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불견첩/ 자신의 허물을 잘 알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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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불견첩/ 자신의 허물을 잘 알지 못하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0.11.1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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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不見睫(목불견첩, mù bú jìan jíe) (目 눈 목, 不 아닐 불, 見 볼 견, 睫 속눈썹 첩)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219)

사마천(司馬遷)의《史記‧越王句踐世家(사기ㆍ월왕구천세가)》에 나온다. 齊使者曰, …, 見毫毛而不見其睫也(제사자왈, …, 견호모이불견기첩야) : 제 사신이 말하기를 ‘눈의 앞은 잘 보면서 가까운 자기의 눈썹은 잘 보지 못합니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월(越)나라 왕이 자기 나라의 세력이 계속 강성해짐에 따라 중원(中原)의 패권을 쥐려는 야망을 갖고 있었다. 당초에 한(韓)나라와 위(衛)나라를 끌어들여 동맹관계를 맺으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두 나라가 제(齊)나라로 붙는 바람에 계획이 어그러졌다. 결국 먼저 제 나라를 치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침공 준비를 서둘렀다. 
제나라로서는 아닌 밤에 홍두깨라고 월나라가 괜한 트집을 잡은 것이므로 어떻게 하든 제나라를 치려는 생각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파견 명령을 받은 제나라 사신이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를 고심한 끝에 다음과 같이 마음을 가다듬고 월나라로 출발하였다.
‘만약 월나라에게 제나라를 치지 말라고 직접 말하면 거절당할 것이 뻔하다. 차라리 월나라의 공격목표를 초나라로 바꾸도록 화제를 돌려야겠구나.’
월왕을 만난 사신이 우선 이렇게 말했다. 
“월나라가 중원에서 패권을 쥐려면 사실 우선 초나라를 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 아닙니까? 왕께서 지금까지 초나라를 치지 않는 이유는 제가 보기에는 월나라가 아직까지 한ㆍ위 두 나라와 연합을 맺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한ㆍ위 두 나라의 입장에 서보십시오. 월나라가 만약 초나라를 이기지 못하면 자기들은 오히려 나라가 망하는 지경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감히 무턱대고 월나라와 연맹하겠다는 말을 못하는 것입니다. 이럴진대 왕께서는 왜 자신의 능력을 낮게 보시고 자신을 못 가지십니까?” 
월왕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며 사신을 설득하는 투로 대답하였다. 
“실상 내가 그들에게 도와달라고 한 것은 실제로 병력을 지원하라고 요구한 게 아니다. 다만 그들의 요새나 잘 지켜 초나라 군사를 견제만 해주면 내가 다시 출병할 것이다. 그리되면 두 나라는 큰 힘 들이지 않고 나와 같이 초나라를 나눠 가지면 될 것 아닌가. 이렇게 이롭고도 쉬운 일을 그들이 하지는 않고 오히려 제나라에 의지하니 정말 왜 그런지 모르겠다.” 
제나라 사신은 월왕이 이처럼 부지불식간에 초나라를 치겠다는 얘기를 먼저 꺼냈으므로 사신은 바로 이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왕께서는 한ㆍ위 두 나라의 득실을 이처럼 명확히 분석하시면서 오히려 자신의 실책은 보시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두 눈을 크게 떠 털끝만 한 것까지도 똑똑히 보시면서 오히려 자기의 속눈썹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지금 초나라는 전선(戰線)이 3700리나 되어 병력이 이미 굉장히 넓게 분산되어 있습니다. 왕께서 이런 틈을 타 바로 초나라를 공격하시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어느 때까지 기다리려고 하십니까?“
월왕이 듣고 크게 깨달은 듯 제나라 사신의 다음 얘기를 듣지도 않고, 바로 초나라를 먼저 치는 계획을 세워 출동명령을 내렸다. 
한비자(韓非子)의《유로편(喩老篇)》에도 이 성어와 비슷한 고사가 있다.
자신의 허물을 잘 알지 못하고 남의 조그만 약점, 잘 보이지도 않는 상대의 허물을 잘 찾아내는 사람! 그러나 자신의 큰 약점에 대해서는 소경이 되어 버리고, 쉽게 알 수 있는 자기 자신의 허물과 잘못은 잘못 보거나 아예 보지도 않으려는 그런 사람들! 후세 사람들은 이들을 비난하고 질타하며 가르침을 주는 말로 이 성어를 사용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孟子梁惠王(맹자양헤왕》에 ‘명찰추호(明察秋毫 míng chá qīu háo)’가 있다. ‘눈이 아주 밝고 예리해서 가을날 가늘어진 짐승의 털까지도 분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사리가 분명해 극히 작은 일까지도 미루어 알 수 있다는 뜻을 갖는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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