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농부(12) 눈이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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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농부(12) 눈이 내리면
  • 차은숙 글짓는농부
  • 승인 2021.01.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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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눈이 내렸네!


소복소복 눈이 쌓였다. 사하라 사막에도 흰 눈이 내려 담요처럼 덮여있다니, 이 겨울 푸짐한 순창의 눈이 놀랄 일도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걱정이 앞섰다. 하우스에 적설(積雪)로 문제가 없을까, 측창 밑에도 지난 번 쌓인 눈이 미처 녹지도 않은 상태라 고장이 나면 어쩌나 싶었다.

작년 가을 농사는 늦게 시작하여, 늦게 마무리 됐다. 그래서 눈이 내리는 동안에도 빨간 토마토를 따냈다. 눈 속에 빨간 토마토 바구니가 왠지 어색하면서도 참 신기했다. 정작 토마토를 따서 구림에 있는 농산물 집하장에 갔을 때는 수거 차량이 눈길을 넘어 오느라 시간에 대지를 못했다.


집하장 앞에서 만난 구림의 상추 농부도 걱정이 많았다. 추위에 상추 박스가 얼까, 계속 퍼붓는 눈으로 얼굴도 비추지 않는 해가 그나마 넘어가면 어쩌나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려운 발을 더 동동거렸다. 결국 농산물 수거차량은 산길을 넘어오지 못한다는 연락이 왔다. 구림의 농부가 상추 몇 상자와 토마토까지 광주까지 직접 실어다 공판장으로 차를 몰았다. 

한 해 한 해 농사를 지으면서 경험도 다양해진다. 올해 농사는 폭우, 폭염, 폭설까지 사나운 것들이 몰려왔다. 시설 하우스의 조절 능력이 제아무리 뛰어나도 농사는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고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임을 다시 배웠다. 그리고 겨울 폭설과 추위 때문에 봄 작기를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이다.

하우스 속에는 사람들의 걱정과 사나운 밖의 날씨에 비하면 평화다. 한해 농사의 소임을 다한 땅도 쉬고 있다. 두둑에 냉이가 점적 호스의 물기를 따라 자라 있고, 이름 모를 풀이 무성한 곳도 있지만 그동안 키워냈던 토마토에 비하면 작고 어린 생명들을 품고 있다.


물을 보내느라 두둑에 깔았던 점적 호스도 치우고, 토마토 줄기를 지탱하고 유인하느라 고정시켰던 줄이며 집게도 다시 정리하고, 땅의 온도를 유지시키느라 덮어 두었던 비닐도 벗겨내니, 그대로 속살이다. 시설하우스라는 말 그대로 여러 시설들을 치우고, 서로에게 애썼다고 인사한다.

봄 농사를 준비하느라 하우스 안을 분주하게 오가다 보면 하우스 위에 쌓였던 눈은 아치형의 하우스 형태의 곡선에 굴복하여 차르륵 떨어진다. 여기저기서 쌓여있던 눈이 밀려 내려오고 나면 갑자기 날씨가 개는 것처럼 환해진다. 어쭙잖게 마음도 하우스의 아치형처럼 둥글고 부드러워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우스를 나서 집 앞에 이르면 배추와 무를 뽑아내고 난 겨울 텃밭은 휑뎅그렁하지만 한 켠에 양파와 대파 밭이 하얀 눈 속에 파묻혀 있다 가까이 보면 눈 속, 여기저기가 파릇파릇 하다.눈 속에서 찬바람을 맞으면서 매운 맛이 녹으면서 단맛이 생기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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