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장…읍내 재래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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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목장…읍내 재래시장 풍경
  • 남융희 기자
  • 승인 2014.01.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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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내린 눈, 발길 끊어 넋두리 가득…시장 상인, 지역농산물 취급 않는 농협은 ‘가짜’ 원망

 

▲눈 내리던 지난 21일 읍내 재래시장 모습. 어물전에 들러 꼼꼼히 조기를 고르고 있다.(왼쪽) 채소전에서 갖가지 나물을 내 놓고 불을 쬐고 있는 어르신.(오른쪽)

우리 민족의 고유명절 설을 10여일 남겨 둔 지난 21일 읍내 재래시장을 찾았다.
설을 앞둔 ‘대목장’일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새벽부터 반갑지 않은 눈이 소복이 쌓인 탓도 있겠지만 어물전, 채소전은 길게 펼쳐 있었으나 물건을 사러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건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섞여 부대끼며 흥청거리는 소리와 왁자지껄 밝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대목장의 풍경을 기대했으나 욕심이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채소전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 유등면 창신마을에 사는 정분이(72) 할머니는 “새벽 일찍 영감이 실어다 줘서 내가 직접 키운 무ㆍ배추ㆍ냉이ㆍ가지 말린 것을 팔아서 용돈 쪼개 번디… 전대병원을 20년째 다니고 있어, 그래도 큰 병 없이 약만 타서 먹어 다행이지” 자상한 옆집 할머니 같다. 정 할머니는 “사진만 찍어 가면 안 이쁘제, 물건을 사가야 이쁘다고 혀… 장사도 잘 안된디 호랭이 물어갈 눈이 와 붕께 사람들이 통 장엘 안 나와 부러” 혼자 말처럼 넋두리 하시다 명절 때 내려 올 며느리와 함께 먹으려고 샀다는 곶감 하나를 건넨다. 정겹고 그리운 인정이 넘친다. ‘이게 우리 민족의 정이고 시골 인심이며 우리들 나눔이 아닐까’ 잠시 인정에 취했다가 할머니에게 냉이 한 봉지를 사고 채소전과 어물전 사이에 있는 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풍산면 상죽마을에 사는 한순희(60) 씨는 십 수년을 이곳 노점에서 고추잎ㆍ토란ㆍ시래기ㆍ고춧가루ㆍ고추절임ㆍ메밀묵ㆍ청국장 등 자신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이나 이를 이용해서 가공한 먹거리를 판다. 한 씨는 “설 대목장이 원래 사람도 많고 잘된디. 오늘은 별로네. 눈이 와서 배려부렀서” 말을 하면서도 그의 눈과 손은 토란의 하얀 속살을 드러내게 하는데 쉼이 없었다. 한 씨의 옆 노점에서 과일 장사를 하고 있는 송미자(53) 씨는 시장 근처 사정마을에 산단다. 담양장ㆍ순창장ㆍ구림장에서 31년째 과일 소매를 하는 고수다.
송 씨는 “순창장은 마트가 생겨서 다 배려붙다니까. 지금은 마트로 다 간당께 날씨가 안 좋으면 더 심혀부려” 불편한 심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남원 향교에 산다는 칠십 넘게 보이는 한 노점상은 “남원장, 구례장, 순창장에 다닌디. 요즘도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서 핸드폰 오래 써 주셔서 고맙다고 전화해서 사기를 칭게(보이스피싱) 나는 절대로 이름 안 가르쳐준당게. 옆집 사는 이도 전화 잘못 받아 갖고 우체국 통장에서 180만원을 빼가 부럿당께. 세상에 믿을 것이 하나 없어”라며 씁쓸해 했다.
어물전 건너편에서 물건을 파는 한 상인은 “순창장은 재래시장인디, 난장을 양쪽으로 펼치면 그 사이로 지나가다 안 살 것도 산다. 저렇게 어물전을 따로 둘 것이 아니다. 어물전 안에서만 장사를 하라고 하니 좁은 지역에서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곤란한 경우도 생기고 입장이 곤란하니까 전화로 배달시키는 사람도 있다. 재래시장 맛이 나게 어물 전 밖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장날이 주말이면 구경 온 사람이 늘고 그 사람들이 지나가다가도 물건을 산다”며 수억 예산 들인 시장 현대화사업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또 다른 상인은 “순창장은 농협 하나로마트가 다 버려놓고 있다”며 “물건은 같은데 값은 더 비싸다. 채소 같은 경우는 농가는 유통망이 없기 때문에 농협이 하나로 마트를 통해 시장손님(주민)들이 많게는 절반 가까이 싸게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순창 농산물을 팔기나 하는지 궁금하다. 현재 농협마트는 순창을 위한 농협도 아니고 마트도 아니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설을 며칠 앞 둔 재래시장 장날 풍경은 밝지 못했다.
상인의 넋두리(불만을 길게 늘어놓으며 하소연하는 말)를 두서없다고 외면하면 ‘재래시장 육성책’은 세우나 마나다. “재래시장 활성화 없이 지역경제 활성화 없다”는 시장상인들의 목소리에 행정기관은 물론 ‘농민을 위한 농협’ 관계자들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시장 상인들 주장 가운데 옳지 않은 이야기를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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