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 조경훈 시인·한국화가
섬집 아기
한인현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배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 옵니다
<1950년>
·한인현(1921-1969) 함경남도 원산 출생. 아동문학가. 남긴 시 중에 ‘민들레’가 유명하다.
우리 아기를 재운 자장가
아기가 운다.
엄마는 그 아기가 우는 울음소리를 듣고 왜 우는지를 안다. 엄마 품이 그리워 울기도 하지만 배가 고파서 울 때가 많았다. 그 때마다 엄마는 저고리 가슴 속에 묻어둔 젖을 꺼내 아기의 입에 물리면 아기는 꿀꺽꿀꺽 젖을 빨고, 아기의 손 하나는 엄마의 다른 젖꼭지를 장난감인양 만지작거리면서 아가의 눈은 엄마의 눈과 마주친다. 현재의 세상과 미래의 세상이 사랑으로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런데 아기가 또 운다. 그 울음소리를 들으면 엄마는 대번에 안다. 엄마의 품속이 그리워서다. 그 때는 엄마가 아가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준다.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우리 아기 / 꼬꼬닭아 울지 마라 멍멍개야 짖지마라 자장자장 우리아기 잘도 잔다 우리아기”
우리 엄마들이 아기를 재우며 부르던 지극한 사랑의 노래다. 그토록 지극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를 들으며 그 아기들은 오늘의 나라를 세운 어른이 되었다. 그 때 우리의 어마들은 사람을 길러내는 위대한 성악가였다.
여기 소개하는 <섬집 아기>는 이와 맥이 닿아 있다. 다만 이 섭집 아기의 자장가는 1950년 이후 반세기 동안 우리 엄마들이 부르며 아기를 키운 오늘날의 자장가다. 살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엄마는 아가를 섬집에 두고 굴 따러 갔고, 아가는 바다가 들여주는 파도소리에 잠이 들었다. 그런데 갈매기가 너무 울어 이기가 깰까봐 다 못 찬 굴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바닷가 모래 위를 달려간다.
오늘이나 옛날이나 어머니의 지극한 마음 사랑의 노래다.
이 <섬집 아기>는 1950녀 4월 <소학년>지에 처음 발표되었다. 그 뒤 엄마아빠들은 이 노랠르 부르며 얼마나 아기들을 재웠을까?
고통은 녹이고 행복지수를 높이는 평화롭고 사랑스런 노래를 들으며 지금도 우리 아기들은 잘 자라고 있다.