘 다녀오라’는 말씀에 ‘네!’하고 대답한다.
드디어 출발! 설레는 마음, 다칠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구림의 도로를 지나 여러 마을을 거쳐 우리의 목적지인 섬진강 자전거 길을 향했다. 멋들어지는 정자에서 한숨 돌리고 그렇게 계속 달리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섬진강이 보인다. 부드러운 자전거 길에 쌩쌩 잘도 달리는 자전거, 옆에 보이는 맑고 끝없는 섬진강까지 완벽했다. 힘들만도 했지만 중간 중간 힘들 때 즈음이면 쉬어서 꽤 할만 했다. 쉬고 달리고 쉬고 달리고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다. 점심은 섬진강이 눈앞에 펼쳐진 장구목에서 먹는다. 열심히 다리를 굴렸던지라 밥은 꿀맛이었다. 그 앞에 강가에서 물수제비도 날리고 발도 담그고 쓰레기도 줍는 봉사활동도 했다. 즐거웠던 점심시간을 뒤로 한 채 다시 출발했다. 오르막길이 많았지만 ‘한 번 더 굴리면 돼, 한 번 더, 한 번 더’ 하면 금세 올라와 있었다. 뒤에서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파이팅’ 하라 소리쳤다.
열심히 굴리자 다짐했지만 너무 힘이 들었다. 더 이상 자전거를 타고 싶지 않을 정도였지만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 마침내 끝까지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나 자신을 이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재밌고도 무척 힘든 자전거 기행이었지만, 뿌듯함과 함께 ‘한 번 더’라는 말이 참 좋은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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