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박상기 저. 「협상은 영화처럼 영화는 협상처럼」
여우사냥을 막기 위해 말려 절인 붉은 청어를 끌고 다녀서 사냥개를 혼란시킨다는 ‘붉은 청어(Red herring)’ 전략에 우리가 휘둘린 것은 아닌가? 이 책의 저자인 비엔이(BNE) 글로벌협상 컨설팅 박상기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지켜보며 진한 아쉬움을 보인다.
“우리경제 성장의 원천이 상품 수출에 있기 때문에 주력상품인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의 관세와 무역규제나 보복조치의 완화에 우리의 시야가 갇혀있는 동안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미국은 향후 해외시장에서 전략산업이 될 금융투자, 특허권을 비롯한 지적 재산권, 그리고 통상규제 및 무역규제 부문까지 우리나라 국내법과 제도를 송두리째 흔드는 실질 사안을 관철하기 위해서 협상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이미 ‘법률적으로 절대불가’ ‘합의된 사항이므로 논의 불가’ 등 허위정보, 시간압박, 위장전선, 맞교환 등 뛰어난 ‘붉은 청어’ 전략 전술로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윤리적 행위의 갑ㆍ을 관계가 사회적 논란도 되었지만 협상은 이제 국제적인 조약이나 통상협상 뿐만 아니라 인수합병과 비즈니스 그리고 모든 일상생활에서 관계를 결정짓고 내용을 규정하는 삶의 필수 생활요소가 된지 오래다. 협상의 3대요소인 정보ㆍ시간ㆍ파워 중에서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강조에는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자신의 목표를 정확히 세우고 상대를 분석하여 약점이나 주요 관심사를 파악 했다면 다음에는 가능하면 자신의 파워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장소에서 상대가 긍정적이면 욕망을 부정적이면 약점을 들춰내고 합법적인 위협수단을 구사하여 압박하고 상대의 약점은 확대 과장하여 기선을 제압하고 강점은 논리적으로 위축시키거나 약화시키고 협상시한까지 시간을 갖고 상대의 제안을 거부하며 상대의 약점을 부각시키며 상대의 불안요소를 파악하여 벗어나게 할 메시지를 전달하고 껄끄러운 상대는 제3자를 내세워 질문해서 약점을 만들고 자신은 말을 아끼고 인맥으로 난국을 타개하는 방법들이 소개되어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노련한 상대일수록 논리가 아니라 가슴을 노리고 공감대를 이루어 호감을 이끌어내고 자세와 태도는 격조 있고 기품 있게 대화는 유쾌하고 상대를 배려하며 포기 할 수 없는 조건은 핵심인물에게 비공개로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를 확보하여 상대의 마음을 빼앗아서 이루지는 협상은 곁에서 보기에도 아름답다. 영화와 결부시켜서 흥미를 더한 이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가 충고하는 내용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협상에서 갖는 치명적인 약점은 ‘제 1단계인 협상사안 파악 단계에서 너무나 소홀히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하는 요즘의 협상은 “자, 남은 시간 동안 사물놀이 연주 다섯 번 하겠어요!”라는 말에 “안 돼요 선생님! 세 번 만해요!”라고 아이들은 일어서며 아우성이다. 웃음 짓는 나의 마음 속 목표는 두 번 이었는데 자발적으로 한 번을 더 하면서도 아이들은 신나서 연주에 몰두한다.
요즘 나라 안에서 소용돌이치며 문제가 많은 협상은 “한국의 공공부문 시장을 외국기업들에 개방할 예정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연설이후 민영화 바람이 그 원인이다. 철도와 의료의 민영화를 막아내기 위한 노동자와 의사들의 대열이 칼바람 속에서 빛나고 당당하다. 그들의 요구가 자신들의 임금이나 복리를 요구하는 협상과 투쟁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