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연 날리기, 동서양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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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연 날리기, 동서양의 연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2.01.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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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날리는 아이들- 출처: 오마이뉴스

 

·서양의 연

()은 고대부터 존재했다. 1997년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섬에서 중석기시대 동굴벽화가 발견됐는데, 여기에 연 날리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 이를 통해 인류가 약 9500년 전부터 연을 날렸다는 걸 알 수 있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400년쯤 고대 그리스 과학자 아키타스(Archytas)가 처음 연을 만들었다고 한다. 서양의 연은 초기에는 과학적 실험의 대상이 되었던 듯하다.

1749년 스코틀랜드의 과학자 알렉산더 왈슨은 온도계를 붙인 연을 915미터까지 올려 고도의 차이에서 오는 온도변화를 측정했다.

1752년 미국 과학자 벤자민 프랭클린은 연을 이용해 번개가 신의 저주가 아니라 전기였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비 오는 날 연의 맨 윗부분에 철사를 달고 연줄 중간에 열쇠를 달아 하늘로 날려 보냈다. 실험 결과 열쇠에 불꽃이 튀는 현상을 발견했고 직접 만져보니 짜릿한 통증도 느껴졌다. 위대한 발명에 연이 이용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5세기에 묵자(墨子)가 연을 날렸다는 기록이 있으며, 한나라 때 무장 한신이 연을 이용해 적진을 탐지한 것이 시초라고도 한다. 양귀비를 사모한 안녹산이 연애편지를 매달아 띄워 보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우리 역사 속 연

우리나라에서는 원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다가 점차 민속놀이와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문헌에 나타난 최초 기록은 삼국사기열전이다. 647년 선덕여왕이 승하한 후 진덕여왕이 즉위한 원년(647) 비담(琵曇)과 염종(廉宗)여왕은 정사를 잘 해 나갈 수가 없다는 이유로 군사를 일으켜 왕을 축출하려 하였다. 이때 별이 궁성 가까이에 떨어졌는데, 이를 보고 반란군들이 이는 왕이 패할 징조다라는 헛소문을 퍼뜨렸다. 자연히 민심이 흉흉해졌다. 이에 김유신은 연에 허수아비를 달고 불을 붙여 하늘로 날려 보냈다. 그 모습이 마치 떨어진 별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고, 신라 관군의 떨어졌던 사기를 다시 끌어올려 반란을 무사히 진압했다고 한다.

고려 말엽(1374) 최영은 탐라국 평정 때 군사를 연에 매달아 병선에 띄워 절벽 위에 상륙시켰으며, 연에 불덩이를 매달아 적의 성안으로 날려 보내 성을 점령했다는 기록(동국세시기)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도 섬과 육지를 연락하는 통신수단과 작전 지시 방편으로 연을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직하면서 왜적이 쳐들어올 때 흩어져 있는 군사들의 집결지를 알리기 위해 암호를 담아 연을 날렸다고 한다. 예컨대 산() 문양이 있는 삼봉산연을 띄우면 삼봉산 앞으로 집결하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연 날리는 시기는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음력 섣달부터 정월 보름 사이로 고정되었다. 농사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농번기를 피해 농한기에 연을 날렸던 것으로 보인다. 정월 보름 이후에도 연을 날리면 고리백정’(고리짝 같은 물건들을 만들어서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라고 욕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연 날리는 방식

연 모양과 날리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중국·일본·태국의 연날리기는 연실을 많이 풀어 높이 띄우는 데 중점을 둔다. 그 모양도 물고기()·()·()·사람이나 동물 모양의 연 등 연의 그림이나 모양에 관심을 둔다. 그래서 연실을 풀어서 높이 날리기는 해도 우리처럼 서로 끊어먹기를 한다든가 자유자재로 기술을 부리면서 연을 날리는 일은 없어 보인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연은 형태와 구조면에서 다른 나라 연과 달리 바람과의 관계가 매우 과학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 대표 연은 방패연가오리연이다. 가오리연은 어린이들이 많이 날린다.

방패연은 직사각형 형태인데 가운데에 둥근 구멍이 뚫린 모양으로 주로 어른들의 경기용이다. 다른 나라 연에는 없는 독특한 방구멍이 있다. 연에 방구멍을 내 맞바람의 저항을 줄이고, 뒷면의 진공상태를 메워주기 때문에 연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뿐 아니라, 강한 바람을 받아도 잘 빠지게 되어 있어 웬만한 강풍에서도 연이 잘 견딘다.

방패연은 연 날리는 사람의 조종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기동력을 갖게 되어 있다. 상승과 하강, 좌우로 돌기, 급상승과 급하강, 전진과 후퇴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적 특성 때문에 연싸움(연줄 끊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연 날리기 대결방법

연은 바람을 따라 움직이므로 바람의 방향과 빠르기에 따라 조절해야한다. 연이 가장 잘 나는 각도는 연과 사람이 45도 각도로 마주보고 연줄이 200~300미터 길이 일 때다. 또한 바람의 흐름과 압력에 맞추어 연줄을 풀고 감을 줄 알아야한다.

높이 날리기: 바람을 등지고 연을 날려야 한다. 줄이 직선으로 팽팽할수록 높이 날릴 수 있다.

재주 뽐내기: 연을 좌우로, 혹은 위아래로 움직이게 하면서 연 다루는 기술을 겨룬다. 날리는 사람의 손동작에 따라 연이 공중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부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연줄 끊어먹기: 연을 하늘 높이 띄운 뒤 연줄을 서로 비벼서 상대방의 연줄을 끊어놓는 놀이다. 때로 연줄에 유리가루를 묻히기도 한다. 대결에서 지면 연을 잃어버리게 되므로 사뭇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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