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대토/ 요행만을 바라며 놀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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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대토/ 요행만을 바라며 놀고만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10.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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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 지킬 수 株 그루 주 待 기다릴 대 兎 토끼 토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66

중학교 3학년 1학기가 끝나고 여름 방학이 되었을 때, 오기주 담임선생님 등 세 분이 우리 동네 앞 섬진강에 오셔서 낚시를 하셨다. 부모님은 나름 정성을 다해 점심과 막걸리로 대접하셨고 선생님들은 아주 만족해 하셨다.
그런 후 필자는 어쩐 일인지 게을러지며 공부가 하기 싫고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 결과 2학기 중간고사가 상상외로 나쁘게 나왔다. 오 선생님이 나를 따로 불러 세웠다.
“너, 요새 왜 그래? 이제 보니 너 형편없는 애구나! 뿌리지도 않고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려? 장대로 털어야 떨어진다는 것을 왜 모르느냐? 도대체 뭘 믿고 공부를 안 한 거야?”
회초리로 열대나 맞고 풀려 난 후 필자는 정말 우스운 얘기지만 ‘여름에 그렇게 대접을 잘 해드렸는데도 매를 맞았다’며 선생님을 원망했다. 지금 생각하니 선생님이 점수를 잘 챙겨 주시겠지 하고 기대한 것 같은데, 오해를 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수주대토(守株待兎)한 송나라 농부만큼이나 우둔한, 어릴 적 일이지만 정말 어이없고 부끄럽다. 
한비자ㆍ오두(韓非子ㆍ五蠹)중에 나오는 우화다. 기복대토, 토자불가복대, 이신위송국소(冀復待兎, 兎子不可復待), 토끼가 다시 올 것을 기다렸으나 다시 오지 않았다.
춘추(春秋, BC770-476)시대 송(宋)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다. 하루는 밭을 갈고 있는데 갑자기 토끼 한마리가 밭 중간으로 달려오다가 잘못하여 머리를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치고는 곧 쓰러지는 것이었다. 농부가 도대체 어찌되었는지 궁금하여 바로 달려가 보니 토끼가 기절하여 쓰러져 있었다. 너무 기분이 좋은 그는 그 토끼로 요리를 하여 온 식구가 맛있게 잘 먹었다.
이처럼 의외의 소득을 거둔 농부는 다음 날부터 밭을 갈지도 않고 풀도 뽑지 않고 매일 그 나무 그루터기 아래에 앉아 토끼가 다시 달려와 나무에 부딪쳐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을 기다리고 기다렸으나 토끼는 오지 않았다. 그러나 농부는 오늘도 내일도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 밭에 풀이 무성해지더니 점차 황무지로 변하고 있었다.
‘나무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다’는 것이다. 이처럼 매우 우연히 일어난 일을 또 기대하고 자기의 본업인 농사에 전념하지 알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농부! 이를 빗댄 우화로 만들어진 이 성어는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 구습과 전례만 고집하며 시대 변화에 둔감하여 요행만을 바라는 사람을 나무라는 말’이 되었다. 또한 노력도 하지 않고 거두어 그저 앉아서 그 소득을 챙기는 행위를 비판하는데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와 유사한 성어로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인 불로소득, 즉 일을 하지 않고 이익을 얻는다는 불로이획(不勞而獲)이 있다. 또 가만히 앉아서 남이 고생하여 얻은 성과를 누리는 얌체를 비유하는 말로 좌형기성(坐享其成)이 사용되고 있다. 
어쩌다 올지도 모르는 로또행운에 올인 해도 될까요?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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