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래도 독서!
상태바
[기고] 그래도 독서!
  • 김귀영 독자
  • 승인 2013.10.25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김귀영(순창읍 민속) 전) 초등학교 교사

요 며칠간 굉장히 재미있고 흐뭇했었다. 서울에 계신 영원이 형님께서 권해주신 정글만리와 정유정 작가의 ‘28’을 읽느라고 말이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일하시고 배낭에는 몇 권의 책과 큼직한 양주 한 병을 넣고 다니시며 열혈청년의 삶을 사시는 형님이 늘 부럽다.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을 읽던 젊은 시절에는 몇 날을 밤을 새워 대하소설들을 독파했는데 요즈음은 떨어진 시력 탓인지 아니면 체력 탓인지 책 읽는 속도가 훨씬 못하다(시력은 보통문제가 아니다. 돋보기야 오래전부터 책상 위며 혁띠 한쪽이며 늘 지니고 다니지만, 요사이 몇 미터 정도의 거리가 넘으면 얼굴이 찡그려지고 사물의 확보가 어려워져 많은 분들께 오해를 사기도 하니 요새 유행하는 다초점 렌즈라도 맞추어야 할 모양이다).
모두들 각자의 현실에 맞물려 치열하게 살아가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책은 많은 위안을 준다. ‘우리는 모두 자연이 빚어낸 우연의 산물이다. 서로에게 빚을 지고 갚으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스스로 다짐하건대 내게 남은 나날, 그 점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정유정, 28>
때론 복잡한 세파를 피해 소주병 뒤에 숨어있는 세상이 언제까지 평화로울 것인가 늘 반성하지만 그래도 좋은 책속의 한 단락 한 단락을 새기노라면 ‘정신의 균형과 건강을 붙들어’ 나의 삶을 잃어버리지 않고 때론 발전시키기도 하리라. 순간을 못 참아 하루가 멀다 하고 잔혹한 범죄가 사회면을 장식하고, 멀쩡하던 사람이 확 돌아버리면 짐승처럼 변하기도 한다. 내면은 갈수록 황폐화되어 공허하고 허황하다. 삶의 속도는 날로 가파르게 빨라지는데 우리의 행복지수도 그러한가? 요행의 연속인 삶속에서 운 좋게 성공해도 한순간에 어찌될까 두렵고 불안하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合力)하여 선(善)을 이루리라.’ <신약성경 로마서 8장28절>
처방은 무엇인가? 그래도 독서뿐! 음식과 술과 마술의 힘으로 운명의 흐름을 피하려 하지 말고 책 읽기를 통하여 우리의 꺼져갈 듯 가녀린 심지 같은 영혼을 지킬 수 있으리라.
‘정글만리’는 세계경제의 중심이 된 중국의 급부상한 오늘을 생생하게 써내려간 소설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한 중국에서 벌어지는 각국 비즈니스맨들의 생존경쟁을 적나라하게 담아내서 재미있게 읽었다. 중국의 인구는 14억에 이르렀고 중국은 세계경제대국 2위 일명 G2 국가가 되었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요, 수많은 삶의 애환과 고달픔과 피땀의 결실이다. 소련은 몰락했으나 중국은 건재하는지를 중국 곳곳의 변화와 함께 써내려간 글이다.
‘화양’이라는 수도의 위성도시! 인수공통전염병이 도시를 삽시간에 폐허와 죽음으로 내몰고, 마치 30여년전 오월의 광주를 연상시키듯 살벌한 곳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개이야기.
‘쿠키는 재형을 마주보며 손바닥에 머리를 기대왔다. 사력을 다한 응답이었다. 다음 순간 녀석은 미소 짓듯 입술을 벌리고 숨을 멈췄다. 재형은 목에 걸린 뜨거운 덩어리를 꾹 눌러 삼켰다. 재형은 녀석의 바짝 마른 입술과 미소를 만졌다. 지상에서 나눈 마지막 인사였다. 안녕~ 쿠키!’ <정유정, 28>
소설적 엔터테인먼트를 뛰어넘는 크고도 묵직한 울림이 있는 정유정의 ‘28’을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려왔으나 오히려 영혼은 맑아졌다. 10여년을 우리가족의 곁에서 요란하게도 자신의 삶을 즐기며 많은 행복을 주었던 순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몽실이의 명복을 빈다.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나서 이제 양지바른 대모암 앞뜰에 편히 잠들어 있다.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들의 소리 없는 흐느낌에 더욱 귀 기울이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