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보소백/ 그게 그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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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보소백/ 그게 그거네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01.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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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 다섯 오 十 열 십 步 걸을 보 笑 웃을 소 百 일백 백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72

베이징 주재관 시절 기억에 남는 것은 ‘한ㆍ중농업공무원친선축구대회’였다. 첫 대회는 베이징에서 중국 농업부 부부장(차관급)과 대사관 경제공사의 격려를 받은 가운데 열렸다. 친선경기라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나라를 대표한다 생각하니 다소 치열하게 되었다. 부부장이 관전 중에 나에게 말했다.
“두 팀 실력이 오십보백보이긴 하나 승부욕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공한증(恐韓症)을 이겨낼 차례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이기지 못할 것 같네요.” 
“무슨 겸손의 말씀을 하시나?”
“홈그라운드 이점이 있는데다가 부부장님이 손수 나와 응원하시는데 우리가 이겨서야 되겠습니까?”
결국 2대1로 졌다. 이듬 해 서울에서는 우리가 3대1로 이겼다.
‘맹자ㆍ양혜왕편(孟子ㆍ梁惠王篇)’에 나오는 말이다. 이오십보소백보, 칙여하?(以五十步笑百步, 則何如)?:‘오십 보를 도망간 자가 백보를 비웃었는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맹자가 양(梁)나라에 갔을 때, 혜왕이 불만이 가득 찬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나는 그간 나랏일에 전심전력을 다하여 어떤 곳에든 기근과 흉작이 들기만 하면 곧바로 곡식을 보내주어 덕을 베풀어 왔소. 그런데도 어찌하여 아직까지 이웃나라에서 우리에게 의탁해오는 자가 없는지 모르겠소. 선생은 어인 일이라고 보시오?”
맹자는 왕이 자기가 한 말이 스스로 옳다고 여기면서 백성들이 의탁해 오지 않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말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히 가소롭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대답하였다.
“어느 한 전쟁에서 북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겁이 많은 병졸 두 놈이 병기를 움켜잡고는 있었으나 시종일관 어떻게든 뒤로 물러 몰래 도망치려고 하였습니다. 그중 한 놈이 오십 보를 뛴 후 멈추었고 다른 한 놈은 백보를 뛰고 나서 멈춰 섰습니다. 이때 오십 보를 뛰어 도망친 놈이 백보 뛴 놈을 보고 간이 너무 작은 놈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왕께서는 백보 뛴 놈을 비웃을 자격이 있다고 보십니까?”
“어찌 비웃을 수 있겠는가? 다 똑같이 도망간 것인데!”
“맞습니다. 지금 각 나라의 왕들이 이와 같습니다. 왕들은 평소에 백성을 위해 할 일을 안 할 뿐만 아니라 흉년이 들어도 백성을 위해 곡식을 잘 내놓지도 않습니다. 물론 왕께서는 흉년이 들면 곡식을 보내어 백성들을 구해 주시고 계시기는 합니다만 다른 나라의 왕과 비교할 때 무슨 큰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이럴진대 더 많은 백성들이 의탁해오기를 바라실 수 있습니까?”
왕이 듣고 오만한 모습을 바로 거두어들이고 허심탄회하게 맹자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방책을 가르쳐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였다.
이 성어는 단순히 작은 잘못을 저지른 자가 큰 잘못을 한 자를 꾸짖은 것을 뜻하는 것이지만, 둘 다 잘못하였는데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을 비웃을 수 있겠는가 하고 비유하여 잘못을 깨닫게 한 것이다. 또 ‘피차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같다. 대동소이, 그것이 그것이다’는 말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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