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쪽빛한쪽(8) 저 구름 흘러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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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쪽빛한쪽(8) 저 구름 흘러가는 곳
  • 선산곡 작가
  • 승인 2022.05.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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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곡 작가

 

졸작의 글을 본 선배의 이메일 편지를 받았다. 고향의 대선배인 그분의 편지글은 늘 정중하다. 내 애창곡 부동의 1위에 대한 언급과 함께 오래 전 잊고 살았다는 어떤 노래 이야기였다. 김동진 작곡의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영화 <길은 멀어도>의 주제곡이지만 흔히 말하는 유행가는 아니다. <날개>의 시인 김용호가 시를 썼다. 요즘 조수미, 신영옥 외에 많은 성악가들이 다시 부르기도 했지만 출반원곡을 부른 사람은 소프라노 박옥련이다. 어렸을 때 큰 누님의 여학교 선배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무주군 무풍 출신이었다. 콧수염을 기른 바리톤 어느 성악가의 모친임을 비로소 알았다.

중학교 때 내가 눈에 띄면 노래를 시키시는 몇 분 선생님이 계셨다. ‘두고 온 산하저 구름 흘러가는 곳이 그 레퍼토리였다. 한 영어 선생님은 수업 중인 나를 불러내어 숙직실로 데리고 가서 노래를 부르게도 했다. 두 곡을 연달아 부르는 동안 눈을 감고 들으시던 선생님의 표정은 평소 수업 시간의 근엄하고 무서웠던 얼굴이 아니었다. 그 곤욕은 신기하게도 1학년 때 마무리되었다. 엄중하신 교감 선생님의 학생 호출 금지령 때문인 것 같았다.

제법 이야깃거리를 지닌 추억의 그 노래를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선배의 편지글을 읽는 동안 앳된 소년 시절의 겁먹은 내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다. 적성 원다리 아래 긴 긴 모래사장을 친구들과 함께 걸으며 큰 소리로 불렀었던 그 노래. 얼굴을 스치는 강바람과 함께 그날의 기억은 왜 지워지지 않고 있었을까.

선배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 노래를 모임에서 자주 부른다고 한다. 누구나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 있겠지만 추억과 함께 저물어 가는 노래가 선배에겐 어떤 의미로 머물러 있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박옥련의 노래를 연달아 들었다. 후렴부의 테너 목소리는 작곡가 김동진. 만년에 구름 흐르는 언덕을 처연히 바라보는 마음이 이런 것일까.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아득한 먼 그곳, 그리움도 흘러가라.”

 

먼 그곳은 저 어디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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