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네목수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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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네목수의 귀환
  • 김석균 대표
  • 승인 2013.10.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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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건축학교’를 시작하면서
글 : 김석균 흙건축연구소 살림 대표

참 징허게도 더운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부는 것이 인자 가을인갑다!!!
그 긴 여름동안 순창에서 뚝딱 뚝딱 공간하나를 만들었다. 50여평의 오래된 농협창고를 구해 15평 공간에 살림집을 담고 나머지 35평의 공간을 복층으로 만들어 2층엔 전시공간을 1층엔 사무공간과 강의 및 모임을 할 수 있는 보자기 공간(다목적공간)을 두고 창고옆에는 하우스를 지어 흙과 나무 철을 만지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여기가 바로 ‘atelier(작업실, 아틀리에) 마을 건축’이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점점 구체화된 꿈!! 마을목수를 양성해 낼 수 있는 마을건축학교가 진행될 곳이다.
 
70년대,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한 시골은 이제 점점 더 낡고 노후해 가고 있다. 한마을의 60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85%를 넘나들고, 마을의 건축물들도 20년 이상된 노후건축물이 80%를 넘어섰다. 농촌경제연구원의 한국통계연감 등을 분석한 결과 1960년 13만1936곳에 달했던 전국 농어촌 마을이 올해 9만9875곳으로 50년 만에 3만2061곳의 마을이 사라졌다. 그나마 남아있는 마을들도 20가구 미만의 과소화 마을이 2010년 기준 3091마을이나 된다. 이대로라면 10년 뒤 시골의 인구는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농촌마을 자체가 늙어가고 공동화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마을을 떠나 도시로 나간 사람들은 도시 언저리에서 자본주의의 톱니바퀴 중 가장 아래쪽을 지탱하고 있고, 남아있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농촌은 사람도 마을도 집도 늙고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도시를 떠나 시골살이를 꿈꾸는 귀농 귀촌 희망자들이 농촌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다. 2001년 88가구에 불과하던 귀농 귀촌 가구는 2009년 4000가구를 넘어선 후 3년만인 지난해엔 2만7000가구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것 또한 문제다. 지금 순창군의 예를 들어 보자면 귀농귀촌지원센터가 세워지면서 귀농희망자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정작 살 집을 구하지 못해 귀농 귀촌을 미루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시골의 빈집을 보게 되더라도 이 집이 살만한 집인지, 구조적 결함이 심각한지, 집을 고친다면 무엇에 중심을 두고 고쳐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없고, 그런 것을 상담해 줄 전문가가 없어서 많은 돈을 들이고도 겨울이면 춥고 불편한 집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우리에겐 마을목수 또는 동네목수로 불리던 지역건축가들이 있었다. 지역에 살면서 이웃들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의 형편에 맞게 집을 짓거나 고쳐줄 기술과 따뜻한 마음이 있는 농부이자 목수였던 이들… 시골이 무너지면서 없어져 버린 귀한 사람들… 지금 시골에서 꼭 필요한 기술자가 바로 ‘마을목수’다.

꼭 귀농 귀촌을 말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살고 계시는 마을의 낡고 추운집들… 늙고 병들었다고 부모를 버릴 수 없듯 오래되고 낡아 제구실을 못해 춥다고 살고 있는 집을 다 때려 부수고 새로 지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80% 가까운 집들이, 바꾸어 말하면 최근에 지은 집들을 제외하면 시골의 거의 모든 집들이 단열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집들이다. 이런 집들이 다시금 우리의 삶터로 귀환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지혜와 기술이 필요하다.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 왕겨, 볏짚 등 이런 재료들을 이용해서 낡은 건축물에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왕겨나 볏짚은 일명 스치로폴(비드법 단열재) 못지않은 단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비드법 단열재 85mm 두께의 단열능력을 가지고 싶다면 230mm의 볏짚이나 180mm의 왕겨를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그 위에 흙으로 마무리 미장을 한다면 건강하면서 따뜻한 집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이런 재료를 이용한 건축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약간의 교육을 받고 훈련을 한다면 누구나 그 건축방법을 알 수 있다. 적정기술 일명 ‘사람의 체온을 가진 따뜻한 기술’이다.
젊은이들이(시골에선 65세 미만이면 노인회에도 가입 못하고 청년회에 속한다.) 이런 기술을 배워서 시골에 내려온다면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서 그 지역에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의 집이나 동네 어르신의 집을 뚝딱 뚝딱 고쳐 준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마을목수의 귀환이요, 지역건축가의 부활이다.
이렇게 지역 안에서 지속가능한 건축의 전형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웃과 마을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약간의 기술이면 된다. 바로 이런 ‘사람의 체온을 가진 따뜻한 기술’을 가진 ‘동네목수’를 만들고 교육하는 ‘마을건축학교’를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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