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많이 느끼며 살고 있는 듯 하지만
막연히 묻는 질문에 뭐라 대답하기 어렵고
마음속으로만 생 염불을 외듯 하는구나
사초(死草)속에 숨겨진 비밀을 알듯 하지만
겨울의 고초와 봄을 알리며 피어나지만
또 다시 그 흙으로 말없이 되돌아가는 깊은 뜻을
그들만이 알고 즐기며 느낄 뿐이구나
나도 이젠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곰들처럼 어둠이 깔리는 곳을 찾아
동면(冬眠)의 세계에서 잠들고 싶지만
내 마음이 불 붙는 듯 백설(白雪)속에 뒹굴고 있구나
깊어가는 가을의 고독이
내 마음을 대지처럼 메마르게 만들고
항상 춘추(春秋)의 계절에 사는 마음인데
나눔의 벗들마저도 떠나가고 있구나
나를 위한 삶이란
타인에게 나보다 더 많은 사랑의 배품이 아닐런지...
시 : 양귀섭(순창우체국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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