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원료계약재배사업 … 콩 수매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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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원료계약재배사업 … 콩 수매 ‘진통’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4.01.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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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회사, 계약 무시한 가격제시…농민 반발 / 농가, “군과 군이 세운 회사 한통속, 계약위반”

역할 못 하는 농협계약재배사업 원천 검토해야
수매가격 들쑥날쑥…구림 3200원 쌍치 3500원

농협 계약재배사업 문제 많다

▲지난 13일 순창농협 쌍치지점 공판장에 농민들이 수매를 위해 쌓아놓은 콩 가마들.
장류원료계약재배사업을 원천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순창전통고추장 원료농산물 계약재배사업’은 순창군농민회가 2004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지역농산물을 지역 대표적인 특산물인 전통고추장 원료로 사용하고 농가의 안정적 영농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생산농가, 장류업체, 농협, 행정 등 4개 주체의 협력은 빈약했다. 계약사업단이 이 사업의 모든 위험요소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어 2010년 가을 농협으로 일체의 업무를 이관했다. 사실상 경제사업 기능이 없어진 농협중앙회 군지부 차장이 사업단장을 맡고 5개 지역농협(순창ㆍ구림ㆍ금과ㆍ동계ㆍ복흥농협) 연합사업단 형식으로 이 사업을 꾸려오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 농민(조합원)들은 “마지못해 이 사업을 인수한 농협은 임의단체인 농민회만도 못하다”며 “농민을 대변한 수매 일정 수립, 수매 대금 지급 등을 기대하지도 않지만 조합원인 농민보다 업체의 편을 드는 것을 보면서 조합이 필요한 것인지 회의를 느낀다”고 비난했다.
한 농민은 “순창 콩으로만 만든다는 메주공장(순창장류)에서 구입한 콩을 조사해봐야 한다”며 “싼 콩만 찾는 것을 보면 외국산도 싸면 사겠다는 것인지. 실제로 그런 일은 없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행정에 대한 불신을 보였다. 이어 “수백억원 들여 공장 져서 공짜로 빌려줬다던데 농민들 콩 값까지 깎아 돈 남겨서 어디다 쓴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며 “말로는 농민을 돕는다면서 실제로는 등골 빼먹는 정치인과 행정, 농협이 뭐가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창장류(주)의 갑작스런 계약단가 변경으로 농민들이 길에서 하루를 보냈다.
해 넘긴 쌍치 콩 수매 현장
지난해 수매해야 할 장류원료 ‘콩’ 계약재배 물량 수매는 군(장류사업소, 순창장류)과 농협의 일방적인 수매 일정 연기로 해를 넘긴 지난 13일 쌍치농협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날 수매현장은 예기치 못한 구매업체(순창장류)의 등급검사 및 수매단가 감액 요구와 일부 품종 수매거부에 부딪쳐 진통을 거듭했다.
지난 13일 순창농협 쌍치지점(지점장 김성철) 앞 도로는 콩을 싣고 온 농민들의 경운기와 차량으로 가득 찼다. 지점 앞에 삼삼오오 모인 농민들의 고성이 점점 높아갔다. 당시 농협 쌍치지점 안에서는 순창장류(주)의 직원과 김성철 쌍치지점장, 콩 재배농가 대표들이 모여 수매가격에 대해 협의 중이었다.
농가들은 “지난해에 끝났어야할 콩 수매가 해를 넘겨 오늘 이뤄지고 있는데 업체가 당초 계약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농민들은 계약을 위반한 사항이 없는데 왜 피해는 우리 농민만 봐야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콩 계약재배의 계약단가는 킬로그램(kg)당 5400원 이었다. 하지만 시중 판매가격과 계약단가의 차이가 20%이상 높거나 낮을 때는 계약단가를 조정한다는 내용에 따라 콩 작황이 좋은 올해는 재협의 결과 4465원으로 계약단가를 조절했다. 하지만 이날 수매현장에 나온 순창장류(주) 직원은 “하품(등급)과 ‘대풍’ 품종은 3200원에 수매하겠다”고 말해 수매 농가들의 반발을 샀다.
순창장류(주) 직원은 “대풍 품종은 콩에 눈이 나있어 청국장가루 밖에 사용할 수 없고 쌍치 콩은 품질이 좋았었는데 올해는 색이 변질된 것도 많고 품질이 많이 떨어졌다”며 농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농가들은 “품질결정을 업체 직원이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색이 달라진 것은 올해 날씨 때문에 그런 것이지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대풍 품종도 계약당시에는 품종에 제한을 둔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반발했다. 이어 “업체의 이런 억지에도 농가들은 품질과 품종에 관계없이 3800원에 모두 수매해달라고 한 발 물러섰지만 업체는 그마저도 거부했다”며 “진작 끝났어야할 수매를 지금까지 미룬 것은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업체의 수작이다. 3800원이면 다른 도매상에 진작 팔 수 있었다.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새벽부터 추위에 떨며 협상결과를 기다렸지만 오후 늦게야 제용모 순창농협 경제상무가 현장에 나타나 농가대표와 순창장류(주) 직원들과 다시 협상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제 상무는 “품종에 대한 얘기는 계약에 전혀 없었고 이제와 품종을 거론하며 농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계약위반이다. 내년부터는 품종을 포함시키더라도 올해는 계약금액대로 모두 수매하라”고 업체를 설득했다.
늦게까지 이어진 협상은 결국 품종에 관계없이 1ㆍ2번 등급은 계약가인 4465원에 수매하고 등급 외 품목은 3500원에 모두 수매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등급 검사는 순창장류(주)가 아닌 농협에서 하고 다음날인 14일 1800가마(72톤)에 대한 수매를 마쳤다. 이날 수매한 물량 가운데 등급 외 수량은 301가마(수매가 3500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농민들은 추운 길바닥에서 하루를 보내 겨우 300원(킬로그램 당)을 더 받아낸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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